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바람이 선선히 불던 어느 날, 경기도 광주 경안동 골목 어귀에서 독특한 기운을 풍기는 작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동춘네’. 이름만 들어도 왠지 마음이 풀어지는 이곳은, 요즘 젊은 미식가들 사이에서 ‘제철 한식주점’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는 곳이다. 제철 식재료와 지역 술안주의 조화를 통해 사람과 사람, 계절과 공간을 잇는 ‘따뜻한 식탁’을 지향한다. 석광민 대표를 만나 그 철학을 들어봤다.
Q. ‘동춘네’는 어떤 공간인가요?
“한 마디로 말하면 ‘지금 가장 맛있는 걸 편안하게 먹는 공간’입니다. 한식을 어렵게 풀거나 새롭게 해석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지금 이 계절에 가장 맛있는 재료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내면 좋을지를 고민했죠. 꾸미기보다 덜어내는 데 집중합니다. 술도 음식도, 사람도 편안한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Q. 동춘네가 강조하는 제철 식재료는 어떤 방식으로 발굴하나요?
“제가 직접 다닙니다. 전국 각지를 돌며 장을 보고, 생산자들을 만나고, 맛을 확인합니다. 그렇게 확보한 재료는 단지 신선함 때문만이 아니라, 그 지역의 풍토와 사람, 이야기를 함께 담고 있죠. 그리고 그 재료들을 저희만의 스타일로 조리해 ‘팔도주안’ 한 상에 담아냅니다. 그래서 동춘네의 식탁은 제철과 지역, 술, 사람이 연결되는 자리라고 할 수 있어요.”
Q. 요즘 미식 트렌드는 비주얼과 테크닉 중심인데, 동춘네는 좀 다른 길을 걷는 것 같네요.
“맞습니다. 우리는 ‘기교보다 계절, 정형성보다 정직함’을 우선합니다. 물론 아름다운 플레이팅이나 정교한 기술도 요리의 일부죠. 하지만 음식의 본질은 맛이고, 그 맛은 결국 재료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저희는 ‘재료를 해치지 않는 조리’를 최우선 가치로 둡니다. 누군가는 투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만큼 진실한 맛이 남아요.”
Q. 브랜드명 ‘동춘네’는 어떤 사연에서 비롯됐나요?
“제 할머니 성함이 ‘정동춘’ 여사셨습니다. 어릴 적 봄이면 할머니는 산에서 직접 나물을 캐와 상을 차리셨고, 그 상 위엔 늘 제철의 온기가 가득했어요. ‘동춘네’는 그 시절 기억의 연장선입니다. 간결하면서도 오래가는 이름, 따뜻함이 느껴지는 이름이었으면 했죠.”
Q. 메뉴 구성에도 나름의 원칙이 있을 것 같습니다.
“네, 네 가지 기준이 있습니다. 첫째, 지금 이 계절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재료일 것. 둘째, 가장 맛이 절정인 시기일 것. 셋째, 조리 과정에서 재료 본연의 결을 훼손하지 않을 것. 넷째, 손님이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을 것. 이 기준 안에서 메뉴는 유동적으로 바뀝니다. 그래서 한 달 뒤 오시면 전혀 다른 맛의 한 상을 경험하실 수도 있어요.”
Q. 혼자서 이 모든 걸 운영하시나요?
“혼자였다면 절대 불가능했죠. 저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춘 셰프팀과 직원들이 있습니다. 동춘네는 함께 고민하고 함께 움직이는 팀워크 기반의 브랜드입니다. 저는 방향만 제시할 뿐, 실제로는 팀이 매일매일 그 테이블을 차리고 있어요. 음식은 결국 협업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Q. 동춘네가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누군가의 기억에 오래 남는 공간이 되는 것이 저희의 바람입니다. 특별히 거창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냥 바쁜 하루 끝에 들러 마음을 풀 수 있는 한 잔과 따뜻한 안주가 있는 곳, 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때 그 맛’이 떠오르는 식당. 그런 공간이 되고 싶습니다.”
Q. 마지막으로 손님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앞으로도 동춘네는 계절이 주는 정직한 재료와 그 본연의 맛을 담는 데 집중하겠습니다. 음식은 사람을 잇고, 기억을 남기며,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자리를 계속 지켜나가겠습니다. 와주시는 분들께, 따뜻한 한 상이 되길 바랍니다.”/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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