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에 고품격 미술관 첫삽

[고창군립미술관의 역사를 살펴보니] 무초 진기풍선생의 작품 기증이 미술관의 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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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 고창군이 9일 오후 1시 30분 고창 고인돌박물관 일원인 고창읍 도산리에서 고창군립미술관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 <관련기사 9면>

고창군립미술관은 세계유산 고인돌 유적지 인근에 조성돼 지역의 역사·문화 자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미술관이 건립되면 지역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기반을 확대하고, 다양한 전시와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문화예술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고창군립미술관은 고창이 예향의 고장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전라북도 최초의 군립미술관이다. 무초 진기풍(1925~2017) 선생이 고향에 기증한 것이 미술관의 그 시초이다.

현재 군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전라감사 위봉진 행차도가 고창에 있는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 행차도는 지난 1971년 5월 제13회 전주 풍남제를 맞아 30여 가지의 기념 행사를 개최했는데 이때 선보이게 됐다. 당초 고창판소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가 회초무향박물관(고창군립미술관)에 자리하게 됐다. 이 작품은 진기풍 선생이 고희를 맞아 자식들이 마련해준 자금으로 작품을 구입, 이를 고향에 기증해 현재 고창판소리박물관 별관 군립미술관이 소장 전시중이다.

‘무초(無初)’는 진기풍 선생의 호이며, ‘무초회향(無初懷鄕)’은 선생이 고향을 품는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한편 진기풍선생의 미술 애호정신과 고향 고창에 대한 사랑을 깊이 새기는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살아 생전 진씨에게 전화를 해서 누가 그렸는지를 물었으나 알 수 없다는 답을 들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청포 이철수의 고증을 거쳤으며, 작품을 그린 사람은 석정 홍성룡으로 밝혀졌다.

고창읍 동리로 100번지에 위치한 현 미술관은 ‘무초 회향관’과 제1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고창 출신 언론인이자, 진기풍 선생이 평생에 걸쳐 수집한 염재 송태희, 보정 김정희, 석전 황욱, 서양화가 진환 등의 걸출한 작품들을 2001년 6월 25일 판소리박물관 개관과 함께 기증, '무초회향미술실'로 개실했다.

선생은 1925년 고창군 무장면에서 태어나 전북일보 편집국장·사장, 서해방송 부사장을 역임했다. 백양 감사, 대한적십자사 전북지사 회장, 전북애향운동본부 부총재, 책읽기운동본부 이사장 등을 역임하며 지속적인 사회활동으로 전북발 전을 위해 힘쓴 전북의 큰 어른이었다.

문화적으로도 강암 송성용 선생의 뜻을 받들어 서예를 학술적으로 진흥하고 서예의 창작 의욕을 고취하기 위해 설립된 강암서예학술재단의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이렇듯 언론인이자 미술애호가로서 평생 수집해 소장하고 있던 귀중한 자료를 2001년을 시작으로 잇따라 고창군에 기증했다.

그는 당시 돈만 있으면 미술품을 구입할 정도로 미술품 수집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선생의 본관은 여양(驪陽)이다. 여양진씨는 고려 명문가로 그 일파가 고창으로 남하, 세거해 오고 있다. 진씨 집안의 이름난 서양화가였던 진환(陳瓛, 1913-1951)의 작품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것을 계기로 호남 예술가들의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격조 있는 선구안으로 많은 명작을 수집했다.

‘무초 회향관’엔 진기풍선생이 기증한 140 여점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소치 허련(小癡 許鍊), 남농 허건(南農 許楗), 해강 김규진(海剛 金圭鎭), 서양화가 진환(陳瓛) 등 서예·미술사적으로 매우 가치 있는 작품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진기풍 컬렉션 제1호에 해당하는 '우기(牛記)8'은 망각 속에 묻혀 오다가 재평가된 진환(1913-1951) 선생의 대표작으로 일제 식민치하에서 민족주의적 색채가 짙은 엄마 소와 아기 소를 그린 작품이다. 진환은 황색계열의 색채를 선호했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황토 흙을 직접 캔버스에 오브제로 사용하기도 했다.

‘제1전시실관’엔 이 지역 출신 작가들의 작품, 기증한 유물이 전시돼 있다.

이에 군은 감사의 뜻으로 2001년 판소리박물관 2층에 무초회향미술실을 마련, 작품을 전시하다가 판소리박물관 별관에 무초회향미술관(無初懷鄕美術館)을 확장 개관, 기증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2006년 3월 15일 무초 회향 미술관(전시실 1실)이 개관됐고, 진기풍 선생의 뒤를 이어 고창의 이름난 현대작가들이 작품을 내놓아 군에서 이를 기증받아 2009년 9월 2일 ‘고창군립미술관’으로 통합 개관했다.

이에 군에서는 2009년 ‘개관기념 기증작품전’을 열어 50여점을 전시했으나, 공간이 좁아 다 전시하지 못하다가 2010년 2월 10일부터 6월 30일까지 두 번째 기증 작품전을 열었다.

군립미술관은 세계문화유산 고인돌군과 운곡습지, 고창 군민들이 기증하는 기증 숲으로 조성 예정인 천년의 숲 등과 연계, 생태와 자연, 지역문화를 품은 고창형 생태미술관으로 건립하게 된다.

고미숙 문화예술과장은 “고창군은 삶의 질곡 속에서도 예술적 힘을 길러냈던 사람들의 활동 무대이자 수천년간 지역주민들의 삶 속에 고창미술과 예술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예향이다”면서 “미술관 다운 미술관 건립을 통해 고창의 생태와 지역주민들의 삶을 담아내도록 실시설계에 반영하고 행정절차 등 후속 조치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유산 고인돌과 함께 문화·예술·관광이 어우러진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만들어 갈 계획인 만큼 군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한편 고창군 군립미술관 건립은 지역 예술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다. 이에 군은 예향의 자존심을 세우고, 문체부에서 요구하는 등록미술관으로서의 운영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2020년 군립미술관 건립 타당성조사 용역을 바탕으로 신축건립 계획을 수립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는 설립타당성 평가는 지방자치단체가 공공미술관을 건립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하는 중앙 정부의 행정 절차다. 미술관 건립의 타당성 평가 등 서면심사와 현장실사, 최종심사까지 종합적으로 평가, 선정하게 됐다. 이에 군이 2020년부터 준비해 3년여 만에 결실을 얻게 됐다.

그동안 고창군립미술관은 2009년 종전 농산물판매장을 리모델링해 미등록 미술관으로 운영됐다. 최근 동리정사 재연사업과 함께 미술관 이전 신축사업이 추진됐다. 새롭게 선보이게 될 고창군립미술관은 고창고인돌 박물관 맞은편 부지에 들어서게 된다./이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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