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청은 지구상에 가장 구김살 없는 전통 도자기'

[새전북이 만난 사람] 전북 유일 정부의 2025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된 진정욱 봉강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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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나름대로 도자기 직종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온 결과가 이번 명장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아 뿌듯하면서도 감사하다. 같은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동료나 후배들도 명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진정욱 봉강요 대표가 9일 정부의 2025 대한민국 명장에 선정됐다.

고용노동부는 1986년부터 산업 현장의 최고 수준 숙련기술자를 ‘대한민국 명장’으로 선정하고 있다.

2011년부터 15년 이상 산업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숙련 기술자를 대상으로, 숙련 기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고 기술 개발을 독려하고자 ‘우수 숙련기술자’를 뽑고 있다.

"생긴 모양이 달덩이처럼 둥그렇고 원만하다고 해서 달항아리로 불린다. 몸체는 완전히 둥글지도 않고 부드럽고 여유 있는 둥근 모양이다. 구워지는 과정에서 한쪽이 조금 내려앉았다. 곧바로 선 굽의 지름은 입 부분의 지름보다 조금 좁다. 푸른 기가 거의 없는 투명한 백자유가 씌워졌고, 부분적으로 빙렬이 크게 나 있으며, 표면의 색조는 우윳빛에 가깝다. 흔히 맑은 흰 빛과 너그러운 둥근 맛으로 요약되는 조선 백자의 미를 대표하는 잘생긴 항아리로 꼽힌다. 이번 연구는 달항아리의 문화 가치를 재확인하고 예술가치를 정립,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올해 군산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디자인학과에서 '달항아리 유형 분석을 통한 작품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달항아리는 둥그런 몸체에 아무런 무늬가 없는 조선시대의 40cm~50cm의 대형 백자 항아리를 일컫는 말이다. 항아리의 희고 깨끗한 살결과 둥근 생김새가 보름달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연구는 달항아리의 조형미와 형태 미학을 연구자의 창작품 16점에 직접 적용,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이를 위해 국보 및 보물달항아리의 형태와 비율을 기반으로 하되 상하부를 이어 붙이는 전통 제작 방식을 변형, 밑부분부터 구연부까지 한 번에 성형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바로 이같은 방식으로 더 풍만하고 간결한 선을 구현할 수 있었으며,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달항아리만의 새로운 조형미를 창출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 달항아리에 관한 문헌 및 역사 자료 부족, 전문가 설문 조사의 제한성, 대중과의 소통 확대 등의 한계가 존재한다. 그럼에도 이 연구는 달항아리의 범주를 확대하고 전통미학을 상징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학문적·예술적 기반을 마련하였다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이 연구에서 시행했던 국보 및 보물 달항아리의 형태 분석과 창작 작업은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새로운 조형미와 미적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어떤 달항아리는 항아리 안에 넣어두었던 액체가 스며 나와서 물든 부분도 있다. 그 물든 부분 또한 항아리 전체의 흰색과 어우러지기도 한다.

이렇게 하나의 달항아리에도 끊임없이 변화하는 여러 흰색이 존재한다. 흰색이지만 똑같은 흰색이 아니다. 아마도 이것이 싸늘한 자기임에도 한결같이 따사로운 온기가 느껴지게 하는 까닭이다.

한 때 '매일 권태롭고 무기력한 삶을 살아왔다'며 고백하던 진 명장은 흙을 만지면서 누군가에게 ‘잘한다’고 처음 칭찬을 들었던 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진명장은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입시미술학원을 다녔는데 대학진학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면서 “대학원서도 안 쓰려고 했는데 어머니께서 그런 아들을 포기하기 싫으셨는지 저도 모르게 어느 한 대학교 공예과에 원서를 접수하고 최종 합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수동적으로 학교를 다니면서 전공을 선택할 찰나에 우연치 않게 선배 중에 한 사람이 도자기를 알려줬다”며 “딱히 하고 싶었던 전공도 없어 마지 못해 도자기를 배웠는데, 그 선배가 칭찬을 아끼지 않아 기분이 굉장히 묘했다”고 했다.

이어 “그때부터는 정말 열심히 했다”면서 “선배들이 하는 작업 공간에 기웃거리면서 도자기에 관심이 생기는 등 이때부터 도자기를 전공해야겠다는 확신까지 생기면서 도자기 열혈 학생이 돼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가의 작품은 접시 중앙에 있는 작은 원마다 특색이 두드러진다.

국가가 지정한 도예 요장의 도자기가 만들어진 곳을 표현한 ‘관사명’을 대신해 민화 등에서 많이 그려진 문자도가 담겼다. 유교적 여덟 가치관인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여덟 글자를 문자와 그림의 조합으로 구성했다. 또, 일반적인 접시의 크기에서 벗어나 접시를 대형화했다.

분청사기에 인화문 기법을 더해 형태와 장식을 감각적으로 잘 배치했다.

그는 “분청사기라고 하는 도자기는 어느 도자기에서 지닐 수 없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면서 “청자나 백자처럼 정제돼 있는 흙이 아닌, 분청사기 특성상 흙 속에 철분이 중간중간 함유되는 등 자연스러움이 묻어나 있어 더 서민적이다”고 했다.

