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익산이야기, 꽃으로 피다(지은이 채수훈, 펴낸 곳 파자마)'는 , 고향이 그저 단순한 땅이 아니라 삶의 무대이자 기억의 저장소임을 깨닫게 만들게 하는 책이다.
지은이가 60년 동안 고향의 변화를 몸소 겪었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영향을 받아 내 고장 바로 익산부터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전북과 익산 주요 언론과 잡지에 글을 싣기 시작했으며, 직업공무원으로서 일선 현장에서 겪고 고민했던 것들도 모아 익산의 한 편린을 보여주기도 한다. 작가의 시선은 하늘보다는 땅을 향한다.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를 꿈꾸고자 한다. 그가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스스로 자가발전하여 굴러온 삶이 참으로 이채롭다. 우리 사회는 이런 사람들도 있어야 살맛나는 세상이 아니겠는가.
타고난 성실함과 헌신성으로 맡은 직책뿐만 아니라 지방의 문화와 역사를 시민에게 알리고 지방 소멸 시대에 독립군으로서 문화와 역사에서 대안을 찾는 공무원. 이제는 고향 황등면장으로서 '황등면지' 발간을 2년 남은 정년 안에 끝낸다는 목표를 지니고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그의 익산 사랑 이모저모를 살필 수 있다.
지은이의 시선은 하늘보다 땅을 향한다. 그는 고대 왕도의 흔적을 더듬으며, 익산역 플랫폼에 남은 기억을 붙잡는다. “기차는 떠나도 기억은 머문다”라는 제목은 곧 그의 철학이다. 떠나간 사람들의 발자취와 남겨진 기억이 교차하는 공간, 그곳에서 그는 익산의 정체성을 읽어낸다. 아울러 그는 사물에 말을 건넨다. 수줍은 그는 의외로 사물에 말을 건넬 줄 아는 사람이다.
미륵사지 석탑 앞에 서면, 천 년의 세월이 돌 속에 잠들어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 돌을 단순한 유물로 보지 않는다. 그는 그 속에서 사람들의 숨결을 듣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기록한다. 석불사 돌부처의 미소를 그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익산 사람들의 마음이 빚어낸 표정으로 읽는다.
이 책은 유명한 인물만을 기록하지 않는다. 왕궁 최초의 의병장 황박, 국창 정정렬, 세계유산의 씨앗을 뿌린 김삼룡 총장… 그들의 이름은 역사 속에 새겨져 있다.
그러나 지은이는 ‘우리 마을 우체부 아저씨’나 서대산 지킴이 ‘김현대옹 ’ 같은 평범한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담는다.
그는 유명과 무명을 가리지 않는다. 모든 삶은 익산의 역사와 문화 속에 녹아 있으며, 그는 그것을 광각 렌즈로 붙잡아 비춘다. 독자는 그 이야기를 읽으며, 고향이라는 공간이 곧 사람들의 삶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황등비빔밥 한 그릇, 황등고구마 한 알, 진달래꽃 피는 함라산 길… ' 지은이의 시선은 작은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는 음식과 꽃, 돌과 길 속에서 익산의 미학을 읽으려 한다.
'국수 한 그릇에 담긴 여름의 추억'이란 제목은 그의 문학적 감수성을 보여준다. 국수 한 그릇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기억과 정서의 매개체다. 독자는 그 문장을 읽으며, 자신의 고향에서 맛보았던 한 그릇의 따뜻한 음식과 그 속에 담긴 추억을 떠올리게 된다.
길 또한 단순한 도로가 아니다. 삼남대로, 국도 1호선, 천주교 순례길… 저자는 길을 따라 걷고, 그 길에서 사람들의 삶과 역사를 읽는다. 길은 곧 사람과 사람을 잇는 끈이며, 그의 기록은 그것을 증명한다. 그에게 길은 사람들의 발자취이자 기억의 체취다. 그는 강아지처럼 킁킁거리며 익산의 여기저기를, 이리의 어제와 오늘을 헤집고 다닌다.
안도현, 박범신, 윤흥길 등 익산을 품은 문학인들의 발자취는 저자의 기록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그는 그들을 존중을 넘어 신앙한다. 그리고 그들의 문학을 행사 등으로 소환하면서 문학을 통해 익산의 정체성을 확장한다.
그는 또한 사회복지 공무원으로서의 경험은 ‘익산과 복지’라는 장에서 드러난다. 왕궁 한센인 정착 농장, 영등의 천사들, 행복나눔마켓… 저자는 복지를 단순한 제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마음으로 기록한다. 이는 그의 직업적 정체성과 인간적 애정이 맞닿은 지점이다.
