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역 첫 마중길, 전주의 예쁜 정원 중 하나다. 첫 마중길의 의미가 표지석에 있다. “전주 첫 마중길은 자동차보다는 사람의 도시, 콘크리트보다는 생태의 도시, 직선보다는 곡선의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민의 길이자 전주의 첫인상을 심어주는 길입니다. 길과 광장, 사람과 자연, 예술과 문학가 어우러지도록 시민들의 마음으로 닦는 길입니다….” 전적으로 동감한다. 첫 마중길 조성 전에 비하면 교통이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도시에 정원을 꾸민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도시의 품격은 사람, 자연, 생태가 우선할 때 생긴다. 도시 곳곳에 작지만 수많은 정원이나 공원이 조성되는 것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지극히 평범한 생각이다.
최근 황석영 작가는 『할매』를 펴냈다. 군산시 하제마을에 600년 된 팽나무를 통해 본 역사다. 하제마을 팽나무는 수많은 사람의 정성으로 2024년 전라북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개똥지빠귀가 뱃속에 품었던 씨앗 하나에서 싹을 틔워 600년 동안 마을을 지킨 나무‘할매’를 통한 인간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마을에는 보통 둥구나무, 당산나무라 부르는 수백 년 된 고목이 있다. 마을의 역사를 지켜보고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14세기 조선 건국 초부터 격동의 현대사까지 지역의 역사와 지역민들의 파란만장한 삶이 600년 된 할매 아래서 펼쳐진다. 필자는 자꾸 ‘할매’가 마을의 당산나무인 당산 할머니가 연상된다.
팽나무는 마을 둥구나무 식생 중 한 종류다. 장수목이며 우람하게 자란 몸통은 울퉁불퉁 신비함을 준다. 수형이 매우 아름답다. 느티나무와 함께 마을 당산나무로 우리와 친숙한 나무다. 그래서 보호수로서는 느티나무 다음으로 많다. 가을에 옅은 노란색 단풍으로 햇볕에 비추면 투명한 잎이 매우 아름답다. 이런 팽나무가 첫 마중길에 여섯 그루가 있다.
첫 마중길에 심어진 느티나무가 보통 크기라면 팽나무는 제법 수령이 된다. 100년에서 200년 이상 수령의 팽나무다. 다른 지역에서 옮겨 심은 것이다. 아마 어느 마을에서 당산나무로 모셔진 팽나무도 있을 것이다.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했던 마을에서 멀리 이주한 팽나무. 옮겨 심다 보니 식생의 생육이 미약한 모습이 역력하다. 실제 몇 년 전에 팽나무 한 그루는 고사 되기도 했다. 실제 수백 년이 된 팽나무가 도시 중심가에 옮겨 와 제대로 성장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루에만 수천 수만 대의 자동차가가 지나가고, 여기에 소음과 매연은 나무에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간신히 목숨만 유지하는 신세가 된 상황이다. 수백 년 된 팽나무가 도시에 와서 산다는 것은 마치 시골에 살던 어르신이 도시 아파트에 와서 홀로 살아가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수백 년 동안 뿌리내리려 살던 곳에서 마을 사람의 희노애락을 함께 하던 나무가 하루아침에 도시 어디에선가 외롭게 터를 잡고 생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첫 마중길 팽나무에 보다 제대로된 관리에 대한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어쩌면 첫 마중길 팽나무의 생육은 인간에 달려 있는 셈이다. 최근 명절에 첫 마중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다. 마을 이야기와 사람의 기억을 품고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빌었을, 어느 마을의 당산 할머니일지도 모를, 지금은 낯선 도시로 떠나온 팽나무. 이제 첫 마중길 여섯 그루의 팽나무는 전주의 새로운 역사를 지켜보고 기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훈(한국 한방고등학교 교장·진안문화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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