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29일부터 다음달 8일까 '우리는 늘 선을 넘지(Beyond the Frame)'를 주제로 영화의거리 등 전주 일원에서 열린다.
JIFF는 올해로 31회를 맞는 아시아 최고 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30회를 맞는 대한민국의 국제장르영화제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와 함께 '대한민국 3대 영화제'로 불린다. 규모와 산업 중심의 부산, 장르적 색채가 뚜렷한 부천과 달리 전주는 '영화 그 자체'에 가장 가까운 영화제다. 흥행이나 스타 중심이 아니라, 아직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감독과 실험적 시도, 그리고 독립영화의 숨결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번 영화제는 노동절(5월 1일), 어린이날(5월 5일)을 포함한 연휴 기간에 열려 국내외 영화 관객 및 산업 관계자들의 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달 31일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마치며 영화제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54개국 237편이 선보이는 이번 영화제의 주요 키워드는 '영화계, 예술, 그리고 아날로그(Film, Art, and Analog)'이다.
올해 개막작은 켄트 존스 감독의 '나의 사적인 예술가', 폐막작은 김현지 감독의 '남태령'이 선정됐다.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개막작을 “재발견된 예술가라는 한 편의 우화적 구성에 현실을 버무려 시와 유머, 따뜻함이 일상의 고통과 공존하는 세계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폐막작에 대해 “2024년 12월 21일 남태령에서 벌어졌던 전봉준투쟁단과 경찰의 팽팽한 대립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라며 “이 하룻밤의 경험이 2030 여성들과 농민들을 어떻게 변화시켰고,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보여주는 영화“라고 밝혔다.
이어 경쟁부문, 전주시네마프로젝트, 가능한 영화, ‘특별전: 뉴욕 언더그라운드 – 더 매버릭스’,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 등의 섹션 상영작 소개가 이어졌다. 올해 영화제에 새로 합류한 김효정 프로그래머는 ‘특별전: 뉴욕 언더그라운드 – 더 매버릭스’에 대해 ”1960~197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활동한 언더그라운드 감독과 아티스트 중, 가장 아이코닉하고 현재까지도 큰 레거시를 남긴 인물들의 작품들로 구성됐다“고 했다.
이번 영화제는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으로 구성된 경쟁 부문은 대부분 신인 감독들의 작품으로 채워진다.
최근들어 JIFF '한국단편' 20편과 '한국경쟁' 10편의 선정작을 발표했다.
심사단은 "그 언저리 한국 영화산업의 풍경을 들여다보는 일과 비슷하다"며 "취약하기 짝이 없는 독립영화계의 경우, 한 발만 잘못 내딛어도 더 큰 침체의 구덩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모두가 힘을 모아 내일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고 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개척한 거장들의 작품을 조명하는 마스터즈에서는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됐던 안드레 노바이스 올리베이라 감독의 '내가 살아있다면'과 알랭 고미스 감독의 '다오'를 포함한 장편 10편과 단편 1편 등 모두 11편이 상영된다.
또 창작자 고유의 이야기를 가장 대범한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품들을 소개하는 '영화보다 낯선'에서는 테레사 아레돈도 루곤 감독의 '하얀 정글'과 카를로스 카사스 감독의 '크라카타우' 등 25편이 관객들과 만난다.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공모에 총 153편이 접수, 심사를 거쳐 극영화 6편과 다큐멘터리 4편 등 10편을 선정했다.
한국경쟁 부문은 감독의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장편을 대상으로 하며, 국내 상영 전적이 없는 코리안 프리미어 이상 조건을 갖춘 작품들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이다. 역대 대상작인 ‘당신으로부터’, ‘힘을 낼 시간’, ‘겨울의 빛’ 등은 이후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아 왔다.
올해 심사는 문석, 문성경, 김효정 프로그래머가 맡았다. 심사위원들은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 극영화에서 두드러졌던 여성, LGBTQ, 노동·인권 등 사회적 주제의 비중은 줄어든 대신 가족을 중심으로 한 서사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극영화 부문에서는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 소성섭 감독의 ‘잠 못 이루는 밤’과 이선연 감독의 ‘흘려보낸 여름’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가족의 의미를 조명한다. 최수빈 감독의 ‘입춘’은 두 여성의 관계를 통해 가족의 정체성을 탐색하며, 고승현 감독의 ‘같은 계절을 보낸다는 건’은 남녀의 만남과 이별을 그린 연애담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또 신목야 감독의 ‘잔인한 낙관’은 미술작가 데뷔전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을 포착하고, 김경계·이정원 감독의 ‘키노아이’는 영화감독을 주인공으로 재현의 윤리 문제를 다룬다.
다큐멘터리 부문은 지난해보다 3편 늘어난 4편이 선정돼 활기를 띠었다.
