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기후재정이 없는 탄소중립은 허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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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가 더 이상 환경의 문제가 아닌 ‘지역의 생존 문제’로 직결되고 있다.

이상기후로 인한 집중호우, 가뭄, 폭염, 산불 등 재난이 일상화되면서, 중앙정부의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해졌다. 이제는 지방정부와 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하는 ‘생활권 단위의 기후거버넌스’가 절실한 시점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월 1일 출범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의미가 남다르다고 볼 수 있다.

기후위기를 단순한 환경 이슈가 아닌 국가 생존전략으로 격상시키며, 경제·에너지·환경을 통합적으로 다루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인식의 대전환이자, 거버넌스의 혁신이라 평가할 만하다.

특히, 지역 단위에서의 탈탄소·재생에너지 전환, 녹색산업 육성, 농업·산림 부문의 기후적응 등 다양한 부문 정책이 통합적으로 조정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대고 있으나, 이러한 전환의 성패는 결국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와 재정 자율성 확대에 달려 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출범사에서 앞으로 5년이 우리의 생존을 가를 골든타임임을 강조하며, ▲전 분야 탈탄소 로드맵 마련 ▲시장 기반의 감축전략 강화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체계 전환 ▲탄소중립 산업 육성 ▲기후 안전망 구축 ▲국민 환경권 보장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기후재정 체계’가 함께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실 국가 차원에서는 이미 법적 기반이 마련되어 있었다.

2021년 제정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온실가스 감축을 재정 운용에 반영해야 함을 명시했다. 이어 같은 해 「국가재정법」과 「국가회계법」이 개정되어, 정부 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예·결산에 반영하는 제도가 2023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문제는 지방정부에는 동일한 제도적 기반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지방재정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지방회계법」 등이 아직 개정되지 않아, 지방정부는 자체 예산을 기후위기 대응 방향으로 운용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지난 9월, 기후위기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 등 기본권을 직접 위협한다며 지방재정법 개정을 통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제’ 전국 도입을 권고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역시 “중앙정부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유지하되, 지방정부와 시민사회가 참여할 수 있는 다층적 조정 구조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련 법안은 여전히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으로, 22대 국회가 스스로를 ‘기후국회’라 자임하면서도, 기후재정의 기본 골격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는 명백한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런상황 속에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적으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완주군을 비롯해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은 선도적으로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법적 근거와 통일된 시행지침이 없는 탓에, 현장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한계가 많다.

중앙정부의 선언만으로는 단 한 톨의 탄소도 줄일 수 없다.

지방이 움직이지 않으면, 탄소중립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뿐인 것이다.

이제는 말이 아닌 제도와 예산으로 보여줄 때다.

기후위기 대응의 최전선에 있는 지방정부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사업을 실질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지방의 기후재정 역량을 강화할 종합 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국회는 「지방재정법」, 「지방회계법」,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을 조속히 개정하여 전국 지자체의 ‘온실가스감축인지 예·결산제’를 법제화해야 한다.

아울러 지방교부세 산정 기준에도 온실가스 감축 실적이나 기후예산 반영 정도를 포함시켜, 지방정부가 적극적으로 기후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유인해야 할 것이다.

완주군의회는 이러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지역이 중심이 되는 탄소중립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으며, 지난 임시회에서 해당 사항을 담은 건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해 관련기관에 송부했다.

필자가 건의문을 대표발의 한 것은 지금 이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한다면, 다음 세대에게 줄 수 있는 미래는 없기 때문이다.

이 작은 실천이 전국으로 확산되어, 기후인지 예산제도의 제도화와 지역 주도의 녹색전환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완주군의회 자치행정위원회 심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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