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AI 시대의 교실, 교수와 학생 그리고 또 하나의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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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은 곧 2026년 1학기 개강을 맞는다. 캠퍼스는 여전히 비슷한 풍경으로 움직인다. 학생들은 교재를 준비하고, 교수는 강의안을 다듬는다. 그러나 올해는 한 가지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교실 안에 ‘또 하나의 참여자’가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인공지능이다.

많은 대학이 아직도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AI를 허용해야 하는가?” 하지만 이미 학생들은 답을 내렸다. 그들은 과제를 시작하기 전에 개념을 묻고, 글을 쓰기 전에 구조를 정리하며, 이해가 막히면 설명을 다시 요청한다. AI는 몰래 쓰는 도구가 아니라, 이해의 출발점을 잡기 위한 보조 장치가 되어가고 있다. 이제 대학이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쓰게 할 것인가?”

학생의 학습에서 AI는 ‘정답 생성기’가 아니라 ‘사고 준비 도구’가 될 때 의미가 있다. 강의를 듣고 바로 이해하지 못했을 때, AI는 다른 설명을 제시하고 예시를 바꾸어 보여준다. 복잡한 개념을 요약하고, 모르는 용어를 연결해 주며, 질문을 떠올리도록 돕는다. 혼자 버티던 학습이 대화 속에서 전개되는 것이다. 학습의 핵심은 여전히 학생의 사고에 있지만, 그 사고에 도달하는 길이 더 유연해진다.

교수의 수업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수는 더 이상 모든 설명을 혼자 반복할 필요가 없다. 기초 설명은 AI가 보충하고, 교수는 개념의 의미와 판단, 해석에 집중할 수 있다. 토론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AI로 쟁점을 미리 정리해 오고, 교수는 논의를 분류하고 기준을 세운다. 과제 피드백에서도 형식 교정보다 사고의 깊이를 묻는 질문에 시간을 쓸 수 있다. 수업의 중심이 ‘전달’에서 ‘판단’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할의 재배치다. AI는 설명을 돕고, 교수는 방향을 제시한다. AI는 정보를 제공하고, 교수는 의미를 해석한다. AI는 속도를 높이고, 교수는 기준을 만든다. 기술이 들어올수록 인간의 역할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 선명해진다.

2026년의 교실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AI를 많이 아는 능력이 아니다. 학생에게는 스스로 질문을 만드는 힘이, 교수에게는 무엇을 믿고 무엇을 의심할지 판단하는 힘이 필요하다. 대학 교육의 본질은 여전히 인간의 사고에 있다. 다만 이제 그 사고는 혼자가 아니라, 새로운 도구와 함께 이루어질 뿐이다.

새 학기의 교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안에서 생각하는 방식은 이미 변하고 있다. 대학이 해야 할 일은 그 변화를 막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설계하는 것이다.

/ 강윤정(교수·원광대학교 자율전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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