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전주문인협회에 가장 큰 화제(話題)로 대두된 것은 덕진공원에 있던 3기의 시비 이전문제였다. 신석정 시인, 신근 시인, 이철균 시인 등 3기의 시비가 덕진공원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인근에 조성하는 Memorial park로 옮겨졌기 때문이다. 특히 사전에 문인협회와 협의가 없었던 까닭에 전주지역 문인뿐만 아니라 전북지역 문인들과 사회단체, 고등학교 동문까지 나서서 전주시 행정을 비난하였다.
필자는 소관 부처에 시비 이전에 반대하는 공문을 발송하였다. 덕진공원은 전주를 대표하는 공원이지만 단순히 휴식공간만의 기능이 아니다. 전주시민, 전북도민, 그리고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까지 덕진공원을 찾는 이유는 역사성을 가진 특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주에서 배출된 인물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주를 대표하는 동상이나 시비 하나 없다면 얼마나 우스운 일이겠는가? 시비와 동상은 세계 유서 깊은 도시에는 모두 존재하고 시민들의 자부심을 갖게 하며 관광객들로부터 찾아오게 하는 역할을 한다. 도시에서 만나는 역사 인물은 당연히 특별한 만남이 되고 추억이 된다. 그러므로 도시마다 동상이나 시비를 건립하는 것은 도시의 역사성을 의미하는 것이고, 품격을 높이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그동안 3기의 시비가 전주시민의 발길을 막은 적이 없고, 덕진공원에서 진행하는 행사를 방해한 적이 없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덕진공원에 조성된 3기의 시비로 인해 그동안 문학단체와 문인들은 매우 큰 분노와 노파심을 가졌었고 모 소설가는 시청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였고, 언론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비중있게 보도하였다.
도시와 공원은 긴밀한 관계로 사람을 중심으로 기능하는 대표적인 장소이다. 따라서 도시마다 공원을 조성하고 공원에는 도시를 대표하는 인물이나 상징적인 조형물을 설치하여 기념하고 있다. 특히 시비(詩碑)는 도시와 관련된 시인을 알리는 것과 시(詩)를 가진 가치와 기능에 있다. 시는 짧은 문장으로 감동을 주고 문학적 감수성으로 심리적 안정감과 정서순환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감정에 순기능을 하기 때문에 과학기술로 무장한 도시에서 우선적으로 설치하고 있다. 또한 시비는 거의 돌을 다듬거나 금속을 이용해 세우는 까닭에 조형적으로 미술 분야이고 새긴 글씨는 서예로 예술성이라는 동시성을 가졌다.
대도시에서는 도시에 유명 인물의 동상을 세우고 시비를 세워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도시를 여행할 때 시비나 동상 때문에 오는 것은 아니지만, 여행지에서 만나는 역사인물로 감동을 받기도 한다. 관광객 중에는 시비(詩碑)순례를 하는 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덕진공원에 모셔진 신석정 시인은 창씨개명에 저항한 시인이자 목가적 시인으로 유명하며 우리 지역 대표적인 시인이다. 신근 시인은 우리 지역 1세대 시인으로 전주고등학교 등에서 교사로 재직하며 많은 제자를 길러냈다. 이철균 시인도 같은 시대 활동했던 분으로 <한낮에>, <감꽃> 등 작품이 교과서에 실려 전해오고 있다. 이들은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 서정주 등과 함께 활동하며 우리 지역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전북문단을 이끌어오고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선구자적인 시인으로 1980년대와 1990년 초반에 문인과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덕진공원에 시비를 세웠다.
전주시에서는 문인협회와 지역 여론의 염려하는 바를 충분히 이해하며 덕진공원에 산재된 시비, 미술 조형물과 기타 조형물을 한곳으로 옮기어 기념하고자 하는 의미였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장소 선정과 행정절차에 있어 미진한 부분에 대해서 재고하여 추진하겠다고 대답하였다. 그리고 전주시에서는 ‘도시정원’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으며 전주시를 문화도시로 위상을 높이려는 계획에 가칭 ‘문학공원’을 기획하고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번에 논란이 된 시비는 모두 원위치하여 시민들이 지속적으로 문학적 향수를 향유하는 아름답고 품격있는 덕진공원으로 조성한다고 했다.
덕진공원은 전국으로 이름난 전주를 대표하는 공원이다. 이 공원에 시비가 있다는 것은 자랑임에 틀림없다. 이제 시비(詩碑)로 시비(是非)하지 말자./김현조(전주문인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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