진명장은 “분청사기는 정형이 아니라 조금씩 비틀어지기도 하고 불규칙적이거나 다 채워지지 않는 미완의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그 자체만으로의 자연스러움이 묻어나기에 이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2016년 완주군에서 분청사기 가마터가 발굴됐다는 기사가 났고, 그 파편들을 전주국립박물관에서 기획전시를 한다는 기사를 읽게 됐다.

완주지역에 분청사기 터가 있었다는 사실에 관심이 갔다. 더욱이 소양에 가마터가 있는데 위봉에서 그동안 해오던 도자기도 분청사기라는 점에서 더 확실하게 계승하고 전통을 이끌어 야겠다는 사명감이 들었다.

그때 발굴된 자기 파편들이 주로 인화문 기법이었다. 그때 2016년부턴 ‘인화문기법’에 공부하고, 올인하게 됐다. 또, 과거 왕실용 도자기를 구워내기 위한 말 그대로 정부에서 직영관리하던 가마를 ‘관요’라고 했다.

이 관요에서 생산되는 자기의 가운데에 관사 명을 찍는다. 2018년부턴 도자기에 새기던 관사명을 응용하는 작업에도 하고 있다. 민화에서 많이 그렸던 문자도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응용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을 통해 역사적으로 고증된 지역의 문화유산을 이어간다는 보람이 있다고 했다.

그는 완주군 소양면 위봉마을 일터 '봉강요(鳳岡窯)'에서 분청도예 작업을 하고 있다.

원광대학교 공예과 3학년이던 2,000년에 이곳에 터를 잡았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한 눈 팔지 않고 ‘흙’과 ‘불’을 숙련되게 다루기 위한 몸부림을 계속하고 있다.

'봉강’은 KBSTV 삼씨세끼 고창편 촬영 지명이다. 그 곳 고창 ‘상하’라는 곳에 진씨 종친들이 해마다 수련하던 집 이름이 ‘봉강’이다.

처음에 ‘봉강 도예’라 이름 했다. 하지만 가마가 있는 자리라고 해서 ‘가마요(窯)’를 써서 ‘봉강요’로 바꾸었다.

지난 2000년 설립한 '봉강요'는 소양면 위봉마을 위봉사 입구에 자리한 도예복합문화공간이다.

그는 이곳에서숙련기술을 활용해 각종 문화상품을 개발해왔고 공정개선 등을 통해 산업화도 기여해왔다.

또, 공모전 출품 등을 통해 도예문화도 알려왔다.

‘산속 깊은 힐링도예’ 테마로 흙을 이용한 도예프로그램으로 삶의 치유와 힐링이 되는 예술 인문학적 치유관광 콘텐츠 운영과 도자갤러리, 전통방식 장작가마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진명장은 '봉강요'가 작가만의 작업공간이 아닌, 완주 군민 또는 완주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도예공원으로 함께 향유 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는 "봉강요 내에 전문 숙련기술인 양성소를 설치해 그간 공예산업에 종사하며 축적한 경험과 기술을 후배들에게 전수해 지역의 새로운 인재들을 양성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에 만들어진 분청사기를 관찰하며 감동받고 이를 전승해 나가는 것처럼, 500년 뒤의 후손들도 봉강요에서 탄생한 분청사기를 보며 같은 감정을 느끼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1,000년의 세월에 걸친 분청사기의 역사적 변천 과정에서, 이곳 완주에서 탄생한 분청사기가 한 획을 긋는 데 일조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들어 전통 달항아리가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안타깝게도 분청사기는 아직 달항아리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성과 자유로움을 함축하고 있는 분청사기가 크게 조명받는 날이 꼭 도래할 것이란 생각이 드는 오늘에서는.

그는 "이곳에서 더 많은 분과 함께 연구하고 작업 활동도 공유하면서, 도예 활동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 경주하겠다"고 했다.

또, "세계에서도 인정받는 도자 전통기법을 자연친화적인 웰빙식생활과 접목시키는 식생활 문화를 형성하고자 한다"면서 "신소재, 공정개선, 품질개선, 문화상품개발을 지속해 연구 개발해 특화된 공예문화산업 발전에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도자 제작 방법 및 노하우 등을 기능경기대회와 다양한 워크숍을 통해 후학 육성에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이종근기자



진정욱 명장이 걸어온 길



고창출신의 진명장은 원광대학교 도예과, 단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 국립군산대학교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주교육대학교 대학원 강사, 군산대 대학원 강사와 전국기능경기대회 심사장의 역할을 하며 전라북도 공예문화산업 발전에 이바지 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 13차례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2021년 제4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전통공예부문에 우수상을 수상했다. 전북기능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 및 전국기능올림픽 동메달을 수상하는 등 전통 기능에 충실한 가운데 고용노동부에서 지정하는 우수숙련 기술자와 중소벤처부에서 지정한 백년소공인에 선정,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꾸준하고 창의적인 작업으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으며, 전북 도자기 명장으로 선정된 도예가로, 제58회 완주군민대상(문화교육분야)을 받기도 했다. 현재 전북공예협동조합 3선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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