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이 만난사람]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정병엽소장

클린 뷰티부터 달나라 반도체까지… 정병엽 소장, ‘방사선 기술의 한계’를 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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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은 단순한 에너지원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첨단 기술입니다. 정읍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방사선 산업의 허브가 되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 첨단과학산업단지의 고요한 풍경 속에는 대한민국 방사선 융복합 기술의 심장부라 불리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자리하고 있다.

이곳을 이끄는 정병엽 소장은 방사선이 단순히 에너지를 만드는 수단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첨단 무기라고 확신한다.

그는 2023년 재부임한 이래 ‘대체 불가능한 방사선 강점 기술’의 고도화와 산업화를 진두지휘하며, 연구소가 지역적 한계를 넘어 세계적인 방사선 과학기술의 메카로 도약하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붓고 있다.

정 소장의 행보는 단순히 연구실 안에 머물지 않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우주 강국으로 나아가는 길목마다 뚜렷한 이정표를 남기고 있다.

정 소장이 부임 후 가장 공을 들인 분야 중 하나는 국가 연구개발의 성과가 실험실의 서류 더미로 남지 않고,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산업적 결실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연구소의 원천 기술이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 철학을 바탕으로 연구소기업 육성에 박차를 가했다.

그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바로 원자력연의 제8호 연구소기업인 ㈜바이오메이신이다.

정 소장은 방사선 기술을 통해 천연 항산화 물질인 ‘메이신’의 함량을 비약적으로 높인 센티페드그라스 추출 기술을 완성했다.

이는 단순히 성분을 추출하는 수준을 넘어, 방사선을 조사해 식물의 유전적 특성을 개량함으로써 유효 성분을 극대화한 혁신적인 시도였다.

이 기술은 현재 고부가가치 클린 뷰티 시장과 당뇨 및 탈모 예방 분야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방사선 바이오 기술이 어떻게 실물 경제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해 보였다.

연구소기업의 활약은 메이신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정 소장은 방사선 조사로 생산하는 탈취 소재 GI-ON(지아이온)을 활용해 환경 문제 해결에 도전하는 ㈜지아이를 신규 연구소기업으로 등록하며 방사선 기술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한층 더 넓혔다.

지아이는 산업 현장이나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고질적인 악취 문제를 해결하고 위생패키징, 향균 필터 등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으로, 기존의 화학적 처리 방식이 가진 한계를 방사선 소재 기술로 극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소장은 이러한 기업들이 단순한 기술이전을 넘어 시장에서 자생력을 갖춘 강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연구소 차원의 전폭적인 인큐베이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이는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정읍을 방사선 특화 산업의 중심지로 탈바꿈시키는 강력한 동력이 되고 있다.

정 소장의 시선은 정읍을 넘어 머나먼 우주 공간으로까지 향하고 있다.

그 중 내방사선 반도체 핵심기술 개발은 그가 가장 힘쓰는 사업이다.

정부에서 사업의 필요성을 인정하여 작년부터 국가 연구개발 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방사선 노출 시 발생하는 오류를 최소화하는 나노 소재 기반의 반도체 기술은 인공위성과 우주선은 물론, 원전 내부에서 작업하는 로봇이나 첨단 의료 기기 등 극한의 환경을 다루는 미래 산업의 핵심 동력이 될 전망이다.

또한 올해 그가 가장 중점적으로 기획 중인 대형 프로젝트는 총사업비 약 2,500억 원 규모의 ‘우주 방사선 영향평가용 연구시설’ 구축 사업이다.

본격적인 뉴스페이스 시대가 열리면서 민간 주도의 우주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우주의 극한 환경과 강력한 우주 방사선으로부터 반도체 등 정밀 부품을 보호하는 기술은 여전히 거대한 장벽으로 남아 있다.

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우주 부품의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 시설을 찾아가야만 했다.

정 소장은 정읍에 우주 방사선 전용 시험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이 언제든 자유롭게 기술을 검증하고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이는 대한민국이 세계 7대 우주 강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수적인 인프라로, 올해 본격적인 타당성 조사와 함께 그 첫걸음을 떼게 된다.

정 소장은 이러한 첨단 기술들이 정읍이라는 지역 사회의 토양 위에서 꽃피울 수 있도록 조직 문화 혁신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방사선 기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지역 방사선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시민기자단’을 만들고 ‘방이모(방사선을 이해하는 사람들의 모임)’와의 소통에 노력을 쏟고 있다.

과학기술이 대중의 지지와 공감을 얻을 때 비로소 진정한 힘을 발휘한다는 그의 믿음 때문이다.

또한 ‘소통하는 연구소’를 슬로건으로 금요 아카데미의 세미나와 저널 미팅을 2023년부터 활성화하여 연구원들의 전문성을 높이는 내부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2026년 올해는 첨단방사선연구소가 설립된 지 어느덧 2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다.

정 소장은 오는 9월경 연구소의 지난 20년 역사를 기념하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선포하는 창립기념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20주년 행사는 단순한 일회성 기념식을 넘어, 그간 국가 방사선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연구소의 발자취를 심도 있게 되돌아보고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며 기관 재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정 소장은 이번 행사를 연구소만의 축제가 아닌, 정읍시민 및 전북도민과 기쁨을 나누고 소통하는 화합의 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시민기자단 및 방이모와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고 발전하는 연구소의 역할을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그는 "정읍은 이제 방사선 융복합 기술의 성지"라며, "앞으로도 전고체 이차전지, 개량신약 개발 등 미래 먹거리 창출을 통해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실험실의 연구 성과를 시장의 성공으로 이끌고, 지역의 자부심을 국가의 핵심 경쟁력으로 확대해 나가는 정병엽 소장의 헌신적인 리더십과 쉼 없는 도전이 정읍에 피워낼 대한민국 방사선 산업의 미래를 기대하게 한다.

/서울=정종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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