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란 이화경 작가가 오는 4월 1일부터 5월 31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서울장학숙 JB Dream Gallery에서 기획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캘리그라피를 중심으로 서예, 문인화 등 30여 점을 소개, 한 획의 선율 속에 깃든 마음과 한 글자의 온기 속에 담긴 감동을 관람객과 함께 나누는 자리로 마련된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글씨와 그림이 건네는 따뜻한 울림을 마주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 나아가 이 전시는 글씨가 단순한 문자를 넘어, 삶을 위로하고 사람을 잇는 예술임을 다시금 보여주는 뜻깊은 자리가 될 터이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작품은 ‘광한루’이다. 작가는 '누각 위에 고운 님 어디로 가셨는가/복사꽃 물에 떠 사람들을 애달프게 하누나/오작교 위에 떠 있는 무심한 저 달은/세상을 비춰 온 지 몇 백 년이던가'(창랑 장택상의 '광한루' 전문) 라는 시구를 바탕으로 ‘광한루’를 한글 큰 글씨로 힘 있게 쓰고, 시의 내용을 화면 왼편에 배치했다. 여기에 이도령과 춘향이가 만난 황홀한 달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꽃으로 갈무리하여 남원이라는 공간이 지닌 사랑과 서정의 깊이를 담아냈다. 하룻밤의 사랑조차 천년의 세월로 기억하게 하는 광한루의 정취가, 작가의 필치 안에서 다시 살아난다.
이처럼 작가의 작품은 어렵거나 장황한 언어를 쓰지 않는다.
‘길’, ‘포옹’, ‘나이테’, ‘비상’, ‘꽃길’ 등 대부분의 작품은 짧고 쉽고 담박한 말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바로 그 짧은 말들 속에서 오히려 더 짙은 감동과 깊은 여운이 피어난다.
작가는 봄날의 제비처럼 날렵한 글씨를 몰고 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일상의 소재들을 어느새 소중한 존재로 바꾸어 놓는다.
그의 글씨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고, 세대와 세대를 연결하는 예술이 된다. 한 획의 흐름과 한 점의 여백, 그리고 그 사이에 깃든 마음의 결이 우리 일상 속에 잠들어 있던 감성을 조용히 흔들어 깨운다.
캘리그라피는 아름다움을 뜻하는 그리스어 ‘칼로스(kallos)’와 기록 또는 필사를 뜻하는 ‘그라피(graphy)’가 결합된 말이다. 곧, 글이 지닌 뜻에 맞게 아름답게 써낸 글씨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한글 멋글씨로 펼쳐지는 이 예술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마음의 온도를 담는 표현이다. 한 획, 한 글자마다 삶의 숨결이 스며 있고, 그 정성이 모여 시와 노래, 그림을 더욱 깊고 따뜻하게 만든다. 짧은 글씨 한 줄과 작은 그림 한 장이 잉크와 색채를 넘어 사람을 향한 마음과 함께한 시간의 온기로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K-Art와 K-Culture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시대다.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 체계로 세계적 인정을 받는 한글은, 그 자체로도 이미 예술적 가능성이 풍부한 언어다.
우리는 이 한글로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다. 더욱이 한글은 사람의 감성과 내면을 깊이 있게 담아낼 수 있어, 작가마다 저마다 다른 정서와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예술 분야와 또 다른 차별성을 지닌다. 이번 전시는 글씨와 시, 노래 가사, 그림이 어우러져 세 박자를 이루며 관람객에게 ‘마음의 쉼표’를 건넨다.
서예 인생 15여 년을 걸어온 작가는 글씨를 ‘쓰는’ 것을 넘어 ‘그리는’ 행위가 곧 수행이자 나눔이라고 말한다.
오랜 시간 캘리그라피 작업을 통해 주변에 따뜻한 메시지를 전해온 그의 철학은 작품 곳곳에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그래서 그의 캘리그라피는 단순히 아름다운 글씨에 머물지 않고, 마음과 마음을 잇는 연결 고리가 된다.
작가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한 글자 한 글자에는 숨결과 열정이 배어 있고, 그 안에는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감동과 위로, 그리고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 시나브로 먹빛이 번지는 자리마다 감성이 피어나고, 마음이 머무는 곳마다 예술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
그의 작업 세계는 다음의 고백 속에 잘 응축되어 있다.
'인생은 지금부터 피는 꽃, 늦게 피어도 괜찮다. 내 꽃은 지금부터다. 넘어져도 괜찮다. 포기하지만 않으면 된다. 수없이 흔들린 시간들 속에서도 나는 나를 놓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은 시간들이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힘들어도 꽃은 결국 핀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나를 응원하며 다시 길 위에 선다. 서툴러도 좋다. 느려도 괜찮다. 오늘도 나는 붓으로 내 인생을 써 내려간다'
이 문장처럼, 작가의 열정과 오랜 노력 위에 피어난 작품들은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한편 다시 새로운 영감과 희망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가벼운 일상의 말들을 담았다”면서 “캘리그라피로 내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타인에게 공감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단언컨대 행복”이라고 말한다.
작가는 현재 한국글씨예술멘토링회 전주지부장을 맡고 있으며, 전주에서 이화경미술학원을 운영하고 있다./이종근기자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