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원칙 뒤에 숨을 것인가, 시민과 함께 갈 것인가

종광대 공유재산 심의를 다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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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3일 열린 제424회 전주시의회(임시회) 행정위원회 회의록을 검토해 보면, 「후백제 도성(종광대) 토지 등 매입」 사업을 둘러싼 논의는 여러 아쉬움을 남긴다. 집행부는 행정적 절차와 재원 구조 설명에서 충분히 정리되지 못한 부분이 있었고, 의회는 시민을 위한다고 말하면서도 ‘원칙’에 머문 채 대안 제시에는 소극적이었다. 그 결과 종광대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부결되었다.

이 결정은 단순히 하나의 사업안이 통과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넘어선다. 이는 전주시가 후백제 왕도라는 역사적 정체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를 현재와 미래의 도시 자산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사회적 판단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종광대 유산은 후백제 도성의 실체를 보여 주는 핵심 공간이다. 전주가 후백제의 수도였음을 입증하는 역사적 증거이자, 단절된 고대사와 중세사를 연결하는 중요한 고리다. 이미 전북특별자치도 지정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으며, 최근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매장분과)에서도 그 보존가치 자체는 분명히 인정되었다. 다만 해당 위원회는 “이미 도 지정문화유산으로 관리되고 있어 국가가 별도로 보존조치를 할 수 없다”라는 이유로 보존조치유적 고시를 부결하였다. 이는 법과 행정 절차상 유효한 판단이며, 종광대 유산의 가치가 부정된 것은 결코 아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국가가 현 단계에서 직접 보존조치를 할 수 없다면, 전주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전주시는 종광대를 ‘보존존치 유적’으로 유지하면서,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유산 지정을 거쳐 국가사적 지정을 추진하는 기본적인 경로를 선택했다. 이 과정이 완료되면 국비 70%, 지방비 30%(전북도 15%, 전주시 15%)의 재원 구조가 가능하다. 이는 행정적으로 가장 정공법이며, 합법적인 절차다.

그러나 이 방식에는 분명한 약점이 있다. 시간이다. 국가사적 지정은 법적 절차상 상당한 기간이 소요된다. 그 시간 동안 종광대 조합원들의 재산권 피해와 지역 사회의 갈등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전주시는 공유재산관리계획을 통해 선제적 보상과 토지 매입을 통해 보존과 활용의 기반을 먼저 마련하겠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럼에도 행정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된 것은 ‘원칙’에 대한 질문이었다.

현지 보존 고시가 되었는가, 국비는 확정되었는가, 도비 협의는 끝났는가. 모두 타당한 문제 제기다. 실제 회의록을 보면 의회는 재원 구조의 불확실성과 절차의 선후 문제를 지속해서 지적했다.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유재산 심의를 할 수 있느냐”, “모든 조건이 갖춰진 뒤 다시 올리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제안도 있었다. 이는 의회가 책임 있는 판단을 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사안을 원칙이 완성된 이후에만 결정한다면, 행정은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 특히 문화유산 보존처럼 선행 투자와 정치적 결단이 함께 요구되는 사안에서는 더욱 그렇다. 국가사적 지정과 국비 지원은 자치단체가 먼저 책임을 지고 움직일 때 현실이 된다. 국가는 자치단체의 실제 보존 의지와 시민과 함께 감당하려는 태도를 지켜본다.

종광대 유산과 같은 사례에서 지방정부가 선제적으로 토지를 확보하고 보존의 토대를 마련할 때, 국가사적 지정과 재원 지원 역시 속도를 낼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왜 안 되는가”를 반복하는 태도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갈 것인가”를 설계하는 정치력이다. 이번 공유재산 심의는 집행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의회 역시 시민의 대표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시점이다.

종광대는 특정 부서의 사업이 아니라 전주시 모두의 역사다. 후백제 왕도를 보존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은 집행부만의 일이 아니며, 시민 모두가 함께해야 할 과제다. 의회 또한 그 공동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번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행정을 믿고 함께 가자는 신호여야 한다. 완벽한 조건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의 뜻을 먼저 담아내는 선제적 결단이 필요하다. 종광대 공유재산 심의는 반드시 통과되어야 한다. 그것이 전주시와 전주시의회가 역사 앞에서, 그리고 시민 앞에서 책임지는 길이기 때문이다./노기환(온문화유산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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