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참여한 디지털 AI 교육을 통해 새로운 환경을 접했다. 자동화가 진행되면 가장 먼저 내 일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해 왔다. 농업 현장에서 인공지능은 필요하지만 동시에 경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사용해 본 AI는 예상과 달랐다. 일을 대신하기보다는 보조하는 도구에 가까웠다. 내가 가진 자료와 생각을 정리해 주었고, 판단을 돕는 역할을 했다. 경험이 흩어지지 않고 구조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되었다.
농업 현장은 늘 시간과 인력이 부족하다. 생산과 포장, 배송을 마치고 나면 기록과 기획은 뒤로 밀리기 쉽다. 출간을 염두에 두고 글을 써보려 했지만 사건을 나열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기 어려웠다. 첨삭과 점검의 한계가 분명했다.
AI는 이 지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되었다. 비용 대비 효율이 높았고, 소통만 명확하면 반복 수정이 가능했다. 글의 흐름을 점검하고 상품 제작의 방향성을 조율하는 데에도 즉각적인 도움이 되었다.
상세페이지 제작 역시 농업인에게는 부담이 큰 영역이다. 외주 비용은 크고, 혼자 판단하기에는 기준이 모호하다. AI에 자료를 충분히 공유하면 제3자의 시선으로 내용을 조율할 수 있었다. 정보의 순서와 표현의 밀도를 객관적으로 점검하는 데 유용했다.
다만 AI도 완벽하지는 않다. 상세페이지를 제작할 경우에는 또 다른 편집 도구를 함께 활용해 사람이 스스로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AI가 초안을 만드는 역할이라면, 최종 조정과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인터넷 서핑을 통해 가격과 제품 카피를 비교하던 방식도 달라졌다. 방대한 자료를 직접 찾는 대신 필요한 정보를 빠르게 확보하고, 자료를 분석해 판단하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이는 단순한 시간 절약을 넘어 의사결정 방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AI는 보편적인 기준을 제시할 뿐, 개별 상황을 고려한 대책까지 세워주지는 않는다. 감정에 대한 판단 역시 사용자가 스스로 통제해야 한다. AI는 판단을 돕는 도구이지 결정의 주체는 아니다.
농업은 여전히 사람의 손과 판단으로 완성된다. 중요한 것은 도태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해 스스로를 성장시킬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한 가지 방식에 머무르기보다 다양한 AI 도구를 조합해 활용할 때, 농업 현장의 선택지는 더 넓어질 수 있다.
/최정미(고흥 해맑음농업회사법인 이사)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