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순교(DPI 대표) 사진가가 3일부터 21일까지 섬진강댐물화관 전시관서 개인전 ‘사람이 꿈 꾸고 AI가 그리다’를 갖는다.
사진 입문 24년만에 두번째 여는 개인전으로, 섬진강의 사계절, 꽃과 나비, 자작나무의 고요함이 디지털 캔버스 위에서 다시 태어났다.
구름 바다를 헤엄치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고래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큰 상상의 장면이다. 밝은 화면의 ‘고래의 꿈’은 시선을 압도하는 아우라가 느껴진다.
작가는 고래처럼 강인한 비상을 꿈꾼다. 자욱한 안개와 고요함이 내려앉은 해안. 그 순간, 정적을 깨뜨리며 엄청난 물보라와 함께 바다 위로 거대한 해양 생물이 뛰어오른다. 그 정체는 바로 무게가 40톤에 이르는 야생 고래다. 머리부터 꼬리까지 물 밖으로 몸 전체를 다 드러내고 뒤로 공중제비를 돌듯 멋지게 입수한다. 역동적인 자세로 비상하며 경이로운 장관을 선사한 고래! 이런 모습을 코앞에서 목격한다면 얼마나 감동적일지 짐작이 간다.
맑은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새하얀 눈이 소복이 내려앉은 자작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선 숲이 모습을 드러낸다. 고요한 숲속에 간간이 울려 퍼지는 새소리만이 겨울의 정적을 깨우는 이곳은 섬진강 자작나무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두루미나 고라니, 꽃이나 자작나무 같은 생명들이다. 이들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나기도 하지만 꽃을 피워도 고통으로 느껴지는 연리목처럼 만나지 못하는 공간들이 존재한다. 그런 가운데 생명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꽃덤불을 향하는 연인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자작나무 숲속에 어울림으로 나타난다. 자작나무는 사시사철 아름답지만 가을 단풍 옷을 입은 숲의 모습이 빼어나다.
숲에 들면 하얀 알몸을 한 자작나무가 ‘자작자작’ 가을 얘기를 들려준다. 향긋한 나무 냄새가 코에 스며들고 머릿속은 하얗게 맑아진다. 귀인의 살결 같은 수피는 황홀한 은빛을 발산한다.
산 위로 아침 해가 솟아오르면서 빛줄기를 뿜어낸다. 정원을 휘감아 돌던 안개가 선녀의 옷처럼 나풀거리고 나무 위 서리는 은구슬처럼 반짝인다. 꿈결 같은 섬진강의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선경이나 다름없다.
그만큼 고요하고 깊은 이곳 숲에는 우리의 휴식처와 함께 귀한 식물들, 작은 동물들도 함께 지내고 있다.
도토리를 지키는 다람쥐, 아침을 깨워주는 산새들, 작은 호수를 점령한 수달, 겨울눈처럼 하얀 산토끼, 수줍게 나타나는 고라니, 보이지 않는 수 많은 곤충들이 사계절 드나드는 생명의 마을이다
겨울이면 눈으로 덮인 숲은 한 폭의 설경을 이루며, 바쁜 일상과 마음속 근심까지도 잠시 내려놓게 하는 깊은 쉼을 선사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 섬진강을 걸어보자. 진안 데미샘에서 시작된 물방울이 모여 흐르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광양 바다에 닿는다. 바람소리 물결소리 따라 걷는 500리 섬진강 물줄기가 바다에 합해지며 ‘대동세상’이 느껴진다.
작가는 종종 '섬진팔경'을 사계절동안 걷고 또 걸으며 발과 눈으로 느껴왔고, 그때 느낀 물결의 흐름을 특유의 섬세함으로 되살렸다. 때론 새벽강의 고요함으로, 때론 지리산 왕시루봉에서 바라본 장대함으로 섬진강을 오롯이 소개한다.
그의 작품 안에는 강에 기대어 살아 온 사람들의 삶과 섬진강물에 온 생애를 부비며 사는 자연의 풍요로움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의 깊고 따뜻한 시선이 머물렀던 곳을 통해 물을 따라 강을 따라 유유하게 구도의 발걸음이 되어간 과정이다.
작가는 자연에 한 몸을 묻은 자신의 젊은 날처럼 관람객들 역시 생명의 물이 전하는 깊은 자각의 차랑한 소리도 들을 수 있길 원했다.
작가의 눈을 자극한 것은 강물과 같은 거대한 덩치가 아닌 왜소한 물방울이었다. 계단식 논에서, 혹은 조그만 도랑에서, 몇 낱의 개체로 흐르는 물방울, 그 물방울에 화가의 감성은 흡입하여 들어갔다. 작은 물방울도 거대한 강물의 하나로 바뀌면 묵언 수행자가 된다. 작가는 새벽 강가를 산책하면서 물방울과 강물 사이의 색깔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결코 예사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AI를 만나 탄생한 작품들은 인간의 손길과 만났을 때 비로소 온전한 예술이 됐다.
작가는 "한 방울의 물이 제자리에 머물지 않으니 더 자유롭고 풍요로운 새 길이 열리지 않는가. 섬진강의 진면목을 보게 된다"면서 "강에 깃들어 사는 사람, 생명들의 살림살이까지 모두 살피게 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사람’의 삶, 우리의 삶만 살피고 살던 우리에게 한 가지 깨우침을 준다. ‘물의 삶’, 이것이 바로 곧 사람과 생명의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터이다" 고 했다.
이어 "저는 어느 날 작은 꿈을 품었고, AI라는 특별한 붓을 만나 그 꿈은 그림이 되어 세상에 피어났다"면서 "이 작품들이 여러분 마음 속에 따뜻한 동화처럼 오래 남고 행복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2009년부터 2018년 장애인 가족사진, 다문화 가족사진 리터칭을 했으며, 2014 PHILIPPINES INTERNATIONAL Balloon Festiival 촬영 등을 했다. 전북특별자치도사진대전 외 전국 공모전에서 30여회 입상했으며, 제21회 호남미술전국대전 우수상, 제20회 대한민국 영남미술대전 장려상 등을 수상한 바 있다.
작가는 한국사진작가협회 정회원, K-포토 전주지국장, DPI 대표, 연백당 대표이기도 하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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