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안 유천리, 광주 충효동 가마, 강진 사당리 등 전라도 지역의 핵심 유적을 바탕으로 제작기술과 장식기법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고, 실물 그대로 옮겨온 강진 용운리 가마를 통해 청자의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자리가 마련됐다.
1123년(인종仁宗1) 고려에 온 북송(北宋, 960~1127) 사신 서긍(徐兢)은 고려의 사자모양 향로를 보고 감탄한 내용을 생생히 기록했다. 당시 고려 상류층에 유행한 귀족 문화는 상형청자를 만드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가마터에서 출토되는 상형청자 조각들은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중요한 자료로, 장인의 무수한 실험과 도전 과정을 잘 보여준다.
부안 유천리 가마터. 강진 사당리 가마터 등 주요 가마터 출토 유물을 통해 당시 장인들의 섬세한 손길을 느껴볼 수 있다.
부안 유천리 가마터 관련 자료로 출토된 원앙, 오리 등 13건 16점이 전시된다.
고려시대 상형청자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지난달 18일부터 국립광주박물관 본관 1층 특별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순회전이자 국립광주박물관 도자문화관 개관을 기념하는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
국립광주박물관이 오랜 시간 축적돼온 신안해저유물과 도자 컬렉션을 종합적으로 조망할 ‘도자문화관’을 열며, 한국 도자의 생산·유통과 해상 교류의 흔적을 한 공간에서 살필 수 있게 됐다.
도자문화관은 지상 2층, 연면적 7천137㎡ 규모로 조성됐으며 한국 도자 1천년의 흐름과 14세기 신안해저 출수 도자를 중심으로 한 상설 전시 공간을 갖췄다.
이번 도자문화관 건립은 국립광주박물관 입장에서 오랜 숙원 사업으로 꼽혀왔다. 국가 차원에서 1970년대부터 신안해저유물의 수집과 전시를 이어왔음에도, 방대한 도자·해저유산을 종합적으로 보여줄 상설 전문관이 없다는 점은 지역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였다.
박물관 측은 2018년부터 ‘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의 거점’이라는 비전을 내걸고 도자기 중심 특성화 사업을 추진해 왔으며, 그 핵심 시설로 도자문화관 건립을 제시해왔다.
2021년 설계공모를 거쳐 2023년 착공에 들어간 도자문화관은 약 4년에 걸친 준비 끝에 이번에 문을 열었다. 신안해저문화재 수집 이후 누적돼 온 전시·수장 환경의 한계를 해소하고, 2010년대 후반 이후 추진된 ‘아시아 도자문화 실크로드’ 전략을 구현한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도자문화관에는 국보 ‘청자 상감 모란 국화무늬 참외모양 병’을 비롯해 보물 ‘청자 귀룡모양 주자’ 등 주요 지정문화재가 포함돼 있다. 한국 도자와 신안해저 출수 도자를 합쳐 7,000여 점에 이르는 유물을 상설로 공개한다.
먼저, 도자문화관 1층에 마련된 한국 도자 전시실은 ‘한국 도자기, 1000년’을 주제로 구성됐다. 도자의 생산 과정에서 출발해 청자, 분청사기, 백자로 이어지는 흐름을 소비와 유통, 연구 성과까지 아우르며 입체적으로 풀어낸 점이 기존 본관 상설전시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다.
전시는 ‘천 년의 시간이 빚은 그릇’, ‘독자적 아름다움, 청자’, ‘모두의 그릇, 분청사기와 백자’ 등 3부로 구성됐다.
강진 사당리와 부안 유천리, 광주 충효동 가마 등 전라도 지역의 핵심 유적을 바탕으로 제작기술과 장식기법의 변화를 집중 조명하고, 실물 그대로 옮겨온 강진 용운리 가마를 통해 청자의 제작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같은 층에 조성된 신안해저 도자 전시실은 ‘바다를 건넌 꿈, 신안해저선’을 주제로, 14세기 동아시아 해상교류의 현장을 6,500여 점의 유물로 구성해 보여준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한 척의 무역선에 올라탄 듯한 느낌을 받는다.당시 배에 실렸던 물품과 도자기를 담았던 나무상자, 중국과 일본을 오갔던 무역 항로, 선상 생활용품 등을 차례로 마주하게 된다. 생산지별로 분류된 도자 진열장은 빼곡히 들어찬 규모 자체로 압도감을 주는 동시에, 지역과 기종별 특징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구성됐다.
디지털 아트존은 길이 60m의 초대형 파노라마 스크린을 갖춘 몰입형 미디어 전시 공간이다. 개관 기념작 ‘흙의 기억, 빛으로 피어나다’는 무등산과 화순 적벽 등 광주·전남의 자연경관을 사계절 변화 속에 담아내고, 도자의 질감과 광택을 3D 영상으로 구현했다. 상영 이후에는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마련됐다.
2층엔 뮤지엄숍과 카페, 석조물 마당 등 관람객을 위한 복합 휴게공간이 조성됐다. 특히 야외 석조물 마당에는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조문화유산 41점이 설치돼 조각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카페와 세라믹 스튜디오는 현재 조성 중으로, 내년 중 순차적으로 문을 열 예정이다.
최흥선 관장은 “도자문화관은 한국·중국·일본을 잇는 아시아 도자문화 교류의 흐름을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지역민들이 마음 편히 찾는 공간이자 전통과 현대 도자문화가 융합하는 거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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