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이지이십칠년 일청교전 종군일지(明治二十七年 日淸交戰 從軍日誌)
동학농민혁명 131주년이 저물어간다. 1983년부터 40년 넘게 동학 연구에 매진해 온 필자는 지금도 여전히 동학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동학농민혁명 연구는 1994년의 1백 주년, 2014년의 120주년, 그리고 2024년의 130주년을 전후하여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었다. 시천주(侍天主)와 보국안민(輔國安民), 유무상자(有無相資)와 다시 개벽(開闢) 등 동학사상이 혁명의 사상적 기반이 되었다는 사실이 실증되었으며, 수백만의 민중이 동학의 접포(接包) 조직을 기반으로 전라도는 말할 것도 없고 경상도와 충청도, 나아가 경기도와 강원도&;황해도 등 전국적 차원에서 봉기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었다는 사실도 지역사례 연구가 축적됨에 따라 분명하게 밝혀졌다. 2023년에는 동학과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185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는 역사적인 쾌거도 있었다. 그뿐 아니라, “잘못되어 가는 나라를 바로잡고, 도탄에서 헤매는 민중을 편안하게 하고자” 봉기했던 동학농민군을 대량 학살한 군대는 다름 아니라 후비보병(後備步兵) 제19대대를 필두로 한 일본군이었다는 사실도 한일(韓日) 공동연구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동학농민군 학살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일본군 후비보병 제19대대장 미나미 고시로(南小四郞) 소좌가 일본으로 몰래 반출했던 동학 문서 및 후비보병 제19대대와 동학농민군 간의 전투상황을 기록한「동학당정토경력서」등이 동학농민혁명기념관(전북 정읍시)이 마련한 특별기획전시회를 통해 공개되었다 점(2012년 4월). 동학농민군 학살에 가담했던 후비보병 제19대대 제1중대 소속 쿠스노키 비요키치(楠美代吉) 상등병이 쓴『메이지이십칠년 일청교전 종군일지』(아래 사진 참조)가『한겨레신문』(2013년 8월 29일자)과 『한국독립운동사연구』 63집(2018년 8월)을 통해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사료 공개에 힘입어 일본에서는 최근 동학사상과 동학농민혁명에 대해 종래와는 다른 시각으로 새롭게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학 연구 붐을 요약한다.
먼저, 고(故) 나카츠카 아키라(中塚 明, 1929-2023) 나라여자대학(奈良女子大學) 명예교수와 필자가 협력하여 시행해 온 ‘한일 시민이 함께하는, 동학농민군 역사를 찾아가는 여행’(이하, 한일동학기행)에 대해 소개한다.
한일동학기행은 2001년 5월 전주시(全州市)에서 개최된 ‘동학농민혁명 국제학술대회’에 학자&;시민운동가&;대학원생 등 일본인 1백여 명이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되어 2002년 여름에 시범적으로 처음 시행되었다.
2002년 기행은 나라현(奈良縣) 역사교육자협의회 회원이 주축이었는데 참가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특히, 2002년 기행을 기획했던 나카츠카 교수는 기행 후 도쿄(東京)의 후지국제여행사(富士國際旅行社)에 한일동학기행을 제안하였고, 여행사 측도 그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임으로써 2006년부터 정례화되었다. 그간 한일동학기행은 총 21회 시행되었고 참가한 일본인들만 5백 명이 넘고, 한국 측 참가자도 수백 명에 이른다.

