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봄한의원 종로점 이혜민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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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는 흔히 ‘살이 쪄서 생기는 병’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마른 체형인데도 혈당이 높고, 약을 먹어도 잘 떨어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처럼 비만과는 거리가 먼 체형에서 나타나는 당뇨를 ‘마른당뇨’라고 부른다. 식사량이 많지 않고 살이 찌지 않았음에도 왜 당뇨일까?라는 질문은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따라온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혈당 수치가 아닌 혈당을 조절하는 몸의 능력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즉 겉으로 보이는 수치가 비슷하다고 해서 몸 내부 상황까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려움을 기억하길 바란다.
많은 이들이 당뇨 상태를 판단할 때 당화혈색소 수치만을 기준으로 삼지만, 이 수치는 지난 3개월간의 평균 혈당을 보여줄 뿐 그 혈당을 유지하기 위해 췌장이 얼마나 무리했는지는 알기 어렵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당화혈색소가 거의 같은데도 인슐린 분비량을 나타내는 C-peptide 수치가 두세 배 이상 차이 나는 경우가 흔하다.
C-peptide는 췌장이 실제로 얼마나 인슐린을 분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이 수치가 낮을수록 췌장은 이미 지쳐 있고 기능 저하 단계로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같은 혈당 수치라 하더라도 누군가는 췌장을 혹사시키며 혈당을 억지로 낮추고 있는 반면, 또 다른 누군가는 췌장을 보호하며 회복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당뇨는 크게 세 가지 양상으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비만형 당뇨로, 인슐린 분비는 충분하지만 세포가 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슐린 저항성이 중심이 된다. 이 경우 췌장은 아직 여력이 있어 식습관 개선과 체중 감량, 운동만으로도 비교적 빠른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둘째는 마른당뇨로, 당화혈색소가 비슷하더라도 인슐린 분비량이 현저히 낮은 상태로 볼 수 있다. 이미 췌장이 지쳐 인슐린을 충분히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혈당 수치만 낮추는 치료를 반복할수록 피로는 누적되고 혈당 변동성은 커지기 쉽다.
셋째는 혼합형 당뇨로, 췌장 기능 저하와 인슐린 저항성이 동시에 존재해 두 가지를 함께 개선하지 않으면 회복이 더딜 수 있다.
이 가운데 특히 마른당뇨는 조절이 더욱 까다로운 유형으로 꼽힌다. 마른 체형은 지방과 근육이 적어 혈당을 완충해주는 여력이 부족하고, 혈당을 흡수하는 능력 또한 떨어질 수 있다. 여기에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이 더해지면 코르티솔 분비가 증가해 인슐린 분비 세포가 더 쉽게 손상되기도 한다.
한의학적으로도 마른 체형은 소화기와 에너지 저장 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고, 췌장이 선천적으로 취약한 조건을 가진 경향이 있다. 그래서 혈당이 크게 높지 않더라도 췌장이 먼저 무너지는 형태의 당뇨로 진행하기 쉽다.
실제 내원 환자들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저체중군에서는 인슐린 분비가 극도로 저하된 유형이, 과체중군에서는 인슐린 분비가 비교적 유지된 유형이 더 많이 관찰되었다. 이는 체형과 췌장 기능 사이의 연관성을 시사하는 의미 있는 결과로 한국형 당뇨를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중요한 참고 지점이 된다.
이러한 이유로 마른당뇨 관리의 핵심은 혈당을 얼마나 낮추느냐가 아닌 췌장을 얼마나 보호하고 회복시키느냐에 있다. 췌장은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공장과 같아서 공장이 멈춘 상태에서 결과물만 조절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려울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췌장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저녁 식사를 일찍 마치고 숙면을 취하기 ▲단백질 섭취를 유지해 근육량과 기초 에너지 대사를 지키기 ▲식후 가벼운 걷기 운동으로 인슐린 부담 완화하기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췌장 기능 저하를 예방하기가 기본이 된다.
당봄한의원 종로점 이혜민 대표원장은 "생활습관 관리와 함께 췌장 회복을 돕는 한의학적 접근도 고려해볼 수 있다"라며 "췌장 기능 저하와 피로가 겹친 경우, 기운을 보하고 장부의 회복을 돕는 약재를 활용하고 있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황기다. 황기는 약재로만 쓰이는 재료가 아니라 삼계탕에 사용될 만큼 익숙한 식재료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가장 간단한 활용법은 황기차로, 말린 황기 20g에 물 1리터를 넣고 끓이다가 물이 끓기 시작하면 약불로 줄여 30분 정도 달여 마시면 된다. 이렇게 달인 황기차는 노란빛을 띠며 구수하고 은은한 단맛이 나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하루 두세 번 식후나 오후 피로할 때 따뜻하게 섭취하면 기력 보강과 함께 췌장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생활 관리만으로 개선이 더디다면 체질과 췌장 상태에 맞춘 한약 처방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
결국 당뇨는 몸이 혈당을 원활하게 처리할 수 있는 힘, 즉 췌장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마른 체형인데 혈당이 잘 잡히지 않는다면 췌장 상태를 한 번쯤 점검해보길 바란다./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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