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 공기를 가르며 출근길에 오르는 사람들, 밤이 깊도록 자리를 지키는 사람, 휴대전화 알림이 울릴 때마다 일을 이어가는 플랫폼 노동자까지. 전주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다. 이 평범한 일상이 과연 누구에게나 안정적인 삶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그 질문에서 이 글은 출발한다.
전주시 인구는 62만 7천여 명으로, 65만 명 선이 무너진 이후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청년 인구 감소는 더욱 뚜렷하다. 2024년 기준 전주시의 19~34세 청년은 12만 7천여 명으로, 4년 전보다 약 1만 명이 줄었다. 청년들이 전주를 떠나는 이유는 단순하지 않지만, 분명한 공통점이 하나 있다. 단지 일자리가 없어서가 아니라, 버티기 어려운 일자리가 많다는 점이다.
전주시정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전주 청년들이 취업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낮은 급여, 영세한 기업 규모, 열악한 복지를 꼽고 있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삶을 계획할 수 없는 환경에서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지역에 머무르기는 어렵다. 결국 청년 인구 감소는 노동 환경이 안고 있는 구조적 문제의 결과이기도 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좋은 일자리를 ‘고용 안정성, 높은 임금, 그리고 자아실현 가능성’이 보장되는 일자리라고 정의한다. 우리 청년들 역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한 기준으로 꼽고 있다. 이는 전주시가 일자리 정책을 설계할 때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일자리를 늘리는 노력과 함께, 이미 존재하는 일자리가 시민의 삶을 지탱할 수 있도록 그 질을 높이는 정책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전주에는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등이 전국 평균보다 많다. 이는 ‘노동법 밖 노동자’가 일부가 아니라, 이미 우리 일상 속에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열심히 일해도 내일을 장담할 수 없는 노동, 이것이 지금 전주시 노동 현실의 민낯이다. 청년이 먼저 떠나는 이유 역시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필자는 2023년 「전주시 공동주택 관리 노동자 인권 증진 및 고용 안정에 관한 조례」를 전부개정했고, 지난해에는 「전주시 이동노동자 복리 증진을 위한 지원 조례」와 「전주시 노동 기본 조례」를 대표 발의하였다. 2025년 12월 26일부터 시행된 노동 기본 조례는 1년여에 걸쳐 현장 노동자, 전문가, 시민단체가 함께 토론하고 숙의한 결과물로, ‘일하는 모든 시민’을 제도의 중심에 두고자 한 조례다.
노동 기본 조례는 고용 형태가 다양해진 시대에 맞춰, ‘노동법 밖 노동자’들에게 전주시 차원의 정책과 지원 체계 속에서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을 열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명확히 하고, 시장의 책임을 분명히 하며,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 공정한 계약 문화 정착을 위한 표준계약서 등의 지침 마련, 노동복지기금 운영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노동정책협의회를 통해 현장의 목소리가 실제 정책 논의와 결정 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를 마련했다.
물론 조례 제정은 출발점에 불과하다. 제도가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예산과 행정이 뒤따라야 한다. 노동정책을 전담할 행정 체계와 인력 확보, 부서 간 협력, 그리고 중장기적인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이 필요하다. 필자는 2026년 내 예산 반영을 목표로, 전주만의 노동정책 틀을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다.
예산과 체계를 갖추는 이유는 결국 한 가지다. 일하는 사람이 존중받고, 쉼이 보장되며, 오늘의 노동이 내일의 불안이 되지 않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전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 그것이 전주시 노동 기본 조례가 지향하는 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일하는 당신에게, 이 조례가 작은 약속이 되기를 바란다. 필자 역시 그 약속이 말에 그치지 않도록, 현장에서 작동하는 제도로 점검하고 책임을 다하겠다./신유정(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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