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년 전, 이재명 대통령은 [알릴레오 북스〕에 출연하여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라는 소설집을 가장 좋아하고 작가를 존경한다고 했다. 진행자 유시민 작가와의 대화에서 윤흥길 소설가를 한 번 만나 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안동 저 깊은 산골에 살다가 성남시 달동네로 이사 온 소년의 경험과 소설 속 주인공의 처지가 자신의 삶과 같다고 했다. 소설이 곧 ‘삶의 현장’이라는 말과 함께.
소설가 윤흥길을 아는 젊은 세대가 많다. 왜? 「소라단 가는 길」을 비롯한 작품이 중고등학교 국어와 문학 교과서에 가장 많이 실린 작가이기에. 거기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시행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 그리고 수능 모의고사에도 최다 출제된 작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디 그러기만 하겠는가? 선생의 작품이 많은 독자들에게 공동체의 문제나 윤리의식 그리고 표현방식에서의 재미가 공감을 자아냈기 때문일 것이다. 거기다 아름답고 정확한 모국어로 서술되어 있다는 것을 공들여 읽은 눈 밝은 독자는 안다.
익산시 한가운데 영등동에는 ‘소라단’ 숲이 있다. 소설 속 바로 그 공간이다. 시민들은 ‘익산시의 허파’라 말하는데, 여기 공원이 생겼다. 일몰제에 따른 아파트가 들어서기 위한 복잡한 과정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공원은 꽤 넓고 쾌적하다. 어린아이의 시점 속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 파괴를 따뜻하게 그려낸 작품 공간 ‘소라단’에 윤흥길 작가의 문학관이 들어선다면?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정체성과 딱 들어맞는 공간일 것이다.
작가에게 고향은 민감한 고백이다. 유명 작가의 경우 고향 자체가 주요한 콘텐츠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윤흥길 선생은 태어난 곳은 정읍이고, 성장한 고향은 익산이라 말한다. 이리초등학교, 이리동중학교 그리고 원광대학교 국문과 거기다 춘포초등학교에서 첫 교사생활을 한 곳이고 또한 익산은 13대 할아버지부터 세거하기 시작한 곳이라는 것을 작가와의 대화에서 들은 적이 있다.
선생은 10여 년 전에 소양에 자리를 잡으셨다. 거기서 두문불출하면서 5권의 『문신』을 완결하였다. 귀소본능을 다룬 이 작품은 제2회 장흥문학상과 제28회 한국가톨릭문학상을 수상한다. 더 기쁜 것은 이 소설이 품고 있는 구슬 같은 전라도의 언어만을 추려 김병선 교수가 『문신어사전』을 준비 중이라 들었다.
철도도시 익산은 한국 근현대 역사 속에서 서사적 에너지가 응축된 도시다. 오가는 사람의 이야기가 많기 때문이다. 익산 소라단에 문학관이 생긴다면 거기에는 ‘윤흥길’이란 한 정신의 탄생이 드러나는 그리고 그 정신이 유지되는 장소박물관이 될 것이다. 소설 속 소년이 드나들던 이리역과 종탑이 있던 교회 등의 공간이 작품과 함께 형상화되면 익산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의미있는 라키비움이 되지 않을까? 글쎄, 이리(裡里)만 드러나겠는가? 한국 전쟁 이후 근현대를 달려온 대한민국 중소도시의 따뜻한 과거의 전형이 들어 있을 터.
대통령을 찾고 교과서에 가장 많은 작품이 실린 작가라는 말로 선생의 빛을 드러낸 일, 조금은 민망한 일이다. 익산시는 소라단에 윤흥길문학관을 완성하고서 이재명 대통령을 초대하시라. 나무 한 그루 심고 두 분이 따뜻한 점심 한 그릇 드시면서 정을 나누면 복된 시간이 되리라. 소라단! 윤흥길문학관이 들어설 정말 좋은 자리다. /신귀백(영화평론가·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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