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존엄을 지키는 도시, 전주: 노인학대 예방과 보호를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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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길거리 곳곳에서 지팡이를 짚은 어르신을 마주치는 일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문제는 단순히 노인이 많아지는 데 있지 않다. 함께 늘어나고 있는 ‘노인학대’라는 그늘 때문이다. 인간의 생애에서 가장 평온해야 할 노년기가 폭력과 방임 속에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면, 그것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사회의 실패라 할 것이다.



노인학대는 신체적 폭행만을 뜻하지 않는다. 언어폭력, 정서적 학대, 경제적 착취, 돌봄의 방임 등 다양한 형태로 일상의 틈새에 스며든다. 문제는 이러한 학대가 가정 내부에서 은폐되는 경우가 많아, 피해가 드러날 때는 이미 깊은 상처로 번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자녀가 부모를, 보호자가 피보호자를 해치는 끔직한 뉴스를 종종 접한다. 그러나 통계는 그보다 더 냉정하다. 눈에 띄지 않는 학대는 여전히 늘고 있고,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노인들은 조용히 고통 속에 놓여 있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전주시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1년 1월 15.06%에서 2025년 1월 18.59%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는 초고령사회 기준인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 속도가 전국 평균보다 빠른 셈이다. 노인 인구가 급증하는 만큼, 노인학대의 문제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2024년 자료에 따르면 전북 전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299건으로 이 중 전주시가 87건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전주시가 ‘노인친화도시’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정작 어르신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기반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운영하는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가 전주에 소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단 6명만 수용 가능한 수준에 그치며, 전주시가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별도의 보호시설이나 대응 사업은 전무하다. 학대 피해 노인을 보호할 최소한의 울타리조차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학대의 재발률도 높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복지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며, 우리 공동체의 윤리적 경계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경고이다. 노인의 존엄은 곧 사회의 품격이다. 노년의 삶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어느 누구의 미래도 안전할 수 없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의원은 지난 7월 「전주시 노인학대 예방 및 보호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이 조례안은 노인학대의 예방과 조기발견, 피해 노인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조례에는 학대 피해 노인을 정책 수립과 실태조사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지역 내 경찰, 의료기관, 복지시설, 시민단체 등과의 협력체계 구축에 관한 사항과 행정의 적극적인 사업 추진을 위한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이번 조례는 단지 법률적 장치 하나를 만든 것이 아니다. “존엄하게 늙을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자, 전주시가 고령사회에 진정으로 준비된 도시로 나아가기 위한 출발선이다. 노인은 과거의 시민이 아니라 오늘의 시민이며, 그들의 안전과 행복은 곧 우리의 미래다. 노년이 행복한 도시는 곧 모든 세대가 안전한 도시이다. 그 길의 시작은 바로, 노인학대를 외면하지 않는 우리 모두의 관심과 연대에서 비롯된다.



이제 행정과 의회, 그리고 시민이 함께 해야 한다. 가정과 이웃, 복지시설과 지역사회가 함께 어르신의 삶을 살피고, 학대의 징후를 조기 발견하여 개입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전주는 언제나 따뜻한 공동체를 자랑해 왔다. 그 정신이 노년의 삶에도 스며들어야 한다.



노인학대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외면하는 그 순간,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가 상처받고 있을지 모른다. 존엄한 노년이 존중받는 전주, 폭력이 아닌 돌봄이 일상이 되는 도시를 만드는 일, 그것이 이번 조례 제정의 진정한 의미이다. 본 의원은 앞으로도 시민의 대표로서, 어르신 한 분 한 분이 존중받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제도의 문을 열고 예산의 다리를 놓으며, 전주시의 복지정책이 사람의 품격을 지켜내는 데 쓰이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온혜정(전주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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