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시의 재정위기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대규모 시설 투자와 각종 사업 누적, 교부세 대폭 감소 등으로 채무는 늘어났고,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 부담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금의 방식으로 지속 가능한 도시 운영이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커지고 있다. 따라서 필자는 지난 12월 8일, 전주시의회 시정질문을 통해 재정위기 상황을 짚어보고 이에 대한 현실적 해법을 제시하고자 했다.
전주시가 처한 재정 현실은 여러 지표에서 이미 드러났다.‘전주시 2026년~2030년 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올 연말 지방채 잔액은 6,225억 원으로 추정되며 관리채무부담도는 약 38%, 재정자립도는 22%도 채 되지 않는다. 2026년 전주시 본예산안에는 국·도비 확보 사업임에도 시비가 단 한 푼도 매칭되지 않은 사업이 약 2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사업 목록을 살펴보면, 문화도시 국책사업을 포함해 미래 산업인력과 창업 생태계를 떠받치는 사업, 시간이 더 큰 비용으로 다가오는 시설 구축 사업 그리고 신설된 인구청년정책국 내 시민 체감도가 큰 사업 등 중요 사업들이 줄줄이 빠져있다. 이는 재정 현실이 결국 도시의 핵심 기능에 투입돼야 할 재원까지 감소시켰다는 것을 의미하며 시민의 삶의 질이 위협받는 지점이다. 시비 매칭을 하지 못해 전기차 보조금 49억 원을 반납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어려운 재정으로 전주 시민들이 다른 지역 보다 피해를 봐야 하는 것인지 안타까운 현실이다. 언급한 사업 외에도 시민 안전, 장애인, 교통약자에게 직결되는 사업 또한 대거 미반영되었지만 대규모 개발 사업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투자, 도시의 성장은 필수적이나 개발과 시민의 안전·복지는 동시에 지켜져야 한다. 재정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교부세 삭감과 시설 투자 사업 때문으로 치부할 수 없다. 재정위기의 기저에는 제대로 된 검증과 시민 공감대 형성 없이 시작된 사업, 비용 대비 효과가 불분명한 투자 등 구조적 허점과 의사결정의 불투명성이 있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지금 필요한 것은 사업들의 일회성 삭감이 아닌 ‘재정 전반의 구조 재설계’이다.
첫째, 지출 구조 전면 조정이다. 불요불급한 사업과 성과가 부진한 위탁사업이나 저효율 사업을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 지방채 상환과 금리 인하를 위하여 다양한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둘째, 투자·공모사업 사전·사후 평가제도 강화다. 사업 추진 전 충분한 타당성 분석을 실시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사업이 맞는지 응모 단계에서부터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 현 재정 상황에서는 유치 능력보다 집행 능력이 더 중요하다. 선정 후에도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개선·중단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예산은 한 번 쓰면 끝이 아니라 썼을 때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셋째, 도시의 미래지향적 재정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교부세·도비 조정 등을 통한 상위 재원 확보 및 중장기 재정 로드맵 수립 그리고 체납 정리 강화와 세외수입 확대를 통한 세입 기반 확충 등 지속 가능한 재원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더불어 단기적 개발이익보다 장기적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예산 우선순위를 재정립해야 한다. 효과가 명확히 검증된 미래를 위한 확실한 투자는 과감히 진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주시 재정 진단 시스템의 상시화와 외부 전문가의 진단을 통한 체계적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한 위기 대응이 아니라 체질 개선에 가까운 접근이 요구된다.
전주는 이제 선택과 집중의 원칙을 세워야 한다. 행정은 절약한 재원을 지방채 상환과 시민 체감도가 높은 필수 서비스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의회는 시민의 대의기관으로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더 강화해야 한다. 의회와 행정의 긴밀한 협력이 있을 때 이 위기를 이겨내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 지금도 의회는 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있다. 재정위기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전주시가 다시 시민에게 사랑받는 도시로 자리매김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신유정(전주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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