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아침]전주세계소리축제, 축제의 근본에 충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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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의 집행부가 전원 교체되었다. 그동안 전주세계소리축제는 전혀 전주적이지 못하고 세계적이지도 못하고 축제적이지도 못하였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바람에 24년동안 정체성의 시비를 달고 다녔다. 전주세계소리축제는 근본을 망각한 채 매년 30억원에 가까운 예산을 퍼 부었는데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 그동안 600억원이 넘는 돈을 전주세계소리축제에 쏟아 부었는데도 남겨 놓은 실적은 아무것도 없다. 이토록 허망한 것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축제의 근본에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들은 겉만 번지르르한 고비용저효율의 효능감없는 축제를 보아왔다. 새롭게 바뀐 집행부는 지금까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왜 실패하였는지 철저히 분석하고 혁신적인 방안을 도민들에게 떳떳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 나물에 그 밥이 되어서는 안된다. 새로운 집행부는 축제의 근본에 충실하면 된다.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하기 전에 도민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공청회를 열고, 축제전문가들의 자문도 받아보기 바란다. 도민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집행부는 수십년째 반복되어온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운영시스템과 악순환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어내야 한다. 그리고 전북도민들과 함께 개방적이고 열린 자세로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가 운영되어야 한다. 축제가 성공하려면 축제의 근본에 충실하면 된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공을 위하여 축제의 근본과 본질을 짚어보자.

첫째, 축제의 주체는 관청이 아니라 민간이다. 민간이 주도해야 축제가 산다. 민간 주도의 축제가 일제강점기에 탈취당했다. 민간계층에서 관습적으로 전승해온 마을굿(동제)은 억제하고, 일본 마쓰리를 모방한 전시성 행사가 중소도시에서 장려하는 축제문화로 바뀌었다. 일제는 관변단체를 내세워 민간 공동체문화를 빼앗아 관청 주도로 마쓰리를 모방한 식민지 향토축제로 조장하였다. 일제식민통치에서 해방된지 80주년이 지났다. 관청이 빼앗은 축제를 다시 민간에게 돌려줘야 한다.

둘째,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세계인들은 축제를 즐긴다. 축제는 악기가 연주되고 주민들이 춤과 노래를 즐긴다. 우리 민족의 고대 제천의식에 축제의 근본이 드러나 있다. 『삼국지』위서동이전 한전에 마한에서는 “항상 오월에 씨앗을 뿌린 후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무리지어 노래와 춤을 먹고 마시며 놀았는데 탁무와 흡사하였고 10월에 농사를 끝낸후에 다시 그와 같이 하였다(常以五月下種訖 祭鬼神 群聚歌舞飮酒 晝夜無休 有似鐸舞 十月農功畢 亦復如之)”고 밝혀놓았다. 마한의 땅 전북에서는 항상 오월 파종후와 10월 농삿일을 마친 후에 신에게 제사를 지내는데, 사람들이 무리지어 노래와 춤을 즐기는데 밤낮을 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 군취가무음주가 축제의 본질이다.

셋째, 전북특별자치도는 농도(農道)다. 마한문화의 근본은 농경이다. 5월에 모내기를 마치고 제사를 지냈으며, 10월에 농사가 끝나도 사람들이 무리지어 가무음주하는 문화가 있었다. 근래까지도 전북에서는 모내기를 마치고 단오제(음5,5)를 지냈으며, 칠월 백중(음7.15)에 만두레 술멕이와 기(旗)놀이와 합굿을 즐겼고, 추석(음8.15)에는 햇과일과 햇곡식을 차려놓고 풍년제를 지내왔다. 농민들이 들판에서 모내기 김매기하면서 부르는 소리가 들소리이다. 농민들은 농삿일에 흥이 나면 농악의 반주에 들소리를 부르고, 어깨춤을 추었다.

이러한 들소리가 전북의 정체성이다. 그런데 농촌의 소멸 위기가 들소리에도 위기를 맞이하였다. 이러한 현실에서 들소리를 지켜내려는 농민들의 열정과 노력이 눈물겹다. 농민들은 수천년동안 들판에서 전승시켜온 들소리, 밭소리, 신세타령, 산조, 시조, 판소리, 베틀가 등이 위기에 처했다. 세계적인 브랜드인 K-pops도 그 본질은 전북의 들소리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아리랑을 들어봐라. 아리랑 곡조에는 진양조,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등 장단이 들어 있다. 모든 케이팝 가수들의 노래에 민속음악의 장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전라북도에는 농악, 들소리, 기놀이의 소리노리자원은 풍부하다.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1위가 신명이다.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새로운 길이 보인다. 법고창신(法古創新: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다)이라 했다. 전라도 들소리의 원음(原音)을 살려내고 이를 편곡한 케이팝으로 신명나는 소리노리잔치를 연출하여 효능감있는 축제를 즐겨보자. 봄 단오굿판에 들소리전국대회를 열고, 가을 풍년굿판에 세계적 명성의 K-pops 소리노리판에 벌여보자. 전북도는 케이컬쳐(K-culture)를 선도할 수 있는 문화역량과 역동성을 갖고 있다. 전통적인 소리노리굿의 세계화와 들소리 장단의 케이팝 세계대회로 글로컬(Glocal)시대를 열어가자.

/송화섭(전 중앙대 교수,(사)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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