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새해 꿈, 문학도시 익산

지난달 중순, 익산에서는 ‘문학이 익산을 기억하다’를 주제로 문학의 도시 익산을 소환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 소중한 자리에 초대된 주인공은 윤흥길, 박범신, 안도현 작가 등 세 분이었다. 한국 문단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문인들을 한자리에 모시다니. 쉽게 만들어질 수 없는 귀한 자리를 성사시킨 윤찬영 기찻길옆골목책방 대표와 신귀백 근대문화연구소장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분명 이들의 정성이 통했기에 원로작가들은 흔쾌히 발걸음을 하였으리라. 대담에서도 윤흥길 작가는 이들의 노고를 거듭 상찬하였다.

<소라단 가는 길>, <기억 속의 들꽃>으로 익산을 그린 윤흥길 작가, <더러운 책상>에서 익산을 그려낸 박범신 작가, <이리역굴다리>, <만경강 둑길>에서 생생하게 익산의 모습을 담아낸 안도현 시인, 이들의 공통점은 원광대학교 국문학과 출신이다.

1950년대 초 문을 연 국문학과는 위의 세 명의 작가 이외에도 양귀자, 최기인, 정영길 등 유명 문인들을 배출해 낸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 학과가 작가 지망생들의 워너비였던 이유는 제자를 길러내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스승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람 이병기 선생, 신석정 선생 등이 출강하였던 국문학과에는 한성일보, 경향신문, 조선일보에 등단하며 이름을 알렸던 현대시조시인 박항식 교수가 있었다. 그는 원광대학교 내에 만경강, 원광문학회 등의 학생 문학동인회를 결성하고, 전국 최초로 문예장학생 제도를 신설하여 문학인재를 육성하는데 힘을 기울였다.

1998년 출간 이후 여전히 베스트셀러의 목록에 들어있는 소설 <모순>의 작가 양귀자씨는 어느 인터뷰에서 “소설가가 되어야겠다는 꿈같은 것은 없었는데, 원광대학교 문예장학생이 되면서 문학공부를 시작했고, 윤흥길, 박범신 선배를 보면서 직업으로 글쓰는 세계를 알게되었다”고 하였다. 원광대학교 국문학과는 한때 문학 지망생들의 성지였고, 그 덕분으로 익산은 문학도시라는 용감한 타이틀을 붙여도 좋을만큼 걸출한 문인들을 배출한 도시가 되었다.

사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익산은 아주 옛날부터 문학으로 이름을 날리던 도시였다. 삼국유사에 기록된 서동요의 발원이 익산이며, 율시와 송설체에 뛰어났던 조선시대의 문인 양곡 소세양이 나고 자라고 낙향한 후 20년을 보낸 곳도 익산이다. 근대로 내려오면 현대시조의 중흥을 이끈 시조시인 가람 이병기 선생을 빼 놓을 수 없다.

이렇게 줄 세워보면, 익산은 문학도시인 것이 분명하다. 이제 그 명성을 되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다행인 것은 그날 행사에 문학적 열정이 넘치는 익산 남성고등학교 학생들이 참석했다는 점이다. 학교 선배이기도 한 박범신 작가에게 “문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패기 넘치게 질문을 던지는 그 후배들이 문학도시 익산을 꽃피웠으면 좋겠다. /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