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리]주민자치의 올바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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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주민자치’는 선언적 구호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자치센터 프로그램 운영이나 행사 지원 정도에 그치고, 정작 주민 스스로 생활 문제를 결정하고 해결하는 구조는 여전히 미약하다. 주민자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법·제도의 정비와 더불어 주민 인식의 변화가 함께 있어야 한다.

우선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주민자치회의 법적 지위 강화다. 현재 주민자치회는 조례 기반으로 운영돼 권한과 역할이 지역마다 천차만별이다. 동(洞) 단위의 생활 의제를 다루는 ‘풀뿌리 의회’로 기능하려면 법률에서 주민자치회의 지위, 구성, 권한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예산 편성 과정에 참여할 법적 통로와 마을계획을 공식 의사결정 체계에 반영하는 절차도 제도화해야 한다.

둘째, 참여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도구가 확대돼야 한다. 주민발안·주민투표·주민소환 제도는 있지만 실효성이 낮다. 발안 요건을 완화하고 주민참여예산 비율을 현실적으로 확대하며, 공론장 운영을 의무화하면 참여의 문턱은 크게 낮아진다. 특히 공론장은 단순 토론회가 아니라 숙의 기반의 결정 플랫폼으로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전문가 지원단, 갈등조정 매뉴얼, 참여 절차의 표준화 등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주민 스스로의 태도 변화가 병행될 때 비로소 ‘주민자치’는 지역 민주주의의 뿌리로 자리 잡는다. 첫째, 주민들이 ‘소비자적 주민’에서 벗어나야 한다. 행정에 요구하고 불만을 제기하는 역할을 넘어,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주민총회 참여, 마을계획 수립 과정 참여 등 작은 발걸음이 자치의 문을 연다.

둘째, 지역 갈등을 조정하는 숙의 문화를 키워야 한다. 주민자치는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의견 차이를 적으로 보지 않고 해결의 자원으로 보는 문화가 중요하다. 서로의 주장을 듣고 근거를 제시하며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자치의 힘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민자치는 “열정 있는 몇몇”의 활동이 아니라 일상의 민주주의여야 한다. 마을교육, 돌봄, 환경, 안전 등 생활 현안은 결국 주민의 손으로 풀어야 지속가능한 해결에 이른다. 지역을 스스로 디자인할 수 있다는 자긍심, 그리고 책임 있는 참여가 주민자치의 미래를 결정한다.

주민자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생존 전략이다. 법과 제도가 틀을 만들고, 주민의 인식과 참여가 내용을 채울 때 비로소 ‘진짜 자치’가 시작된다.

/정금성(지역활성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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