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우리는 해마다 같은 걱정을 반복하는가. 겨울이면 조류인플루엔자가 들려오고, 겨울이 지나면 아프리카돼지열병과 럼피스킨병 등이 농가를 긴장하게 만든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다양한 가축전염병이 상시적으로 발생하지 않았다. 어떤 질병은 존재조차 알지 못했고, 알던 질병도 특정 지역이나 시기에만 나타나는 것으로 여겨졌다. 20여 년 전 수의학을 공부하던 시절만 해도, 농장을 출입할 때 특별한 방역 조치 없이 축사에 드나들 수 있었고, 구제역 같은 질병은 교과서에서나 접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럼피스킨병(LSD), 구제역(FMD) 등 다양한 전염병이 계절과 지역에 관계없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위협을 넘어 축산업의 구조 자체를 흔드는 현실적인 위험이 됐고, 축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병원체는 사람, 차량, 장비, 야생동물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농장 안으로 들어온다. 한 번 발생하면 대규모 살처분, 축산물 생산 중단, 유통 차질 등 연쇄적인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다. 이제는 아무런 조치 없이 가축과 접촉하던 시대는 지났으며, 방역 조치 없이는 축산 현장에 접근조차 어렵다. 전염병의 감염 여부는 농장 현장에서 방역 수칙을 얼마나 철저히 이행했느냐에 달려 있고, 방어 체계의 존재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전제 조건이 됐다.
방역은 거창한 방역시설을 갖추는 것보다 지금 있는 시설을 잘 운영하고 정해진 방역 수칙을 실천하는 작은 부분에서부터 시작된다. 농장 전용 장화와 작업복을 구분하고, 축사 출입구에 전실을 둬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기본이다. 외부 방문자도 예외 없이 출입 절차를 따라야 하며, 출입 동선을 철저히 관리해 오염 물질의 유입을 막아야 한다. 특히 양돈장과 양계장처럼 감염에 민감한 축종의 농장은 샤워 시설을 갖춘 출입 통제로 모든 출입자에게 동일한 위생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새로운 가축이 들어올 때는 반드시 사전 검사를 실시하고, 일정 기간 격리 사육하면서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출하 시에도 외부 차량이 농장 내부에 직접 접근하지 않도록 별도의 출하시설을 마련하거나, 비접촉 방식의 인계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권장된다. 사료나 소모품도 소독을 거친 후 축사 내로 반입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일정 규모 이상의 전업화된 농장일수록 이러한 방어 조치의 수준은 높아져야 하며, 관련 법령에 따른 시설 기준의 철저한 이행이 요구된다.
국립축산과학원도 연구 현장에서 차단 방역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 가축사육시설은 승인받은 사람만 출입 가능하며, 돼지나 닭 사육 시설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샤워를 포함한 위생 절차를 추가로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지침은 단순한 형식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는 운영 기준이며, 이를 숙지시키기 위한 반복 교육과 점검도 정기적으로 이루어진다. 최근에는 이러한 방역 조치의 실효성 및 효과를 육안으로 확인하기 위해 지표물질을 활용한 방역수준 평가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방식은 향후 축산농장 전반에 도입되어 농장주가 스스로 방역 상태를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는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농장이 이상적인 수준의 방역시설을 갖추기에는 여러 현실적 제약이 따른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시설이라도 실천이 빠지면 무의미하다. 방역은 단발적인 조치가 아니라, 매일 아침 장화를 갈아 신는 습관 속에서 시작된다. 감염병 유입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은 농장주가 반드시 해야 할 우선 과제이며, 방역 실천은 농장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핵심 전략이다. 반복되는 가축전염병 시대, 그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실천에 있다.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가축질병방역과 강석진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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