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의 귀환'이 620년만에 이뤄졌다.
의정부로 태조 이성계가 돌아왔다. 경기 의정부시는 지난달 28일 '제40회 회룡(回龍)문화제'를 알리는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를 재현했다. 620년 전 태조·태종의 행차를 복원해 의정부의 역사적 정체성 살리기를 공식화한 것이다.
시는 국내 어가 행렬 중 규모가 가장 큰 '정조대왕능행차'가 '원행을묘정리의궤'를 근거로 하고 있다는 점을 참고, 의정부행차도 역사적 고증을 통해 현실로 이끌어냈다.
또한 내년 3월까지 태조 이성계의 어진(초상화) 모사본(옮겨 그린 것)도 완성할 계획이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1398년(태조 7년) 두 차례 왕자의 난으로 권력과 왕위를 잃고 태상왕의 지위로 물러났다. 2대 왕 정종이 도읍을 한양에서 개성으로 환도하자 이성계는 불만을 품고 함경도 함흥으로 거처를 옮겼다.
태종 이방원이 왕위에 오른 뒤에도 부자의 갈등은 이어졌다. 이방원이 자신의 형제인 이방번과 이방석은 물론 충신인 정도전마저 살해했기 때문이다. 이방원은 신하를 보내 용서를 빌었지만 이성계는 신하를 죽이고 돌려보내지 않았다. '함흥차사'의 유래다.
부자 갈등은 1402년(태종 2년) 이방원이 개국 공신 무학대사를 보내 오랜 설득 끝에 이성계가 환궁하기로 결정하면서 풀어지기 시작했다.
이방원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도읍도 한양으로 되돌렸다. 이후 화해 무드는 한양으로 거처를 옮긴 이방원이 1405년(태종 5년) 한양으로의 행차를 시작한 이성계를 양주(현재 의정부)까지 나와 맞이하면서 절정을 이뤘다. 이들이 상봉한 곳이 바로 '전좌마을'이다.
태종은 아버지를 맞이하기 위해 지금의 의정부 회룡사 아래에 있는 마을까지 와서 이성계의 환궁 환영식을 준비했다. 태조와 태종이 머무는 동안 의정부 3정승을 포함한 조정의 대신들이 달려와 정사를 논했다. 이곳이 현재 의정부시 호원동의 전좌마을이다. '전좌'는 임금이 정사를 볼 때 편전에 나와 있던 자리를 뜻한다. 당시 전좌마을은 양주에 속해 있었으나 조선시대 최고의 관청 명칭인 의정부를 따서 '의정부'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회룡사의 '회룡'은 '용(임금)이 돌아왔다'는 의미다.
오늘날 의정부시 호원동 309의 4번지 회룡사 입구 사거리 부근에 태조와 태종 상봉지인 전좌마을 표지석이 있다. 의정부역 문화의거리에는 태조 이성계 동상(2009년 제작)도 설치됐다.
표지석에는 부자 상봉을 계기로 국운 융성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적혀 있다. 다만 주변이 도시화돼 표지석과 '전좌로'라는 길 이름 외에는 별다른 흔적이 남아 있지 않다.
이에 의정부문화재단이 조선왕조의 역사를 알리고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6개월 동안 ‘태조 이성계 어진’ 제작에 나섰다.
시는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역사적 정체성 찾기에 나섰다. 시는 조선시대 왕들 중 태조 이성계와 아들 태종 이방원이 전좌마을에서 만난 것에 주목했다. 부자 갈등의 종지부를 찍은 화해의 장소라는 역사적 의미도 충분했다.
지난달 28일 태조·태종 의정부행차는 의정부시가 이성계 설화를 중심으로 정체성 연구용역을 거쳐 내놓은 결과물이다. 행차는 의정부 예술의전당에서 출발해 의정부역 동부교차로, 호원2동 주민센터를 거쳐 전좌마을 특설 무대까지 4.5㎞ 구간에서 진행됐다. 배우 김승수씨가 태조 역할을, 의정부 홍보대사 겸 배우인 정의갑씨가 태종을 맡아 열연했다
재단은 이를 위해 지난달 23일 오후 4시 ‘의정부문화역 이음’ 이음갤러리에서 태조 이성계 어진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국왕의 초상화인 어진 제작은 조선왕조 건국과 역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의정부시가 지역 고유의 역사 정체성을 확립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의정부문화재단은 조선왕조 역사를 계승하고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해 조선 500년의 역사를 연 왕 태조의 어진을 제작하기로 했다.
‘태조어진’은 창업자의 영정이라는 점에서 조선 초기부터 다수의 진전(眞殿)이 설치되고 봉안돼 온 조선왕조를 대표하는 예술 작품이자 정치적 상징물이다.
현존하는 태조 어진은 1872년 제작돼 국보 제317호로 지정된 전주 경기전의 어전이 유일하다. 이후 몇 차례 모사본이 제작돼 모두 9점의 모사본이 전국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표회에서 국내 어진 및 표준영정 제작의 대표적 권위자로 조선왕조 어진을 비롯한 다수의 표준영정 제작에 참여하고 우리 문화유산인 궁중화의 정통성과 예술성을 계승하는데 크게 기여 중인 '동강 권오창 화백'이 어진의 역사와 제작 과정 등을 소개했다.
김동근 시장은 “의정부시와 역사적으로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있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 제작이 지역의 역사 정체성을 확립하고 지역민들에게는 지역 고유의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의정부문화재단은 6개월 가량의 제작과정을 거쳐 내년 3월께 태조 이성계 어진 모사본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의정부문화재단은 8일까지 조선왕조 어진의 정밀 레플리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조선왕조 전국 어진 레플리카’ 전시회를 열었다./이종근기자
💬 댓글 (0)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로그인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