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완주·전주 통합 논의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사실상 멈춰 섰다.
이는 갑작스러운 변화가 아니라, 처음부터 예견된 흐름이었다.
완주군민들과 충분한 대화를 거치지 않은 통합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선 8기에서 통합이 좌초된 것은 완주의 정체성과 미래를 지키기 위한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무엇보다 통합은 완주에 실익보다 손실이 더 큰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완주는 농촌과 도시,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구조를 지닌 지역이다.
이러한 완주가 전주 중심의 광역도시 체계에 편입될 경우, 농촌·읍면 지역의 소외 심화가 불가피했다.
인구가 집중된 도시 지역으로 행정·재정 우선순위가 이동하게 되면, 완주가 그동안 추진해온 지역개발의 속도 또한 늦어질 가능성이 컸기 때문이다.
혁신도시, 산업단지, 관광자원 등 완주가 축적해온 성장 기반 역시 통합 이후 ‘광역 균형’이라는 명분 아래 변방으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전주시의 재정 부담 문제는 통합 반대의 가장 분명한 근거 중 하나가 됐다.
전주시는 최근까지 대규모 도시 인프라 확충과 공공사업 투자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다.
반면 완주는 상대적으로 재정이 안정적으로 유지해 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합이 이루어질 경우 전주의 부채 부담까지 완주가 함께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작금의 현실을 보면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 오고 있음을 완주군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통합 후 재정 우선순위가 전주 도심 문제 해결에 집중되면서 완주의 예산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완주 고유의 발전 전략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통합이 완주에 특별한 이익을 보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재정적 위험까지 동반한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확인된 사실이며, 완주군민 모두가 잘 알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번 통합 논의가 멈춘 이유를 정치적 판단으로만 해석하는 것도 옳지 않다.
진짜 원인은 현실에 있었다. 주민 여론은 통합에 우호적이지 않았고, 타당성 조사와 실행 계획 역시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통합이 완주에게 어떤 미래를 보장할 수 있는지 명확한 근거가 부족했다.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논의를 밀어붙일 수는 없는 것이다.
이번 통합이슈를 통해 많은 것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완주군민의 동의 없는 통합은 추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지난 25일 우범기 시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선 8기에서는 통합이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인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을 내며, 전주시 발전을 위해 민선 9기에서 김제, 익산, 임실 등과의 통합을 통해서라도 전주시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식의 발언을 이어갔다.
또한, 통합논의에서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했던 김관영 도지사는 통합이 무산이 된 상황에서 완주군민들의 분열을 초래한 것에 대한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월세계약 만료를 핑계로 ‘완주살이’를 마친다고 한다.
통합을 추진한 정치인들의 책임있는 모습은 단 하나도 찾아 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통합을 원한다면, 향후 완주군민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와 의견 수렴, 현재 완주군에서 추진하는 사업에 대한 지원 등에 대해 명확히 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통합 논의를 되돌아보면, 더 중요한 교훈은 ‘전북특별자치도 전체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라는 점에 있다.
앞으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앞으로 어떤 사업과 정책을 펼쳐가든 제일 중요한 것은 도민과의 깊은 소통, 충분한 참여, 사전에 신뢰를 쌓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사안일수록 행정적 판단이나 정치적 구호가 아닌 주민의 동의와 공감이 가장 강력하고도 안정적인 추진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통합 중단은 단지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북특별자치도가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 어떤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정책의 중심에 두는 과정이 필요하다.
도민과의 신뢰 속에서 추진되는 정책만이 지속가능한 전북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례를 통해 명확히 확인한 것이다.
/심부건(완주군의회 자치행정위원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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