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길목]한국형 문화도시는 가능한가

기사 대표 이미지

‘문화도시’라는 말이 낯설지 않다. 문화도시 사업을 국가정책사업으로 추진한 것은 문재인 정부이지만 그 이전부터 문화도시는 여러 도시들이 지역문화정책의 비전이자 전략 목표로 삼아 왔기 때문이다.

전라북도에는 완주, 익산, 고창 등 문재인정부에서 지정된 3개의 법정문화도시와 윤석열정부에서 대한민국문화도시로 지정한 전주 등 대한민국 정부로부터 공인된 4개의 문화도시가 존재한다.

문화도시 사업은 유럽의 문화도시, 문화수도, 창조도시 등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유럽의 문화적 도시재생사업들은 유럽의 경제와 산업구조가 노동집약적 제조업 중심에서 지식정보산업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기존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하에서 번영하던 도시들이 급격히 쇠락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문화관광산업을 일으켜 도시의 활력을 되찾자는 취지로 등장하였다. 그래서 주로 사업이 지역의 역사적 자산에 기초한 도시경관을 회복하고, 문화예술 명소를 새로운 도시 랜드마크로 만들며, 관광객을 유인하기 위한 축제나 문화예술·관광이벤트를 촉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다.

유럽 문화도시 모델은 우리나라 문화도시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모든 문화도시들이 비슷비슷한 축제, 거리공연, 문화시설 건립, 창의공간 구축, 문화향유사업, 문화·관광산업육성 등을 주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들은 이전 행정사업의 복사판이거나 연장선으로 도시들은 개성을 잃고 ‘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이 주는 감동마저 잃어버리는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가 K-문화를 주목하고 있고, 우리의 문화가 세계 시민에게 개성넘치는 문화로 인식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유럽 문화도시 모델과는 다른 한국형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려운 일일까? 우리의 관점에서 ‘문화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우선 유럽 문화도시 모델을 참고는 하되 그것이 문화도시의 전형인 것처럼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데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또 문화예술로 외부인을 유인하여 경제적 자산을 확보하고자 하는 유럽 모델과 달리 우리는 우리 도시에 현재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더 집중하는 것을 한국형 문화도시의 핵심으로 삼아보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 도시들은 대부분 급속한 도시화·산업화 과정에서 도시의 경관도, 시민의 삶도 획일화되고 표준화되면서 도시의 개성을 잃어버렸다. 문화도시는 우리가 잃어버렸던 개성이 넘치는 도시 경관과 시민의 삶을 회복하여 ‘지역의 개성을 담은 살아있는 생활 속 문화’를 만들어가면서 도시의 내적 서사로 재구성하여 지역의 고유한 문화 정체성으로 만들어가는 것으로 지향과 관점을 전환해 보자.

이렇게 문화도시의 지향과 관점을 전환하면 우선 해야 할 사업이 손에 잡힌다. 도시의 내적 서사를 회복하고 재구성하기 위해서는 도시의 오랜 역사와 공동체로서의 삶에 기반을 둔 주민의 기억과 상상력을 기반으로 우리의 이야기를 찾아내 도시의 정체성으로 구성해가야 한다.

또 지역 주민의 삶에 담긴 고유한 기억과 생활문화를 지역의 일상문화로 자산화하는 이 과정을 어떻게 지역주민 스스로 지역을 발전시켜 가는 과정으로 이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과정으로 발전시켜 가야 한다.

한국형 문화도시는 지역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발견할 수 있는가 없는가와 발견한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현대사회에서도 수용가능한 수준으로 재해석하여 미래의 정체성으로 가져갈 수 있는가에 그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축제를 열었는가’ 또 ‘얼마나 많은 문화시설을 지었는가’ 보다는 ‘얼마나 많은 시민이 도시의 주인이 되었는가’, ‘얼마나 많은 시민이 지역문화를 형성해가는 실질적 주체로 참여할 수 있었는가’에 주목하자. 지역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역주민이 만들어가는 도시, 그 길 위에서 ‘한국형 문화도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문윤걸(예원예술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교수)



전북을 바꾸는 힘! 새전북신문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