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글쓴이 김헌수, 그린이 김민하, 펴낸 곳 브로콜리숲)'은 세상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빛처럼, 낯설고도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첫 동시집이다.
고래의 귀지, 비 오는 날 우산의 마음, 빗방울이 전하는 편지 같은 사소한 일상에서 새로운 표정을 길어 올린다. 사람과 동물, 사물과 자연까지 서로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우리가 놓치던 ‘세상의 비밀’을 동심의 언어로 펼쳐낸다.
표제작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은 이 시집의 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시인은 텔레비전에서 본 “흰긴수염고래 귀지에는 고래 일생이 들어있대”라는 사실을 아이의 시선으로 받아들인다. 그러고는 자신의 귀지 속에 “어제 투덜거린 말/ 똥개라고 놀린 말/ 씩씩대며 웅웅거린 말”이 쌓여 있는 듯 상상한다. 사소한 몸의 일부를 통해 ‘하루하루의 기록’이라는 삶의 본질에 다가가는 순간, 동심은 깊은 성찰로 확장된다.
'빗소리라도 들었으면'에서는 석 달 넘게 우산꽂이에 갇혀 있던 우산들의 마음을 헤아린다. “돌돌 말린 아빠 우산은 입이 바싹 말랐다/ 살 하나 부러진 동생 우산은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있다”는 표현은, 단순히 사물의 묘사를 넘어 가족의 모습과 감정을 비추는 거울처럼 읽힌다. 우산조차 답답해하는 시간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일상과 마음을 돌아보게 된다.
또 다른 시 '유기견 보호소에서'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았다. 버려진 강아지는 “나는 고속도로 갓길에 던져졌다가 살아났어”라 고백하며, “혹시 날 찾으러 오진 않을까?” 하고 묻는다. 아이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절절한 물음은 독자의 가슴을 아프게 두드린다.

그러나 이 시집은 단지 슬픔에 머물지 않는다. '같이 뛰어볼래'에서는 벼룩의 시선으로 “작아도 높이뛰기 잘하는 나는/ 늘 새로운 뛰기로 세상을 바라보지”라며 용기와 희망을 전한다. 작은 존재라도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는 긍정의 메시지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때로는 마음이 찡해지는 순간을 만난다. 이 동시집은 어린이 독자들에게는 공감과 상상의 기쁨을, 어른 독자들에게는 잊고 있던 순수와 따뜻한 감각을 돌려줄 터이다.
이렇듯 김헌수 시인의 동시는 아이들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보게 만들고, 사소한 존재에게 귀를 기울이는 법을 가르쳐 준다.
“내 귓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날, 세상의 목소리가 이렇게 들려오는구나!” 작고 소중한 비밀들을 만나고 싶은 독자들에게 권한다.'작은 것들에 귀를 귀울이고 싶었다'
시인은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다른 빛깔로 말하지 않을게', '조금씩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 시화집 '오래 만난 사람처럼', '마음의 서랍', 포토포엠 '계절의 틈'이 있다. 현재 전북작가회의와 완주인문네트워크에서 활동하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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