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설 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달력 위의 날짜는 여전히 ‘설’이지만, 명절을 바라보는 우리의 풍경은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한때 명절은 기다림 그 자체였다. 친척들이 모여드는 북적이는 집, 부엌에서 하루 종일 이어지던 음식 준비,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의 웃음소리로 밤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던 풍경은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 명절을 앞두고 시장은 활기를 띠었고, 골목마다 사람들의 발검음이 분주했다. 설은 단순한 휴일이 아니라 공동체의 온기가 가장 짙게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최근의 명절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오랜 경제 침체와 물가 상승 속에서 명절 준비는 설렘보다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장바구니를 채우는 일조차 망설여지고, 명절 특수라 불리던 시장의 활기 역시 예전만 못하다. 가족 형태와 생활 방식의 변화로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일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번 설에는 그냥 각자 보내자’라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리는 시대다.
명절 문화 역시 크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명절이 곧 만남의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각자의 방식으로 쉬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긴 이동 대신 영상통화로 안부를 나누고, 제사나 차례를 간소화하거나 생략하는 가정도 늘었다. 이런 변화는 시대의 흐름이자 자연스러운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종종 예전 명절이 품고 있던 정서, 함께 모여 시간을 나누던 따뜻함을 그리워하게 된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이 길어질수록 명절의 의미는 더욱 복잡해진다. 누군가에게 설은 오랜만의 휴식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외로움이 더 짙어지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홀로 명절을 보내는 어르신, 생계 걱정으로 명절이 부담스러운 가정, 일터를 지켜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명절이 모두에게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 명절이 여전히 소중한 이유는, 그 본래의 의미가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은 새해의 시작을 함께 맞이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한 해를 잘 살아보자 다짐하는 시간이다. 방식은 달라졌을지라도, 그 마음만큼은 이어질 수 있다. 꼭 많은 음식을 차려야만 명절이 되는 것도 아니고, 많은 사람이 모여야만 설다운 것도 아니다. 서로를 기억하고, 안부를 전하고, 마음을 나누는 순간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올해 설 명절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함’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풍성함은 상위의 음식 가짓수가 아니라, 마음의 여유와 관계의 깊이에서 비롯된다. 가까운 이웃에게 따뜻한 인사를 건네고, 오랫동안 연락하지 못했던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는 것, 혼자 보내는 이웃을 떠올리는 작은 배려가 명절을 더욱 알차게 만든다. 지역의 시장과 골목 상권을 찾는 발걸음 하나하나도 지역 경제를 살리는 또 다른 명절의 모습이 될 수 있다.
설은 과거를 추억하는 날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간을 여는 날이다. 달라진 명절의 풍경을 아쉬워하기보다, 지금의 삶에 맞는 새로운 명절 문화를 만들어가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바쁘고 각박한 일상 속에서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로를 돌아보는 여유를 갖는 것, 그것이 설 명절이 우리에게 여전히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설에는 서로에게 조금 더 따듯해지기를 바란다. 전화 한 통, 안부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비록 예전과 같은 북적임음 없을지라도, 마음만은 예전보다 더 까워질 수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한 해를 잘 살아보자는 다짐을 나누고, 서로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는 설이 되기를 바란다.
2026년 첫 명절인 설이 모두에게 쉼과 희망을 건네는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소망한다. 또한, 그 어느 해보다 더욱 풍성하고 알차게 보내기를 바란다. 경제적 어려움속에서도 마음만은 넉넉한 명절이 되기를, 서로를 향한 작은 온기가 모여 전주의 겨울을 따뜻하게 덥기를 소망한다. 달라진 풍경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명절의 의미를 다시 품으며, 모두에게 웃음과 평안이 깃드는 설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온혜정 의원(전주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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