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전북신문

[온누리]어른

기사 작성: 박은희 - 2025년 12월 02일 15시14분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어른이 없다”, 또는 “어른이 필요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개인이나 지역이나 삶이, 사회가 터덕거릴 때마다 등불처럼 앞을 밝혀줄 어른을 찾는다. 지역사회가 마주하게 된 갈등을 해결해 줄 지혜로운 어른, 지역이 좀 더 성장하도록 방향을 제시해 줄 앞서가는 어른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말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23년 말, MBC경남이 제작하여 영화로 개봉한 다큐영화 는 각박한 우리 사회에 따뜻한 울림을 주었다. 영화는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받고 OTT에 서비스되면서 입소문이 났다. 그 주인공인 어른 김장하 선생은 당신 마음과 다르게 이제 대중 스타가 되셨다.

특히 지난해 말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대통령을 탄핵하는 데에 막중한 역할을 한 문형배 헌법재판관의 스승이 바로 어른 김장하선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선생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영화보다 먼저 출간된 김주완 기자의 아름다운 부자 김장하 취재기, 가 여전히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어른을 기다리는지를 반증하는 결과이다.

하루에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 같은 부처님 얼굴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던 진주의 어른이 김장하 선생이라면, 미륵사지의 위대함과 백제의 익산천도를 만나는 사람마다에게 설파하던 고(故) 문산 김삼룡 선생은 익산의 어른이다. 원광대학교에 재직하고, 전북애향운동본부 총재를 역임하면서 기여한 공으로 받았던 2002년의 수상은 선생이 익산을 넘어 전북의 어른임을 말해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른 김삼룡 선생의 지역 사랑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선생은 대학 교수나 총장 등 교육자에 머물지 않고 미륵사지 등 익산지역 문화유산 조사와 연구에도 열정을 바쳤다. 전공자가 아니라는 겸양을 앞세우면서도, 백제의 익산천도에 대해서는 연구 뿐 아니라 실천적 홍보대사였다. 2014년 병석에 누워서도 익산 세계유산 등재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세계유산 등재가 곧 유네스코의 익산천도설 인정이라고 보았기 때문이었다.

1973년 선생이 마한백제문화연구소장직을 맡으면서부터 시작된 익산지역 역사문화에 대한 조사와 연구가 초석이 되어 오늘날 익산은 우리나라 4대 고도, 세계유산도시, 백제왕도라는 브랜드를 갖게 되었다. 이제 익산은 공주, 부여와 함께 백제의 왕도로 불린다. 세계유산 등재를 통해 백제 왕도 익산이 1400년전의 영광과 번영을 되찾기를 바랬던 어른 김삼룡 선생의 지독한 익산사랑이 화려한 결실을 맺게된 것이다.

지난달 중순, 익산시가 미륵사지부터 왕궁리유적까지의 길을 명예도로 ‘문산 김삼룡길’로 명명하고, 미륵사지 앞에서 시민들을 모시고 ‘문산 김삼룡길 표석 제막식’을 거행했던 것도 어른 김삼룡 선생에 대한 작은 보답이며, 선생을 잇는 또 다른 어른을 기다리는 마음의 표시가 아니었을까 한다./문이화(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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