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북의 가을은 축제의 계절이다. 농경과 음식, 예술을 주제로 한 다양한 축제가 곳곳에서 열리며 도시마다 고유한 이야기로 손님을 맞는다. 그러나 해마다 반복되는 흥행 위주의 기획은 축제를 지역민의 축제가 아닌 관람객 중심의 이벤트로 전락시켰다. 이제 축제는 ‘얼마나 크냐’가 아니라 ‘얼마나 내실 있게 만들어졌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 지역이 내세우는 모토가 국내외 방문객에게 공감과 보람, 그리고 유익으로 작용해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마음을 남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민이 축제의 주인공으로 나서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사람과 사람, 지역과 세계를 잇는 공공외교의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
공공외교는 더 이상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생활문화와 따뜻한 환대, 그리고 이야기의 힘을 통해 국내외 방문객에게 지역의 진심을 전하는 모든 행위가 곧 외교다. 한국홍보대사협회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주민을 지역 홍보대사로 양성하고, 축제를 공공외교의 장으로 전환하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축제 현장에서 주민은 지역문화를 전하는 주체로, 방문객은 그 이야기를 배우고 나누는 동반자로 만난다. 관람의 공간이 ‘참여의 공간’으로 바뀌는 순간, 축제는 살아 있는 외교의 현장이 된다.
전북은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축제의 다양성과 문화 잠재력을 지닌 지역이다. 그러나 규모의 경쟁을 넘어 관계 중심의 외교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주민이 스스로 지역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 출발점으로 전주와 고창은 전북형 공공외교의 가능성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전주는 생활문화가 축제 속 일상에서 외교의 언어로 작동하는 도시다. 2012년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전주는 미식과 체험, 스토리를 결합한 축제를 통해 생활문화 외교의 길을 열어왔다. 전주비빔밥축제는 도시의 정체성을 선명히 드러내고, 전주막걸리축제는 전통주를 매개로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어울리는 장을 연다. 비빔밥과 막걸리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시민과 방문객이 함께 배우고 소통하게 만드는 문화의 언어다.
고창은 생태와 전통, 공동체의 서사가 조화를 이루는 지역이다. 1974년 군민의 날 행사로 시작해 2005년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된 고창모양성제는 주민이 성곽을 돌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답성놀이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고창군은 2013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으며, 군 전역이 지정된 국내 최초의 사례로 상징성이 크다. 올해로 52회를 맞은 모양성제는 역사와 자연, 주민의 참여가 어우러진 스토리텔링 외교의 현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지역축제는 주민 중심의 외교형 축제로 진화해야 한다.
첫째,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는 인재를 체계적으로 선발하고 양성해야 한다. 주민, 예술인, 축제 실무자 등 지역의 얼굴이 되는 사람들을 교육해 대외적으로 지역을 대표하는 홍보대사로 키워야 한다.
둘째, 지역 홍보대사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 지역민뿐만 아니라 그 지역을 사랑하고 애정을 가진 외부인도 함께 홍보대사로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시스템이 필요하다. 주민과 방문객이 상호학습의 관계로 연결될 때 축제는 지속성과 품격을 동시에 확보한다.
셋째, 다국어 브리핑 자료와 지역 스토리텔링 콘텐츠를 표준화해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지역을 세계에 소개할 수 있도록 영상, 해설문, 시각자료를 통합한 공공외교형 콘텐츠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반 위에서 임실, 순창, 남원, 부안은 물론 김제, 정읍, 군산, 익산 등 도내 모든 자치단체가 각자의 강점을 살려 축제를 공공외교의 장으로 발전시켜 나갈 때, 전라북도 전체가 세계와 관계 맺는 민간외교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축제의 품격은 주민에게서 비롯된다. 한국홍보대사협회는 전라북도의 모든 자치단체들과 함께 “홍보에서 외교로, 관객에서 주인공으로”의 전환을 실천할 것이다. 세계로 향하는 새로운 전북의 길, 그 중심에는 언제나 민간 외교사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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