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숫집이 그립다(지은이 오영석, 펴낸 곳 시산맥)'는 첫 시집으로, 자기회귀와 은유 원리, 시간에 대한 경험과 해석, 깊은 기억의 인화, 모어 탐색을 통한 언어적 자의식 등으로 확연한 미학적 구심을 형성하고 있다. 기억과 회귀를 통한 근원 탐구의 시학으로 심미적 결실을 이뤘다. 때문에 존재론적 기억의 온기와 시간의 흔적에 대한 회고와 서정이, 존재자들의 잔상을 통해 비로소 실현되는 질서와 조화를 잘 보여준다.
'그냥 후루룩이 아니다 후루룩후루룩 한 번이 아니라 두세 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아니라 물을 마시듯 끊어지지 않게 삼키는 입 밖에서도 몸 안에서도 엉키지 않게 후루룩 후루룩 자셔야한다 그래야 잘 풀린다 배부르게 먹자고 들른 집이 아니니 후루륵 뚝딱 한 그릇에 금방 잘 풀릴 것 같은 일을 생각하면서
살살 헹구듯 돌돌 말아 올리는 면발인지 나의 오래된 끈인지 가벼운 주머니로도 자꾸 찾게 되는 후루룩이 후루룩을 따뜻하게 영접해 주는 그런 국숫집이 언제나 그립다('국숫집이 그립다' 전문)'
집과 음식은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하는 가장 깊은 지반이다. 집과 음식은 인간이 활동하고 생명을 이어나가는 기본 단위이면서 인간의 실존과 생존에 있어 절대적이면서 내밀한 장소성과 추억을 함께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시인의 ‘국숫집’은 시공간을 아우르는 공간으로써 “집은 내밀성을 분석하면서 시인 작가들을 인도하는, 심리의 도해(圖解).”(가스통바슐라르)이다. 따라서 시인은 갈수록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흐르는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응시와 성찰을 통해서 시인 스스로 음식을 통한 생명 의지를 사랑의 기저로 펼치고 있다.
'넙치'는 바다 가장 밑바닥에 서식하는 넙치의 삶에 ‘납작하게 주저앉는’ 뼈와 살을 다 발라버린 어머니의 숭고하고 초월적인 삶을 비유한 서정시의 순간성은, 시인 자신의 실존적 경험인 시간의 흔적을 사후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때 시인의 기억은 어머니라는 존재론적 기원을 향하며 노래한다.
“‘어부젓’과 맞은 편 ‘소라네젓’을 오가며/ 어느 젓이 싱싱한가 살펴”보는 시인은 맛을 의미하는 ‘젓’ 때문에 무안(無顔)의 몸을 제시한다. 시 편 전체가 맛을 표상하는 ‘젓’ 이야기 판이다. 시인의 경험적 실감과 상상적 미감이 깊은 호흡으로 해학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유선乳腺이 제맛이지” 시 편에서 만나는 ‘젓’과 ‘젖’이라는 두 개의 개념은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고 있다. 그러나 문장에 함께 위치하며 젓과 젖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며 환유적 속성을 거느린다.
이희영시인(문학박사)는 “잡아당길수록 힘차게 버티는('쏙') 초월적 영혼으로 스스로를 탈환하려는 역동성은, 원체험을 부단히 기억하고 부가하는 개성적 세계를 보여준다. 첫 시집 상재를 축하하며 꽃잎으로 둥지를 틀고 있는 새처럼, 처음 밟고 간 발자국에 내린 눈처럼, 초록의 화원 속에서 쓰는 시처럼 오영석 시인의 참모습이 활달하게 펼쳐지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시인은 " 꽃 한 잎이 떨어졌다 이 아침이 적막하다고 주소가 있다면 분명 그 집에 도착할 것이다"면서 "나는 이 세상이 아직은 괜찮다 그래도 집이 그립다"고 했다.
작가는 고창출신으로, 전북대학교 수학교육과를 졸업, '서정문학'과 '미래시학' 신인상을 받았으며, 한국작가회의, 전북작가회의 회의 회원으로 고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다. 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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