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밀라노의 박수, 선수 모두에게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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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7일 개막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우리는 익숙한 장면을 마주한다. 시상대에 오른 승자에게는 환호가 쏟아지지만, 메달을 놓친 이들에게는 침묵이 흐른다. 박수는 승자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제 자문해보자. 올림픽의 박수는 과연 메달의 색깔로만 허락되는 것인가.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에 첫 메달을 안긴 김상겸의 은메달은 많은 질문을 던진다. 3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네 번째 도전 끝에 처음 목에 건 메달이었다. 스노보드 알파인이라는 국내 저변이 얕은 종목에서 불리한 환경을 견디며 일궈낸 결실은 대한민국 통산 400번째 올림픽 메달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로도 남았다. 이 메달이 특별한 이유는 기록의 숫자가 아니라, 1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한때 경기를 마친 뒤 카메라 앞에서 “죄송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이는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국가대표로서 생의 가장 치열한 순간을 통과하고도 국민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부담을 먼저 떠안는 모습은 한국 스포츠의 서글픈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림픽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이미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위대한 성취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랜시간을 부상과 슬럼프, 생계의 불안과 고독을 견뎌낸 끝에 비로소 도달하는 자리가 올림픽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기후 변화로 인해 경기장의 상당 부분이 인공눈에 의존하고 있다. 자연 설원보다 단단하고 위험한 환경 속에서 선수들은 말 그대로 몸을 던지며 경기에 임하고 있다. 그 모든 시간을 결승선 이후의 숫자 하나로 재단하는 것은 선수 개인에게도, 스포츠의 본질에도 지나치게 가혹하다.

이제 박수의 방향을 바꿔보자. 메달리스트에게 보내는 환호만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끝까지 투혼을 발휘한 도전자들에게도 같은 무게의 박수가 필요하다.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더라도, 그들이 흘린 땀과 집중력은 올림픽 정신 그 자체다.

밀라노의 설원과 빙상 위에는 쇼트트랙을 비롯해 또 다른 도전이 이어질 것이다. 결과가 어떻든, 그들이 다시 한번 한계 앞에 서고 스스로를 넘어서는 순간은 분명 또 다른 감동을 만들어낼 것이다. 승자의 환호뿐 아니라 도전자의 땀에도 박수를 보낼 준비가 되어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올림픽을 제대로 즐기는 관객이 된다.

우리의 박수가 승자를 넘어 모든 도전자에게 닿기를 바란다. 남은 경기에서 펼쳐질 대한민국 선수단의 투혼과 서사에, 결과를 넘어선 응원과 존중의 마음을 보낸다. 그 박수가 모일 때, 올림픽은 기록을 넘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오승옥(문화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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