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방이 희망이다
지방소멸시대를 맞아 지자체마다 인구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지금까진 도시민 귀농촌이나 출산율 높이기 등 주민등록인구 늘리기에 집중했다면, 최근 들어선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나 통근하는 학생과 직장인 등 체류자를 늘리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주민등록지와 상관없이 오가는 체류자만 많아도 소멸위기에 몰진 지방을 살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다. 새전북신문은 창간 25주년을 맞아 이 같은 새희망의 싹을 틔우는 현장을 살펴봤다.<편집자주>
전주 풍남동은 전체 33개동 중 유일하게 소멸위험도가 가장 심각한 단계인 5등급(고위험)으로 평가된다. 현지에 사는 주민이 고작 3,600명 남짓한데다, 이마저도 40% 가량이 65세 이상 고령자이고, 청소년은 눈씻고 보려야 볼 수 없을 정도로 극소수인 탓이다.
하지만 해마다 무려 1,500만 명이 넘는 타지방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덩달아 골목상권은 연일 북적북적 하고, 부동산시장 또한 서울 강남과 비견되곤 한다. 곧 소멸될 운명이란 소멸지수 평가와는 완전 딴판이다.
바로,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한옥마을이 있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상 인구, 즉 현지 거주자는 적어도 관광객이 넘쳐나 지역경제가 잘 돌아간다는 얘기다.
“체류자 모셔라, 생활인구 늘리기 열풍”
지자체마다 인구정책이 급변하고 있다. 종전에는 귀농촌 유도나 출산율 높이기 등 주민등록인구 늘리기에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생활인구 확대로 그 무게 중심을 이동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생활인구는 기존 주민등록인구에 관광객을 비롯해 통학생과 통근자 등 체류인구까지 합산한 용어다.
거주자는 줄어도 도시는 되레 더 북적북적 한 전주 풍남동 사례처럼 체류자를 대폭 확대해 소멸위기를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전북사랑도민증 가입자 확대에 적극 협력해준 공무원들과 출향인들, 그리고 상생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해주신 가맹점주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백경태 전북자치도 대외국제소통국장은 지난 8월 말 ‘전북사랑도민증’ 가입자가 4만 명을 돌파하자 언론을 통해 이 같이 머릴 숙였다.
그러면서 “도민증을 통해 전북의 가치와 가능성을 더 크게 키워갈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전북사랑도민증은 체류인구 늘리기 정책사업 중 하나로 지난해 시작됐다. 타지방 거주자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다양한 혜택이 매력적이다.
가입과 동시에 전북투어패스 1일권이 주어지고, 도내 일원 맛집과 레포츠시설 등 200여개 가맹점에서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전북대표 농수축산물 온라인 쇼핑몰인 생생장터, 또는 농어촌 숙박체험 전문 예약 플랫폼인 참참에 동시 가입하면 할인쿠폰이 추가로 제공된다.
그만큼 전북사랑도민증 가입자들의 씀씀이가 커졌으면 한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잘 된다면 소멸위기에 처한 지역사회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비타민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전국 첫 등록제 남원시는 15만 돌파”
이 같은 생활인구 등록제는 일선 시·군까지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생활인구 등록제를 도입한 남원시는 최근 ‘남원누리시민’ 가입자가 15만 명을 돌파했다며 축포를 쏘아올렸다. 이는 주민등록인구보다 2배 가량 많은 숫자다.
지난해 9월 등록제를 시행한지 약 1년 만의 성과로, 최근 추석 연휴기간 지역 관광지를 방문한 외지인 7,000여 명이 남원누리시민에 가입하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가입자들은 광한루원과 피오리움 등 주요 관광지 입장료 감면, 맛집과 숙박 등 80여개 가맹점 할인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또한 각종 축제행사 알림 서비스와 농산품 할인권 등도 주어진다.
남원시측은 “남원누리시민 가입자들이 남원을 재방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나갈 것”이라며 “앞으로도 가맹점 확대와 생활인구 정책알림 문자 서비스를 통해 신규 가입을 유도하고 혜택 또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제시 또한 지난 7월 ‘지평선생명도시 김제시민’이란 생활인구 등록제를 도입한지 두달 만에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어서면서 고무된 표정이다.
이 같은 성과는 전국 파크골프 동호인들의 참여가 컸다고 한다. 가입자에 한해 청하면 청하파크골프장을 무료로 개방하자 전국 동호회에 급속히 입소문이 퍼져나갔다는 얘기다.
시는 여세를 몰아 총 50만명 가입을 목표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맞춰 가맹적 확대를 비롯해 관광이나 축제행사 연계 프로그램 개발 등을 본격화 하겠다는 계획이다.
정성주 시장은 “짧은 기간에 큰 호응을 얻어낸 것은 인구정책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관광과 소비, 정주 지원을 아우르는 정책으로 생활인구와 정주인구 기반을 더욱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지역 상권에 수천억 뿌리는 큰손”
행정안전부 또한 최근 이 같은 성과에 고무돼 전국 지자체, 특히 소멸위기에 처한 인구감소지역을 향해 생활인구 등록제 도입을 적극 권고하고 나섰다.