다만 공무원 티가 너무 난다, 발전과 대안을 꼭 글마다 끝자락에 넣어야 직성이 풀린다. 그게 흠이라면 흠이고 긍지라면 긍지고 헌신이라면 헌신이다. 이래저래 그는 작은 영웅이다. 얄팍해진 세상에 그는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그럼에도 면장 아닌가? 뭔가가 있는 사람이다.
책 말미 신귀백의 발문은 저자의 성격을 비춘다. "성실하고 꼼꼼한 사람, 집요할 정도로 고향을 사랑하는 사람, 기록을 통해 후대에 남기려는 책임감을 가진 사람. 그는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를 삶의 철학으로 삼는다. 공무원으로서의 직분을 넘어, 한 시민으로서 지역을 품은 마음이 글 속에 담겨 있다. 독자는 책을 읽으며 저자의 성실한 마음과 애정 어린 태도를 자연스럽게 느낀다.
이 책을 편집하면서 모니터 앞에서 눈알이 튀어나오게 일했다. 최저임금에나 미칠까? 하지만 그는 꼼꼼하기 이를 데 없어 편집자로 하여금 질리게 한다. 제곱미터를 단위로 표했더니 꼭 평방미터를 넣어 달란다. 쉽표와 줄표 하나에도 딴지를 건다. 고맙게도 한 수 배운다. 모름지기 공무원이란 이래야 한다"
'익산 이야기, 꽃으로 피다'는 단순한 인문지리서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기록이다. 저자의 발걸음과 시선은 익산을 단순한 공간에서 과거와 현재의 삶의 무대로 바꾸어 놓는다.
책을 덮는 순간, 독자는 단순히 익산을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익산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단언하건대 저자의 집요한 애정은 독자에게도 전염되어, 고향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 터이다.
이 책은 익산을 기록한 인문지리서이자, 동시에 사랑의 서사시다. 공무원으로서의 직분을 넘어, 한 시민으로서 지역을 품은 마음이 글 속에 담겨 있다. 독자로서 책을 덮으며 느끼는 것은 단 하나, “익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곧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메시지다.
작가는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내가 그토록 많은 고장의 유산을 찾아 감탄하면서도 정작 내 삶의 터전 익산은 깊이 들여다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깨달음은 부끄러움으로 다가왔고, 그때부터 나는 다시 익산 땅을 걷기 시작했다. 낯익은 골목에서 새 이야기를 찾고, 익숙한 풍경 속에서 역사의 숨결을 더듬으며, 고향을 향한 시선은 더욱 깊고 애틋해졌다. 익산은 미륵산과 금강, 만경강이 어우러진 천혜의 자연 속에 드넓은 호남평야를 품은 고장이다. 고조선 남천국(南遷國)에서 마한, 백제, 보덕국의 수도로 이어져 온 이곳은 고대 문화와 농경문화가 공존해 온 역사 도시이며, ‘한(韓)’의 발상지이자 ‘호남’이라는 지명의 기원이 깃든 땅이다. 2015년에는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그 역사적 가치를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았다"고 했다.
지은이는 익산 황등에서 태어났다. 고향을 사랑하는 진정한 토박이로, 지역사회와 함께 숨 쉬며 살아왔다. 1993년 원광대학교를 졸업한 뒤 사회복지공무원으로 임용되어 33년째 공직에 몸담고 있으며, 현재 익산시 황등면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무엇이 되느냐보다 어떻게 사느냐’는 삶의 철학을 바탕으로, 공공행정의 최일선에서 실사구시 정신을 실천하고 있다.
한국사회복지행정연구회 운영위원, 전북 및 익산시 사회복지행정연구회장, 전북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을 역임했다. 보건복지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자문위원, 지역복지정책자문단 단원, 한국보육진흥원 어린이집 평가인증 평가위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원광보건대학교 사회복지과에서 시간강사 및 겸임 조교수로 재직하였으며 교육원, 기관, 학교 등 다양한 현장에서 사회복지 강의를 진행해 왔다.
펴낸 책으로 '지역사회복지 플랫폼', '공공부조와 복지행정서비스', '사회복지 실무 길잡이' 등이 있으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전국 사회재난지원금 지원방안 연구', '식품관광산업도시 익산 브랜드 구축 및 마케팅 전략연구' 공동연구와 '사회복지전달체계의 개선에 관한 연구' 등의 연구서를 집필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보건복지부장관상, 익산시장 적극행정인상, 방한천 공공복지대상,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 교육기획과정 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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