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 다트패턴

기사 작성: 이종근 - 2025년 12월 07일 14시32분

국내 이커머스 시장 1위 업체 쿠팡에서 3,000만 건이 넘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고객들이 이른바 ‘다크패턴’으로 불리는 복잡한 탈퇴 절차 때문에 추가적인 불편을 겪고 있단다.

직장인 이지운지(33)씨는 지난달 30일 쿠팡으로부터 문자 한 통을 받았다. 문자에는 “쿠팡을 이용해주시는 고객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고객님의 소중한 개인정보가 일부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로 시작하는 내용으로 유츌된 개인정보 목록과 쿠팡의 대처 등이 담겨 있었다. 문자에서는 비정상적인 접근경로 차단과 내부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을 느낀 김씨는 쿠팡을 탈퇴하기로 마음먹고 바로 어플에 접속했다. 하지만 탈퇴를 어디서 해야 하는지 찾는 것부터가 어려움이었다.

최근 발생한 쿠팡의 대규모 정보유출 사고에 피해 고객들의 ‘탈쿠팡’이 일어나고 있는데, 이 과정조차 복잡하고 어려워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이런 저런 문제가 계속되자 온라인에서는 ‘탈팡하기’, ‘쿠팡 탈퇴방법 5초 해결’ , ‘쿠팡 탈퇴 방법’ 등 쿠팡에서 탈퇴하는 방법을 묻는 게시글과 그 방법을 쉽게 설명해놓은 글이 개재되면서 저마다의 방법을 공유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2차 피해 우려와 쿠팡의 미흡한 대응으로 탈퇴하려는 이용자가 늘고 있지만, 이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하다는 비판에 정부가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전형적인 ‘다크패턴’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는 사실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방미통위는 “쿠팡이 설정한 계정 탈퇴 절차가 전기통신사업법상 금지행위인 ‘이용자의 해지권을 제한하는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해 사실조사에 착수한다”고 4일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의 현안 질의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번거로운 탈퇴 절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시장감시국은 쿠팡의 탈퇴 절차와 유료 멤버십 해지 절차가 전자상거래법상 다크 패턴에 해당하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실제로 쿠팡의 계정 탈퇴 절차는 복잡하다. 이용자가 쿠팡 앱에서 탈퇴하려면 개인정보 항목을 누르고, ‘설정’과 ‘회원정보 수정’을 차례로 눌러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한다. 다음 화면에서 맨 아래에 있는 ‘회원 탈퇴’ 항목에서 피씨(PC)버전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후 다시 ‘비밀번호 입력’→‘쿠팡 이용내역 확인’→‘객관식·주관식 설문조사’까지 거쳐야 최종 탈퇴가 가능하다. 무려 7단계를 거쳐야 하는 셈인데, 유료 멤버십인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려면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한 단계를 거쳐야 한다.

쿠팡·네이버 등 주요 온라인쇼핑몰이 소비자를 눈속임하는 이른바 다크패턴을 막는 자율규제를 1일부터 시행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사단법인 한국온라인쇼핑협회가 온라인 눈속임상술(다크패턴) 예방을 위해 마련한 ‘온라인인터페이스 운영에 관한 자율규약’을 승인해 시행한다고 밝혔다. 자율규약에는 쿠팡, 네이버, 11번가 등 주요 온라인쇼핑몰 28개사가 참여한다. 자율 규약은 다크패턴과 관련한 사업자 준수사항과 자율준수협의회의 설치·운영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처럼 문제가 발생하다니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율규약이 시장에서 잘 작동하는지 모니터링하고 새롭게 시행되는 온라인 다크패턴 규제가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지속한다고 했지만 말뿐이라니 참으로 답답할 지경이다. 조사 결과 위법 행위가 드러나면 과징금 부과나 시정명령 등의 강력한 조처를 내리기 바란다./이종근(문화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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