지역 상권에 막대한 돈을 뿌리는 ‘큰 손’이란 얘기다. 이는 통계청 조사라도 확인된다.
통계청은 지난해부터 소멸위기 극복 정책을 개발하는데 참고할 수 있도록 전국 인구감소지역 89개 시·군에 한해 체류인구 실태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다.
이 가운데 전북지역 조사대상인 정읍, 남원, 부안 등 10개 시·군 체류자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 약 16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민등록인구보다 무려 3.3배 가량 많은 숫자다.
이들의 체류일수는 평균 3.2일, 지출액은 카드액 기준 1인당 약 12만1,000원, 따라서 전체 체류인구 씀씀이는 무려 2,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여기에 조사대상이 아닌 전주, 군산, 익산, 완주지역까지 포함한다면 실제 도내 체류인구는 이보다 훨씬 더 많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그만큼 더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마다 체류인구 모시기에 팔 걷어붙인 배경으로, 소멸위기에 처한 지방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 있다는 평이다.
/정성학 기자
해마다 1,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전주시 풍남동 한옥마을. 풍남동은 전주지역 33개 동 가운데 유일하게 소멸위험도가 가장 심각한 5등급(고위험)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사계절 내내 몰려드는 한옥마을 관광객들로 인해 골목골목 북적북적 한 상태다. 사진은 지난 8월9일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관광객들이 마치 K-드라마를 찍듯 배롱나무 꽃을 배경삼아 추억을 남기는 모습.
/정성학 기자
◆<박스 1> “디지털 노마드 잡아라”
원격근무 여행자 겨냥한 워케이션 시스템 구축 붐
관광업계에 여행하며 일도 하는 이른바 ‘디지털 노마드(Digital Nomad)’를 겨냥한 워케이션 시스템 구축 열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디지털 노마드는 마치 유목민(Nomad)처럼 곳곳을 떠돌면서 디지털(Digital) 장비로 원격근무를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로, 코로나19 파동 후 일(Work) 하면서 휴가(Vacation)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워케이션(Worcation) 문화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직원 복지 차원에서 이 같은 근무형태를 도입하는 기업들도 적지않다. 이는 물 맑고 공기 좋은 지방 도시들 또한 큰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들이 체류한다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는 비타민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다. 현재 이 같은 기대 속에 워케이션 시스템을 갖춘 도내 관광시설만도 모두 170곳이 넘는다.
전주 첫마중길 여행자도서관, 무주 곤도라카페와 플레이스64, 부안 봄해언니네와 티라, 정읍 내장산자락에 있는 리조트형 풀빌라인 엘리스테이, 남원 광한루원 옆에 있는 한옥호텔 예촌, 장수 의암공원 옆 누리파크캠핑장,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임실 디어마이펫, 농장체험지로 잘 알려진 고창 상하농장파머스빌리지 등 다양하다.
전북자치도는 이 가운데 전주 한옥마을에 있는 전북관광기업지원센터, 군산 내항 청년뜰, 남원시 운봉읍 백두대간생태공원, 부안 줄포만 노을빛정원 등 6곳을 워케이션 거점공간으로도 지정한 채 원격근무 여행자 모시기에 공들이고 있다.
앞으론 이 같은 워케이션 시스템을 활용해 외국인 관광객, 특히 한류에 관심이 많은 디지털 노마드를 대거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정성학 기자

워케이션이 가능하도록 꾸민 전주 덕진공원 연화정 도서관.
/사진= 전북자치도 제공

◆<박스 2>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균형발전은 선택 아닌 필수
지방소멸시대, 국가균형발전은 정부와 지자체 모두 가장 중요한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농어촌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서 학교, 버스, 병원, 슈퍼 등 정주에 필요한 기반시설이 줄줄이 사라지면서 공동체로써 기능을 상실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이미 전체 14개 시·군 중 11곳이 소멸위기에 처한 인구감소지역, 또는 그 관심지역으로 지정된 실정이다. 곳곳에 방치된 빈집 또한 무려 1만채에 가깝다.
마을에서 소매점이 모두 사라져 기본적인 식료품조차 구하기 힘들어지는 현상, 즉 식품 사막화 현상도 전국 최악을 기록했다. 현재 이런 마을(행정리)은 도내 전체 5,245곳 중 84%(4,386곳)에 이른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높다.
학령인구 급감에 통폐합하는 학교 또한 꼬리 물었다. 당장 올해부터 2029년 사이 폐교 가능성이 제기된 학교만도 도내 전체 초·중·고교 758개교 중 40%(301개교)에 이른다. 이대로라면 현재 1만7,822명인 교원도 36%(6,333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최악의 경우 앞으로 50년 안에 전북 인구는 지금의 4분의1 수준인 45만명, 100년 뒤엔 약 4만 명대까지 급감할 것 같다는 국회입법조사처 연구보고서 등 각종 우려의 목소리도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란 얘기다.
/정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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