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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병오년의 거울로 비춰본 202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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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붉은 말’의 해다. 병은 불을, 오는 말을 뜻한다. 불은 어둠을 밝히는 힘이지만 방향을 잃으면 모든 것을 태운다. 말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병오년은 늘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시기에 찾아와 우리에게 묻는다.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으며, 무엇을 남기려 하는가.

전북의 역사 역시 그 질문과 무관하지 않다.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인 이곳은 국가와 제도의 속도보다, 사람의 존엄을 먼저 물었던 지역이다. ‘사람이 하늘이다’라는 선언은 구호가 아니라 삶의 태도였고, 공동체를 바라보는 철학이었다. 그러나 역사는 언제나 그 질문에 같은 답을 주지 않았다.

병오년의 역사를 보면 더욱 분명해 진다. 1846년 병오박해는 천주교(서학)라는 새로운 사상(종교)에 대해 통제와 배제를 택했고, 1906년 통감부 설치는 국가 주권 침탈의 비극을 불렀으며, 1966년 베트남전 파병은 성장의 명분 아래 생명과 존엄이 뒷전으로 밀려났던 아픔을 남겼다. 시대마다‘사람의 존엄’을 뒷전으로 미루었던 선택들은 결국 더 큰 사회적 상처와 갈등으로 돌아왔다.

다시 맞이한 2026년,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전환점에 서 있다. 인구감소, 지역소멸, 공동체의 붕괴라는 위기 속에서 기술과 산업은 우리에게 ‘더 빠르게, 더 효율적으로’ 변할 것을 강요한다. 인공지능 행정과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매력적인 해법처럼 제시되지만, 그 질주 속에서 평범한 이들의 삶의 속도, 노인의 고단한 하루, 청년의 불안한 미래, 소외된 이웃의 삶이 배제된다면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또 다른 ‘소외’의 역사일 뿐이다.

정부는 올해를 새로운 정책을 쏟아내기보다, 이미 설계된 제도를 현장에서 증명하는 ‘시행의 해’로 규정했다. 국가책임 기초학력 보장, 청년기준 연령 상향, 재정의 선택과 집중 등은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변화들이다. 제도의 방향성은 분명 삶에 가까워졌지만,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여전히 시민의 체감과 점검이 필요하다.

이런 시점에 6월 3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히 인물 교체의 절차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더 빠른 개발’에 매몰될 것인가, 아니면 ‘더 단단한 삶의 기반’을 선택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가치의 심판대다.

이제 우리는 사회적 속도를 재정의해야 한다. 맹목적인 속도가 아니라, 뒤처진 이들의 손을 잡고 나아가는 ‘동행의 속도’가 필요하다. 효율이라는 이름의 불꽃이 공동체의 온기를 태워버리지 않도록, 속도보다 방향을 먼저 점검해야 한다.

2026년 병오년, 그 빛의 방향과 길의 목적을 정의하는 것은 결국 주권을 가진 시민의 몫이다.

/오승옥(문화활동가·관광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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