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초순, 정읍 감곡면 동곡마을 들녘은 연분홍 작약꽃으로 물든다.
논두렁을 따라 흐드러지게 핀 꽃 사이로 마을 주민들의 웃음소리가 번진다.
이 풍경의 중심에 선 인물이 있다.
조선장금이 자연가 송완복이사장이 화제의 주인공이다.
송 이사장은 올해도 작약꽃이 만개하는 5월 신명나는 축제를 자비량으로 기획하고 있다.
전북 정읍시가 봄의 절정을 알리는 작약꽃 향연과 함께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문화축제를 선보이는 것.
오는 5월 9일 열리는 ‘2026 정읍 작약꽃축제 한복모델 선발대회’는 화사한 꽃밭을 배경으로 한복의 아름다움과 시민 참여형 공연이 결합된 대표 봄 행사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촌이 살아야 도시도 삽니다. 우리가 지키는 건 꽃이 아니라 사람이고, 공동체입니다.”
송 이사장은 지난 10여 년간 동곡마을에서 ‘농꽃빛 작약꽃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처음에는 몇몇 주민이 모여 소박하게 시작한 행사였지만, 이제는 정읍을 대표하는 농촌 문화축제로 자리 잡았다. 작약 특화단지 조성을 계기로 마을은 변화를 맞았다.
전라북도 특화단지로 출발한 사업이 정읍시로 이관된 이후 행정 지원이 촘촘해지면서 생산 기반 정비와 브랜드화, 관광 연계 사업이 체계화됐다.
송 이사장은 “행정이 뒷받침하고 주민이 주도하는 구조가 가장 건강하다”며 “우리는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고, 행정은 제도를 통해 힘을 보태는 파트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송 이사장은주민들협의체를 만들어 농업 전략 수립과 정책 제안, 문화 브랜드화까지 수행하며 단순 친목 단체를 넘어선 민간 거버넌스 모델를 완성해가고 있다.
작약꽃이 절정을 이루는 5월 초, 마을에는 해마다 5천여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송이사장과 자연가 임직원들은 무료 한우국밥을 대접하며 손님을 맞는다.
송 이사장은 “상업적 수익보다 중요한 건 관계 형성이다”며 “이 밥 한 그릇이 정읍을 기억하게 만드는 힘이다”고 말했다.
축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정읍시사회복지협의회(회장 송운용교수)는 물론 여성 회원들로 구성된 ‘농꽃빛예술단’이다.
고고장구 공연과 전통문화 퍼포먼스는 방문객의 발길을 붙든다.
송 이사장은 “여성들의 참여가 공동체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며 “세대와 성별을 넘어 모두가 주체가 되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2026년 축제는 한 단계 더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새롭게 기획해 작약꽃과 함께하는체험형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송 이사장은 “도시 사람들이 농촌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게 하고 싶다”며 “꽃길을 걸으며 흙냄새를 맡는 경험은 어떤 관광 상품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그는 도시 회원 100명과 농촌 회원 30명을 연결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갈등을 조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덕장(德長)’ 리더십이 그의 강점이다.
“도시와 농촌은 대립 구도가 아닙니다. 서로 의지해야 할 관계입니다.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합니다.”
농촌환경개선 활동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마을 환경정화와 경관 개선, 농촌환경공원 조성 사업이 병행되고 있다.
송 이사장은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며 “후손에게 건강한 농촌을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교육 분야에서도 변화가 일었다.
감곡중학교 최용진교장과 교사들 그리고 학생들과 협력해 학교 담장을 철거하고 주민과 학생이 함께 사용하는 열린 공간을 조성했다.
그는 “학교가 마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아이들이 공동체 안에서 자라야 지역의 미래도 있다”고 말했다.
송완복 이사장은 스스로를 ‘연결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없습니다. 저는 다만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를 공동체의 방향을 제시하는 리더로 평가한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위기 속에서 동곡마을은 작약꽃으로 답을 찾고 있다.
꽃은 해마다 지고 다시 피지만, 그 과정에서 공동체는 더 단단해진다.
“희망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 이 사람들 안에 있습니다.”
작약꽃이 다시 만개할 5월, 동곡마을 들녘에서는 또 한 번 희망의 축제가 펼쳐질 예정이다.
농촌을 살리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 답을 찾고 싶다면 그 꽃길을 따라 걸어보면 된다.
<인터뷰>
조선장금이 자연가 송완복 이사장 일문일답이다.
▲정읍 감곡 동곡마을에서 10년 넘게 작약꽃 축제를 이어오고 있다. 계기는 무엇인가?
“5월 초순 정읍 감곡면 동곡마을에 작약이 만발하는데, 이 아름다운 자산을 그냥 둘 수 없었습니다. 농촌이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농꽃빛 작약꽃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작약 특화단지가 지역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나?
“전북 특화단지에서 정읍시로 이관된 뒤 행정 지원이 촘촘해졌습니다. 생산 기반이 정비되고 브랜드화와 관광 연계가 체계화되면서 농가 소득과 지역 이미지가 함께 상승했습니다.”
▲축제의 특징은?
“상업성보다 공동체 정신입니다. 매년 5천여 명이 찾는데, 주민들이 무료 한우국밥을 대접합니다. 관계를 맺는 축제, 정을 나누는 축제가 우리의 철학입니다.”
▲2026년에는 새로운 시도를 준비 중이라 들었는데?
“올해는 ‘농촌들녘마라톤대회’를 새전북신문사와 공동기획하고 있습니다. 작약꽃이 핀 들판을 달리며 농촌의 숨결을 체험하도록 할 생각입니다.
농업과 관광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이 될 것입니다.”
▲도시와 농촌을 잇는 역할도 하고 계시는데?
“도시 회원과 농촌 회원을 연결하고 있습니다. 갈등을 조정하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도시와 농촌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조선장금이 자연가 이사장으로서도, 지역 리더로서도 지속가능한 농촌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주민이 주도하고 행정이 협력하는 구조가 지방소멸을 막는 해법이라 믿습니다.”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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