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 위기 시대, 환경 지키는 벼농사 기술 전국 확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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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우려가 커지면서 벼농사에도 새로운 기술적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그중 ‘써레질’은 많은 물과 에너지를 소모하는 벼농사의 핵심 작업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는 논에 물을 가득 대고 흙을 부드럽고 평탄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하지만 최근 잦아지는 가뭄과 불규칙한 강우로 인해 이러한 방식은 지속 가능성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주목받고 있는 대안이 ‘마른논 써레질’이다. 이 방식은 논에 물을 대기 전에 마른 상태에서 경운, 로터리, 균평 등 정지작업을 완료한 후 담수와 이앙을 진행하는 것이다. 기존 방식 대비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한 환경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무엇보다 이 기술의 핵심 가치는 ‘비점오염 저감’에 있다. 기존 무논 써레질은 농번기 동안 흙탕물과 영양물질이 하천으로 유입되어 수질 오염과 녹조를 유발한다. 반면, 마른논 써레질은 써레 작업 시 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탁수 유출이 거의 없고, 담수 시점에도 흙이 안정화된 상태여서 오염물질 유출이 현저히 감소한다. 이는 농업이 오염의 원인이 아닌, 환경보전의 주체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방식은 장기간 담수로 인해 토양 내 유기물이 환원되면서 메탄이 다량 발생하지만, 마른 상태에서 흙을 먼저 정지하고 이후 담수하는 방식은 환원 조건을 억제해 메탄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이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저탄소 농업 실현과도 궤를 같이한다. 실제로 마른논 써레질을 적용하면 벼 뿌리의 생리적 활력도 높아져 생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현장 적용성 또한 높다. 마른논 써레질은 기존의 트랙터, 로터리 등의 장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어, 별도의 장비 투자 없이도 도입이 가능하다. 논을 간 뒤 마른 상태에서 정지작업을 마치고 일정 기간 안정화를 거쳐 담수와 이앙을 실시하면 되기 때문에, 고령농이나 소규모 농가도 실천이 어렵지 않다.

이러한 장점 덕분에 마른논 써레질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 중이다. 전남·북, 충남·북, 경남·북 등 시범사업을 통한 현장 확산이 활발히 진행 중이며, 농가에서는 작업 효율 향상과 환경 기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은 이 기술의 체계적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지역별 실증 연구는 물론, 재배 유형별 표준 작업 체계 마련, 시군 지도사 교육, 농업인 대상 실습 프로그램 등 현장 밀착형 기술 확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다만, 전국적 확산을 위해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지역별 토양 특성과 기후 조건에 맞춘 실증 연구가 지속돼야 한다. 둘째, 기술 교육과 재배유형별 매뉴얼 보급이 필요하며, 셋째, 정책적 인센티브와 작업 기계 지원체계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이제는 국민 모두가 농업기술의 진화와 그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가 매일 먹는 쌀이 어떤 방식으로 생산되는지, 그리고 그 방식이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농업은 단순한 생산의 영역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농업은 생존의 기술이자 환경을 지키는 해결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벼 마른논 써레질 재배기술은 그 전환의 실천적 출발점이다. 오늘의 선택이 내일의 지속 가능한 식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한다.

/국립식량과학원 재배생리과 농업연구관 윤종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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