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곧 산업이자 관광이며, 도시 브랜드가 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 2025년 12월, 필자는 ‘시민과학을 통한 지역사회 문제 해결과정 연구–익산 악취문제 사례를 중심으로’ 박사논문 심사를 통과하며 한 가지 확신을 얻은 바 있다. 익산은 환경문제를 ‘겪어온 도시’가 아니라, 시민과학과 시민정치, 지역대학의 연대로 ‘해결해본 도시’라는 사실이다. 이 해결의 경험은 익산을 환경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익산은 수십 년 고질 민원을 유발한 악취문제를 시민과학으로 돌파한 드문 도시이다. 민원의 감정적 호소를 넘어, 발생 시점과 위치, 기상 조건과 배출원 추정까지 데이터를 축적하고 행정 대응을 촉진해 문제 해결의 경로를 만든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시민들이 스마트폰으로 제보한 「악취3355」, 「익산악취24」 데이터를 바탕으로 악취를 지도화·분석하고, 앱 기반 감시체계를 고도화해 정책으로 연결했다. 시민이 만든 데이터가 공론장을 강화하고, 그 공론장이 제도 변화를 끌어냈다.
더 나아가 함라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 사태는 원인을 밝혀내고 국가가 인과관계를 인정하게 만든 우리나라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어 있다. 이는 한 지역의 비극을 피해의 역사로만 남기지 않고, 공적 책임과 제도 개선을 끌어낸 사건이라는 점에서 도시 전환의 서사를 가능하게 한다.
여기에 익산은 ‘환경 문제의 스펙트럼’이 넓다. 그 넓음이 오히려 환경도시 전략의 토대가 된다. 첫째, 왕궁 일대는 한센인 집단정착을 위해 집단 축산농장을 형성해 호남고속도로를 지나는 차량과 익산 시민, 삼례 등 인접 지역 주민에게 대표적인 악취 피해를 주었고, 배출수는 새만금 수질 악화 논란과도 연결되어 왔다. 그런데 이 공간이 돼지 축사를 모두 매입하고 ‘왕궁자연환경복원사업’을 통해 치유의 공간으로 전환되는 중이다. 도시가 과거의 오염을 덮는 것이 아니라, 치유와 회복의 경로를 설계하는 순간 그 자체가 방문 이유가 된다.
둘째, 낭산 폐석산에 중금속 불법폐기물 매립 사건은 복구에 수천억 원이 필요해 환경문제가 결국 돈의 문제이자 삶의 문제라는 사실을 각인시킨 사건이다. 이 사건은 익산이 환경도시로 가야 하는 이유를 가장 냉정한 숫자로 보여주는 경고장이다. 동시에 예방·감시·책임체계를 갖춘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명분이기도 하다. 즉 익산은 ‘환경이 돈이 되는 도시’로 가기 전에 ‘환경이 돈을 태우게 만드는 도시’의 위험을 이미 겪어본 도시이다.
셋째, 원광대학교 기후인문학연구소의 창립은 익산이 환경도시로 나아갈 인문학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증거이다. 환경도시는 기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기억과 책임, 공동체 회복, 생태적 감수성이 함께 가야 한다.
이쯤에서 일본 미나마타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미나마타는 공해의 비극을 기억의 공간과 교육으로 전환해 국내외 방문과 학습이 이어지는 도시로 바뀐 바 있다. 핵심은 박물관 하나가 아니라 “전시–교육–연구–지역 재생”이 연결된 구조이다. 대학이 현장과 결합해 학문을 만들고, 피해자·유가족이이 증언과 기록의 주체가 되며, 도시는 그 축적을 브랜드로 만든다. 익산의 장점마을 또한 비료공장 부지를 기억의 공간·환경박물관·교육관으로 엮을 때 ‘배우러 찾아오는 도시’가 될 것이다. 방문은 감상이 아니라 학습이 되고, 학습은 지역경제로 환류된다.
세계적인 환경도시들이 공통으로 가진 요소도 분명하다. 스톡홀름, 코펜하겐, 프라이부르크, 포틀랜드, 쿠리치바, 싱가포르 같은 도시들은 첫째, 탄소중립 시점·녹지율·대중교통 분담률처럼 측정 가능한 목표를 공개하고 행정이 일관되게 추진하는 도시이다. 둘째, 걷고 자전거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불편하지 않은 이동 인프라와 에너지 효율이 높은 도시구조를 갖춘 도시이다. 셋째, 시민참여가 구호가 아니라 제도인 도시이다. 데이터 수집, 정책평가, 예산 우선순위에 시민의 역할이 들어갈 때 지속가능성은 정책이 아니라 문화가 된다. 넷째, 환경교육이 관광과 결합한 도시이다. 학교 현장학습, 공무원 연수, 기업 ESG 프로그램이 도시로 들어오면 방문은 반복되고 체류는 길어진다. 다섯째, 오염의 상처를 숨기지 않고 회복의 서사로 전환한 도시이다. 과거를 덮는 도시는 신뢰를 잃고, 과거를 드러내고 책임을 묻는 도시는 신뢰를 얻는다.
익산은 이 조건을 연결할 퍼즐 조각을 이미 가지고 있다. 악취 해결의 시민과학 경험, 장점마을의 환경정의 서사, 왕궁의 생태복원 전환, 낭산 사건이 남긴 경고와 과제, 그리고 지역대학의 기반이 그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흩어진 조각을 “익산은 환경을 해결해본 도시이며, 그 해결 경험을 교육·관광·산업으로 확장하는 도시”라는 한 문장으로 묶는 일이다. 환경도시가 되면 돈이 된다는 말은 구호가 아니다. 사람이 찾아오는 이유를 만들면 돈이 된다. 익산은 그 이유를 만들 수 있는 도시이다./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조국혁신당 익산시지역위원장, 전북도당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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