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척하는 데에는 능숙하지만,사실은 누구보다 흔들리고 있던 당신에게”

정옌인 '아무렇지 않은 척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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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렇지 않은 척 전문가(지은이 정예인, 행복우물)'는 여행 에세이지만, 서툰 감정도, 낯선 풍경도, 이해되지 않는 순간도 괜히 아는 얼굴로 넘겨버리던,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순간을 "괜찮아.“ "아무 일 아니야."
라고 말하며 넘긴다. 사실은 조금 서운했고,
조금 외로웠고,
조금은 도망치고 싶었는데도 말이다.

여기, 그 "아무렇지 않은 척"을 들고 세상 밖으로 나간 한 사람이 있다. 
 그는 서서히 깨달았다. 여행이 아니라, 자신의 ‘당연함’이 무너지는 순간들에 더 마음이 기울고 있었다는 걸.

멕시코에서는 한쪽 보조개를 천사의 흔적이라 믿고,
독일에서는 달걀을 상온에 둔다.
슬로베니아의 토요일 오후, 핑크빛 교회 계단에는 누군가 사랑의 시를 두고 간다.
콜롬비아에서는 식사 중 코를 푸는 일이 작은 재앙이 되고,
스위스에서는 와인을 따를 때 손목을 조심한다. 이 모든 것들은 사소하고 쓸데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런 이야기들이 마음을 건드린다. 유튜브 채널 '비긴억예인'에서 늘 밝고 솔직한 에너지를 보여주던 정예인.
 카메라 밖에서의 망설임과 두근거림,
혼자 숙소 침대에 누워 스스로를 다독이던 밤,
 그리고 "나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고민하던 순간까지.

'(중략) 히틀러가 마리보르에 와서 '이 땅을 다시 독일 것으로 만들라.'라고 한 게 유명하다. 연합군이 폭격을 가해 도시의 절반이 파괴됐다. 이번에는 슬로베니아인이 추방당했다. 전쟁이 끝나고 히틀러가 저물고 난 뒤에는 또다시 독일인이 마리보르에서 추방당했다. 마리보르는 '추방'의 역사가 있다. 얕은 정보가 일회용 숟가락이라면, 기차가 보여준 루마니아의 노을은 언제든 현상할 수 있는 필름이었다. 흑백 필름인지 컬러 필름인지는 모르겠다. 왠지 지금 알고 싶지는 않다. 서랍 속에 넣어두었다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 필름을 들고 현상소에 가고 싶다. 그때가 되면 내 방 벽지 색이 그 사진과 어울리는 색이면 좋겠다. 우리 모두 죽음 속에 잠겨 있다고 해도 삶은 삶이니까 삶처럼 살아야 한다. 그것이 끝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는 올바른 방법이겠지'

이번에는 문장으로 풀어냈다. “마음을 증류하면 어떤 것이 남을까. 세상은 여전히 낯설다. 내 여행은 늘 잔 위에 고인다”

작가는 이륙 직전, 거북이의 '비행기'를 들어야 마음이 놓이는 습관이 있다. 늘 소설책 한 권을 들고 떠난다. 이륙하는 비행기 안에서 첫 장을 읽는다. 여행 하는 내내 항공권을 책갈피로 쓴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완독하는 게 목표이지만, 한 번도 다 읽은 적이 없다. 관광객을 노리고 우후죽순 찍어낸 싸구려 열쇠고리와 이름 모를 작가가 찍은 사진엽서를 모은다. 영상 찍는 건 좋아하지만 사진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술을 좋아한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하면 골목 바에 들어가 로컬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쓴다. 술로 그 세계를 짐작하는 게 좋다. 온갖 낭만 있는 것들을 사랑한다. 여행이란 멀리 가는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조금씩 가까워지는 과정임을 이야기 하고 싶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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