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허 모르는 말씀 마시오. 이 부채로 말하자면, 전라감영 선자청 옆에 사는 장인이 흑석골 한지로 날밤을 새워가면 만든 부채란 말이요”
“아니, 이건 청나라까지 명성이 자자한 양반의 글씨가 아닌가!”
“나도 들었네. 벼루 3개가 구멍 날 때까지 글씨 연습을 하신다는 창암(蒼巖) 이삼만(李三晩, 1770~1847)이시지”
“칡뿌리로 붓을 만들어 쓰셨다는데 볼수록 명필이네. 명필이야”
‘부채장수 김서방전(글쓴이 이영희, 그린이 이정희, 펴낸 곳 바오)’은 전주를 알리고 싶은 작가의 소소한 마음이 담겨있고 2025년 전주도서관 출판 제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다.

예로부터 전주는 부채의 고장으로 한지와 대나무가 유명해 조선시대 마지막 선자청(부채 를 만들고 관리하는 관청)이 존재했으며, 특히 합죽선이 유명하다.
그리고 창암은 한양의 추사 김정희, 평양의 눌인 조광진과 함께 조선의 3대 명필가로 평가되고 있다. 흐르는 물처럼 쓴다고 해서 ‘유수체(流水體)’를 완성, 필명을 떨친 서예가다.
창암은 전북 출신으로 학문이 늦고, 벗의 사귐이 늦고, 결혼까지 늦어서 스스로 ‘삼만(三晩)’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는 전주와 정읍, 완주 등 주로 전북을 중심으로 활동했다. 평생을 지역에서 글씨를 쓰며 서예 연구에 전념했다. 이에 작가는 지역의 공예품과 지역 출신 명필가를 이야기 소재로 구성했다.
이 책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전주의 남밖장에서 생긴 부채 장수의 난감한 상황을 지나가던 선비의 기지로 풀어내면서 이웃의 어려운 상황을 지나치지 않고 도와주는 이타심과 엉망이 된 부채에 글씨로 상품의 가치를 높여주는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을 주대상으로, 옛날 전주에 살았던 사람들의 생활방식, 생각, 우리말의 재 미를 솔솔 느낄 수 있도록 의성어와 의태어를 구성지게 배치, 미래 세대에 전해주고 싶은 작가의 의도가 많이 보인다.
“선비는 붓을 들자마자 바람에 구름이 가듯, 물이 흐르는 듯 막힘없이 구불구불한 글씨를 술술 써 내려갔지”
꼭 부채가 아니어도 된다. 붓이 아니어도 된다. 무언가를 쓸 곳이 있다면 여러분도 자유롭게 써 내려 가보는 것은 어떨까. 창암 이삼만 선생님처럼 그리고 한 손에는 부채를 휘휘 저어 불어오는 바람을 느껴보기 바란다.
부채장수 김서방을 따라 길을 나서 보라! 전주의 옛사람들과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부채가 그리 밋밋해서야 사람들 눈길을 끌 수 있겠는가?”낯선 선비가 지나가며 한마디 툭 던졌어. “허허 모르는 말씀 마시오. 이 부채로 말하자면, 전라감영 선자청 옆에 사는 장인이흑석골 한지로 날밤을 새워가며 만든 부채란 말이요.”
김서방은 찬물을 끼얹은 듯한 선비의 말에 발끈해서 큰소리를 탕탕 쳤지. 과연 김 서방은 부채를 다 팔 수 있을까?
작가는 "옛사람들의 생활방식, 생각 등을 미래 세대에 전해주고 싶어 집필하게 되었다"면서 의성어 의태어를 구성지게 배치, 독자들이 우리말의 재미를 솔솔 느낄 수 있도록 집필했다.
그림책 속 부채 장수를 따라 길을 나서면 고풍스러운 전주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전라감영, 풍남문, 한벽당, 전주천 등 전주를 한 눈에 두루 살필 수 있고, 시간적 배경인 단오 무렵을 통해 우리네 고유의 세시풍속을 만날 수 있다.
작가는 만개의 이랑을 고루 적시는 만경강이 시작되는 곳, 완주에서 나고 자랐다. 2023년 전라북도 문화관광재단 지역문화 예술 육성지원사업에 선정, 동시집 '택배 왔습니다' 등을 펴냈다.
현재 시인은 전북 동시문학회, 전북 아동문학회, 전주문인협회, 한국동시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 핀란드 템페레 세종학당 학생 대상 언어교환 봉사활동을 하는 등 한글과 우리 문화 알리기에도 앞장서고 있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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