유소영 감독의 ‘공순이’와 김면우 감독의 ‘회생’은 각각 어머니와 아버지의 삶을 통해 가족 서사를 확장했다. 하시내 감독의 ‘시민오랑’은 비인간 인격체로 인정받은 오랑우탄 사례를 통해 인간 중심주의에 질문을 던진다. 오지현 감독의 ‘음화’는 언어와 사회적 맥락을 결합한 실험적 형식으로 주목받는다.
전주국제영화제가 시네필전주 상영작 9편과 게스트 시네필을 공개했다. 공개된 목록에는 거장들의 다양한 작품들과 이들을 기리는 섹션들이 포함, 흥미를 더한다.
시네필전주는 영화사에 관심 있는 관객들을 위해 마련된 섹션이다.
올해는 특히 거장 감독들의 숨겨진 장르 영화부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등 다채로운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번 행사는 영화의 역사를 형성해 온 감독들을 기리며 과거를 탐구하고 현재를 돌아볼 예정이다.
시네필전주에서는 영화의 역사를 형성해 온 감독들의 영화 9편을 상영할 예정이다.
올해 시네필전주에서는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첫 번째 실사 영화 '붉은 안경'을 비롯해 '나자'(감독 마이클 알머레이다) '네 멋대로 해라!! 영웅계획'(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쳐다보지 마라'(감독 니컬러스 로그) '안젤라의 일기 - 두 감독: 챕터 3'(감독 예르반트 자니키안) '메가닥'(마이크 피기스) '기묘한 이야기'(감독 마리아노 지나스) 등이 상영된다.
거기에 '영화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은 총이 전부다'(감독 산티아고 세인) '베니타'(감독 앨런 벌리너) 등 과거를 통해 현재를 조명하는 두 편의 다큐멘터리가 함께 소개될 예정이다.
한국영화의 굵직한 변곡점마다 스크린을 지켜온 고(故) 안성기의 도전적 행보가 전주에서 다시 조명된다.
조직위원회는 한국영상자료원과 공동으로 ‘특별전: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를 마련한다.
이번 특별전은 대중에게 각인된 친숙한 얼굴을 넘어 독립·예술영화에 기꺼이 뛰어들며 한국영화의 외연을 넓혀온 고인의 궤적을 입체적으로 비추는 자리다.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7편(국내 6편·해외 1편)이 엄선됐다.
상영작 면면은 배우 안성기의 치열한 연기 기록이다. '기쁜 우리 젊은 날'(1987)과 '부러진 화살'(2011)은 각각 아시아·태평양영화제와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안긴 대표작이다.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코미디 '남자는 괴로워'(1994), 폴란드 바르샤바를 배경으로 한 '이방인'(1998)에서는 장르와 공간을 넘나드는 폭넓은 소화력이 드러난다.
저예산 예술영화에 힘을 보탠 발자취도 포함됐다. 고립된 중년의 감정을 섬세하게 그린 '페어러브'(2009), 영화 현장에 대한 성찰을 담은 '필름시대사랑'(2015)이 상영된다.
해외 초청작인 '잠자는 남자'(1996)는 영화사적 의미가 깊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전, 한국 배우 최초로 일본 영화에 출연하며 한·일 문화 교류의 물꼬를 튼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
윤동욱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장 권한대행은 개회사에서 “그동안 전주국제영화제는 세계 각국의 창의적인 영화인들이 관객과 소통하며 창작의 세계를 펼칠 수 있는 소중한 플랫폼이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해 왔다”고 했다.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은 “연임하게 되면서, 영화제를 계속 이어갈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감사와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영화제가 지켜온 가치를 바탕으로 전주다운 작품들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으니 풍성한 영화 축제를 함께 즐겨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영화인과 관객이 만나는 소중한 장이 되고, 영화제를 통해 전주와 영화산업이 함께 발전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번 영화제 포스터는 지난 2020년부터 이어온 전주의 이니셜 ‘J’를 활용한 그래픽 캠페인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는 기존의 상징성을 유지하면서 한 단계 진화한 시각적 변화를 시도한 것이 특징이다.
공식 포스터는 날카로운 그래픽으로 형상화된 이니셜 ‘J’는 기존의 상징을 넘어 새로운 표현과 상상력으로 예술 장르로 확장하는 영화제의 방향성을 표현했다.
손의 감각이 중심이 되는 인쇄물과 종이, 오브제 등을 활용한 아날로그적 제작 방식을 통해 고도화된 기술 환경 속에서 인간적 온기와 영화적 감각을 환기하는 시도를 담아냈다.
포스터 디자인 작업에는 베를린과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김영나 작가가 참여했다. 김 작가는 디자인의 언어를 통해 미술의 경계를 실험하면서 시각적 사유의 가능성을 확장해온 인물로 포스터에서도 영화제의 철학을 감각적으로 녹여냈다.
실험적인 성격의 대안 영화들을 주로 소개해 온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민성욱·정준호 공동 집행위원장 2기 체제를 맞이했다. 2003년 제24회 때 합류한 배우 정준호는 대외 협력과 외연 확장 측면에서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연임이 확정된 바 있다.
영회제가 지난달 31일 전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제27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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