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한가운데]하지만 죽진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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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 지역에 꽃이 피었다고 카톡으로 안부와 함께 꽃 소식이 왔다. 이월은 봄을 밀어 올려 꽃을 피우기 시작하고 삼월은 그대로 꽃을 앞세워 온다. 삼월 첫날이 1919년 3월 1일 일어났던 만세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란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날을 잊지 않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정해놓고 대통령은 담화문을 발표하고 국민은 태극기를 게양하며 추도해왔다.

우리는 현재 평화의 세상에 살고 있다. 1953년 이후 전쟁이 없었으니 평화로운 시절이라고 감히 언급한다. 그동안 4·19 혁명, 5·16 군사쿠데타. 5·18 광주항쟁, 6·10 민주화운동과 마지막으로 윤석열과 그의 추종자들에 대한 시민운동이 있었다. 정치적으로 대립과 분열이 반복되면서 치열한 공방이 있었지만, 전쟁이 없는 세상에 살아온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70년의 평화공존이 지속되는 동안 엄혹한 군사독재정부와 쿠데타의 반복으로 독재가 이어질 때 내부적으로는 치열한 저항과 민주주의 열망이 있었다. 이러한 저항은 대한민국을 폭발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정신적인 단련의 과정이었다. 학생들이 몸으로 저항감을 표출하지 않았다면 우리 시대가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었겠는가? 학생들이 뛰고 도망다니며 땀 흘리고 피 흘리지 않았다면 시민들이 생각을 바꾸어 정치인을 변화시킬 수 있었겠는가? 시민이 나서고 국민이 나서서 우리 정치문화와 정신문화를 진화 발전시킬 때마다 젊은이들이 맨 앞장에 섰음을 기억해야 한다.

나라가 망하면 말이 사라지고, 문화와 풍속이 변하게 되고, 역사가 왜곡되거나 소멸한다. 자국 혹은 민족에 대한 역사가 소멸하고 나면 그 민족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 정복당한 국민이 되어 흡수되지만, 제도와 법 테두리에서는 평등권을 부여받았다 하더라도, 현실에서는 평등한 권리는 동등하지 않으며 차별당한다. 재외동포 700만 명이 해외에서 거주하지만, 차별 없는 나라에서 정당한 권리를 갖고 당당한 주권주민으로 사는 나라가 몇이나 될까?

얼마 전에 유관순, 김구, 노무현 전 대통령 등에 대해서 게임을 만들어 유포했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게임 내용이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했거나 국민이 바라는 것처럼 위인답게 인용했다면 문제 될 것이 없었겠지만 재미 위주 혹은 관심 끌기를 목적으로 한 게임에서는 생각보다 나쁘게 사용되었다. 우리 역사를 바르게 배워온 사람들에게 당혹감과 분노를 일으키게 한 것이다. 이 게임을 만들어 운용한 사람은 어떤 생각으로 했을까를 생각해 보았다. 분노하기 전에 그의 역사관 혹은 한국인으로의 정체성까지 의심이 갔다. 그들은 어쩌자고 이런 날조된 혹은 편협한 내용으로 국민을 분노케 하는가?

1919년 3월 1일 서울에서 만세운동이 일어난 후에 각 지방으로 이어진 만세운동은 5월까지 이어졌다.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한 만세운동은 동학농민군이 전국에서 일어난 혁명처럼 전 국민이 일으킨 혁명이었다. 이때는 지역을 갈라치거나 나누지 않았다. 신분과 계급으로 차별하지 않았다. 남녀, 빈부가 구분하여 만세 부르지 않았다. 다 같이 한마음으로 오직 조선독립과 국민적 자유와 평화로운 세상을 갈구한 함성과 열망이었다. 국가를 위한 헌신은 자신을 위한 존중감으로 돌아온다. 유관순을 위시한 젊은이들이 앞장선 만세운동은 시대적인 혁명이었다. 따라서 그때의 위대한 인물을 어찌 험하게 표현할 수 있는가? 상식이 통하는 나라, 평화를 존중하는 국민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역사 위인에 대한 존중감이 있어야 한다.

3.1운동을 전후하여 수많은 젊은이들이 독립운동을 위해 두만강과 압록강을 건넜다.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만류하는 부모형제를 뒤로하고 고국산천을 떠났다. 부모들은 길 떠나는 아들에게 말리는 사람도 있었고 어떤 부모는 “장한 뜻을 꼭 이루어라, 하지만 죽진마라. 다시 꽃이 피는 날 금의환향하는 너를 기다리마” 하며 속울음을 삼키며 기꺼이 응원하였다. 이러한 희생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번영하고 있다. 그러니 제발 역사 인물을 폄훼하거나 손상시키지 말라. 역사는 반복된다./김현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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