제20회 한일동학기행: 위-태안시민교류회, 아래-무명 동학농민군위령탑 앞
올해 20회째를 맞은 한일동학기행은 10월 16일부터 21일까지 시행되었다. 이번 기행에는 특별히 일본인 참가자와 함께 한국의 순천에코칼리지 학생 및 교수진이 함께 했으며, 10월 17일에는 충남 태안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가 주관한 한일시민교류회가, 10월 20일에는 전남 나주시의 ‘나주동학 사죄비’ 건립을 주도한 나주 시민들과 시민교류회를 가지는 등 한일 양국 시민 간의 풀뿌리 교류가 이루어졌다. 한일동학기행은 일본에서 동학 연구 붐을 조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기에 이르렀다. 즉, 2018년 제13회 한일동학기행에는 일본의 3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 『아사히신문』(朝日新聞)의 조마루 요이치(上丸洋一) 편집위원이 동행 취재하여 이듬해 1월 5회에 걸쳐 동학 특집기사를 연재하였다. 이것은 일본 유력 일간지로서는 최초의 일이었다. (아래 사진)
일본의 대안언론 매체의 하나인『미래공창신문(未&;共創新聞)』도 2013년 11월호 특집을 통해 한국의 동학사상과 동학농민혁명을 비롯하여 동학 사상을 현대적 계승하고 있는 ‘한살림 운동’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지 취재에 바탕한 심층적 보도를 한 바 있다.
한일동학여행 외에 동학농민군 전적지 답사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업적이 또 하나있다. 고베시(神戶市) 고베학생청년센타의 ‘무쿠게 모임(무쿠게는 무궁화의 일본식 발음-주)’은 약 40여 년부터 일본인들과 재일동포들이 중심이 되어 매월 연구모임을 최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공부하고 연구해 온 시민단체이다. 이 ‘무쿠게 모임’노부나가 세이기(信長正義) 씨는 2010년 5월에 전라남북도의 동학농민혁명 전적지를 비롯하여 공주 우금티 전적지 등을 직접 답사한 뒤에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찾아서』(2010년 9월, 초판)라는 안내서를 간행함으로써 일본인들이 누구나 손쉽게 동학농민군 전적지 답사를 할 수 있게 했다.
최근 일본에 불고 있는 동학과 동학농민혁명 붐은 학술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에 이미 번역 소개된 나카츠카 교수의 역저『역사의 위조를 밝힌다』(일본어판, 1997년; 한국어판은『1894년, 경복궁을 점령하라』제목으로 2002년 푸른역사 출판사에서 간행)를 선두로, 조경달(趙景達) 교수의『이단의 민중반란-동학과 갑오농민전쟁-』(일본어판 1998년; 한국어판은 역사비평사에서 2007년에 간행), 이노우에 카츠오(井上勝生) 홋카이도대학 명예교수의 일련의 연구(「제2차 동학농민전쟁과 탄압 일본군, 농민대학살」, 「동학농민군 포위섬멸작전과 일본정부, 대본영」, 「후비보병 제19대대 대대장 미나미 고시로 문서」 등), 근대일본의 민중운동 가운데 가장 주목할 만한 민중운동인 ‘치치부농민전쟁(秩父農民戰爭)’과 동학농민혁명을 비교 연구한 카와다 히로시(河田 宏) 씨의『민란의 시대-秩父농민전쟁과 東學농민전쟁-』, 동학농민군 진압 전담부대였던 후비보병 제 19대대의 출정 및 귀향 과정

『아사히신문』의 특집기사: 왼쪽-2019년 1월 15일, 오른쪽-1월 16일>
을 추적한 오노우에 마모루(尾上守) 씨의「카이난신문(海南新聞)에서 보는 동학농민전쟁」등이 대표적이다. 위에 언급한 연구를 더욱 빛나게 한 연구는 재일(在日) 연구자 김문자(金文子) 선생의「전봉준의 사진과 무라카미 텐신(村上天眞)-동학지도자를 촬영한 일본인 사진사-」(『한국사연구』154, 2011년)이다. 김문자 선생은 치밀한 사료 조사와 고증 과정을 거쳐 전봉준 장군이 가마에 태워져 끌려가는 사진이 촬영된 날짜와 장소, 촬영자가 누구였는가를 밝혀냈다.
일본 내 동학농민혁명 관련 1차 사료도 속속 공개되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사료 로는 외무성 산하 외교사료관(外交史料館)에 소장『조선국 동학당 동정에 관한 보고일건』과 방위성 산하 방위연구소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남부병참감부 진중일지』를 들 수 있다. 전자에는 동학의 남북접(南北接)이 제1차 동학농민혁명 때부터 함께 싸운 내용이 들어 있고, 후자에는 동학농민군에 대한 불법적인 ‘전원 살육’ 명령을 내린 주체가 일본 대본영(大本營) 병참총감 가와카미 소로쿠(川上操六)라는 사실이 기록되어 있다.

동학농민군 ‘전원 살육 명령’이 실려 있는 『남부병참감부진중일지』
이상과 같이,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일본 측의 이해 및 평가는 시민운동, 학술, 저널리즘 분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큰 진전을 보였는데, 동학농민혁명 당시 사상적으로 그리고 조직적으로 그 기반을 제공했던 동학사상에 대한 관심과 이해도 깊어지고 있다. 그 구체적 사례가 바로 일본의 세계적 학술운동 단체인 ‘교토포럼’ 주최「공공철학 교토포럼」이다. ‘교토포럼’에서는 2009년 8월과 11월에 개최한 두 차례 포럼의 주제를 한국의 동학사상으로 삼았다. 그렇다면 최근 일본사회에 불고 있는 동학과 동학농민혁명 붐은 무엇을 말해 주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1894년 민중 대혁명에 참여했던 선조들이 내걸었던 이념이 정당했음을 말해 주는 동시에, 그 이념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세계사적 보편성을 지닌 것이었음을 증명한다. 따라서, 향후 동학농민혁명 연구와 기념사업은 동학사상과 동학농민혁명이 지닌 세계사적 보편성을 드러내는 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다. /박맹수(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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