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기고문

B/C 분석 없는 사업, 시민에게 설명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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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정부의 재정 운용 환경은 갈수록 더 엄격한 판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구는 줄고, 세수는 정체돼 있으며, 행정이 감당해야 할 책임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이런 여건에서 지방정부의 사업 추진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왜 이 사업이어야 하는가를 먼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설명의 최소 기준이 바로 B/C 분석(Benefit-Cost Analysis), 즉 비용 대비 편익 분석이다. B/C 분석은 흔히 중앙정부의 대형 국책사업이나 예비타당성조사에서나 필요한 절차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이해이다. 오히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방정부일수록 B/C 분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행정은 민간기업처럼 내부수익률(IRR, Internal Rate of Return)을 따질 수 없기 때문에, 더욱더 비용과 편익을 비교하는 최소한의 논리적 장치가 필요하다. 정읍시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동안 정읍시 에서는 관광·문화 분야를 중심으로 여러 사업이 추진됐다. 장금이 파크, 정촌 가요촌 달하와 같은 사업들이 그 예다. 이들 사업은 지역 문화자원을 활용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개관 이후 이용률, 운영비 부담, 지속적인 활성화 방안을 둘러싼 과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시민은 묻는다. 이 사업들은 추진 당시 수요 예측과 운영 구조, 장기적인 재정 부담까지 충분히 고려한 결정이었는가. 다른 대안과 비교했을 때, 왜 이 선택이 최선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은 어디에 있는가. 시민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단순하다. 얼마를 들였는지가 아니라, 그 선택이 다른 선택보다 왜 더 나았는 지다. 관광객 유입이 어떻게 이어질 것인지, 운영비는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추가 예산 투입이 반복될 가능성은 없는지에 대한 사전 검토가 있었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 이 문제는 행정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읍시장 후보자들 사이에서 수많은 공약이 쏟아지고 있지만, 공약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시민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공약이 아니라, 실현 가능하고 검증된 공약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비전과 구호를 내세운다 해도, 비용 대비 어떤 편익이 발생하는지, 우선순위는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공약은 선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지방선거 공약이 진정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B/C 분석을 거쳐야 한다. 이 공약을 실행하는 데 얼마의 재정이 소요되는지, 그에 따라 시민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나타나는지, 다른 선택지보다 왜 이 공약이 더 필요한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이것이 시민 앞에서 책임지는 정치의 출발점이다. B/C 분석은 실패를 들추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오히려 실패를 사전에 막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예방 장치이다. 사업 규모가 크든 작든, 신규 시설이든 반복 사업이든, 최소한의 비용·편익 비교만 거쳐도 불필요한 예산 낭비와 시행착오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이제 정읍시도 재정 운영의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 모든 사업에 복잡한 분석을 요구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이나 상시적인 운영비가 수반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B/C 분석을 원칙으로 삼는 행정 문화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는, 추가 투자보다 구조 조정과 방향 전환을 먼저 검토하는 행정적 용기도 필요하다. 예산은 숫자가 아니라 선택이다. 그리고 선택에는 반드시 책임이 따른다. B/C 분석은 행정을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아니라, 시민 앞에서 당당해질 수 있는 가장 정직한 설명 방식이다.

/이 복 형 의원(정읍시의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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