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현대차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등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연일 화제다. 두 발로 걷고 다섯 손가락으로 물건을 집는 이들의 모습은 경이로움을 넘어 기묘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인공지능(AI)이 디지털 세상의 ‘뇌’였다면, 휴머노이드는 그 뇌가 물리적 실체를 갖춘 ‘몸’을 얻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기술의 화려한 외양 뒤로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쇠붙이 인간’들은 우리 곁에서 안전할 수 있는가.
전통적인 산업용 로봇은 안전 펜스 안에서만 움직였다. 사람과 격리된 채 정해진 궤적만을 반복했기에 예측 가능했다. 그러나 휴머노이드는 다르다. 이들은 인간의 생활 공간, 즉 거실과 공장 부지, 거리로 걸어 나온다. 인간을 위해 설계된 계단과 문손잡이를 이용하며 우리와 같은 공간을 점유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첫 번째 ‘안전’은 물리적 충돌의 문제다. 최근 한 연구자가 지적했듯, 기존 로봇의 강한 기어와 육중한 몸체는 인간과 부딪혔을 때 치명적인 흉기가 될 수 있다. ‘동물 근육’과 같은 유연한 구동기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휴머노이드의 보급은 마치 거리에 안전장치 없는 중장비가 돌아다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더 심각한 것은 ‘지능의 안전성’이다. 생성형 AI가 보여준 ‘환각(Hallucination)’ 현상이 물리적 몸체와 결합할 때 그 위험은 상상을 초월한다. 가상 세계에서의 오류는 잘못된 정보 전달에 그치지만, 60kg이 넘는 철제 로봇의 판단 오류는 실질적인 인명 피해로 직결된다. 달걀을 깨뜨리지 않고 옮길 만큼 정교해졌다는 손가락이, 도움을 요청하는 노인의 손을 잡는 순간 '적정 압력'을 계산하지 못해 골절을 입히는 비극은 어떤가. 가상 세계의 챗봇은 '단어'를 틀리지만, 육체를 가진 AI는 '힘'의 조절에 실패함으로써 공존의 경계를 무너뜨린다.
나아가 우리는 노동의 안전성도 물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가장 큰 명분은 ‘노동력 부족 해소’와 ‘위험 작업 대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숙련된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밀려날지 모른다는 실존적 위협이 도사리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 노동자 10명 중 8명이 휴머노이드 등장에 위기감을 느낀다는 통계는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이 인간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대체하고 배제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때 사회적 안전망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기술 진보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2040년이면 수천만 대의 휴머노이드가 보급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형태를 닮아가는 데 열광하기보다, 인간의 ‘가치’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설계하는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먼저 정립되어야 한다.
로봇이 인간의 일을 대신해 ‘장밋빛 미래’가 온다는 기술 낙관주의에 매몰되기엔, 우리가 직면한 안전과 공존의 과제가 너무나 무겁다. 기계가 인간을 닮아갈 때, 우리는 역설적으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효율과 생산성이라는 거대하고 무거운 수레 아래 사람이 깔리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우리가 휴머노이드를 맞이하기 전 갖춰야 할 최소한의 예의이자 안전장치다.
/강윤정(교수·원광대학교 자율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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