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란 속을 걷다(지은이 송하진, 펴낸 곳 인문학사)’는 민선 전주시 시장과 민선 전라북도 도지사를 각 2회씩 16년간 역임한 송하진 시인이 ‘모악에 머물다’, ‘느티나무는 힘이 세다’에 이어 세 번 째 펴내는 시집이다.
시인의 시에는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면서 그 세계를 재해석한 참신한 시각과 함께 인간애와 겸손이 낮은 자리의 미학으로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순수한 영혼으로 써 내려간 시들은 마치 하얀 눈처럼 독자의 마음을 덮으며 위로한다. 이번 시집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다정한 인간성의 귀환을 노래한다.
시인은 바지런하다. 그는 한곳에 정착하거나 안주하지 않는다. 시인은 바람처럼 종횡무진 시공간을 주유한다. 오늘도 구름처럼 유유자적 산하를 유랑한다. 그러나 방황하거나 배회하지 않는다. 그는 시간을 허송하거나 접촉 대상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 그는 이곳저곳을 순례하며 만나는 모든 사물과 눈맞춤을 한다. 그는 접촉 대상과 무연의 관계이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애정을 투사한다. 세계내의 모든 존재는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자신이 세계내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다. 그로 인해 세계는 그를 중심으로 거대한 연쇄망을 구축한다.
그는 이곳저곳을 쉼 없이 방랑한다. 새로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신선한 감각을 발양하려 애쓴다. 기실 머물러 있으면 사유 작용은 정체된다. 제한된 시공에서 접촉하는 대상은 반복성과 동일성으로 인해 고정된 모습으로 다가올 뿐이다. 하여 지루하고 권태로운 삶을 제공한다. 그는 무료와 권태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는 탐방하는 곳에서 만나는 사물들과 신선한 관계를 맺고 청신한 의미를 창발한다. 그가 접촉하는 세계 내의 사물은 영감과 시상을 자극한다. 그는 상상력을 발동하여 거침없이 시를 적어낸다. 이것이 시인의 주요한 작시 태도이다.
그의 시는 일정 부분 기행시의 면모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는 기행을 통해 자극받은 감흥 자체보다는 마주치는 사물과의 소통을 통해 인생관과 가치관과 세계관을 표상하는 데 주력한다. 그는 친자연주의자이다. 자연을 존중하고 애호하며 숭앙한다. 삶의 지침이나 교시를 자연의 원리에서 찾는다. 자연의 강령에 따라 삶의 이정표를 세운다. 자연이 가르치는 원리와 질서에 순응하여 삶이 이루어지길 기대하고 실행한다. 자연의 교시를 통해 학습한 삶의 주요 목록은 무욕의 삶, 자유로운 삶, 성실한 삶 등이다.
하여 그의 시는 낭만주의와 순수서정주의 성격을 띤다. 물론 그의 상상력은 동양문화의 세례를 충분히 받은 흔적을 보인다. 예컨대, 유교의 근검한 궁행실천 강령, 불교의 연기설 상상력, 도교의 초월적 신선 사유, 노장의 무애 자유사상이 시편마다 돌올하다. 그에게 시는 자아를 성찰하고 가치관을 정립하는 학습의 과정으로 작동한다.
이와 함께 인생관과 세계관을 형성하는 정진 수련의 결과물로 기능한다. 그의 시는 미래의 성실한 삶에 대한 각오를 밝히거나, 고졸 담백한 무욕의 삶을 다짐하거나, 시련이나 역경에 굴복하지 않는 치열한 응전의 자세 등을 표방한다.
시인은 이같은 시적 주제를 솔직 담백하게 형상화하는 작시법을 보인다. 달리 말해 현란한 시적 표현 방식을 거부하고 느낌이나 정서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화려한 수사학이나 난해한 상징적 의미를 활용하지 않는다. 예컨대 그는 무기교의 기교를 사용, 표상하고자 하는 주제를 수수하게 드러낸다. 독자에게 쉬운 독법을 배려하는 친절하고 상냥한 작시 태도를 고수한다. 하여 그는 시적 대상 혹은 독자에게 소박하게 말을 건네는 어법을 즐겨 채택한다. 또는 시적 발상이나 감흥을 일상에서 대화하듯이 토로하거나 진술하는 성향을 보인다.
‘사발을 보며/고요히 사발에/담긴 물을 본다//사발의 깊이 안에/ 머무는 물을 보며,/사발이 흔들리면/함께 흔들리는/물을 본다//물이 떠난 사발을 보며/사발을 떠난 물을 본다//내가 사발일 때/너는 물이고/네가 사발일 때/나는 물이다(‘사발을 보며’ 전문)
시인의 작시법은 쉽고 자연스럽다. 그가 취사선택하는 시어는 일상어, 자연어, 사물어 중심이다. 시의 문장 역시 일상어법의 어순을 준용한다. 표현 방식 역시 난해한 상징이나, 역설, 메타포, 아이러니 등을 절제한다. 이러한 작시 태도는 시인의 천성이기도 하려니와 살아온 이력 때문이기도 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오랫동안 전주시장과 전라북도지사를 역임했다. 따라서 그의 시는 목민관의 성향을 반영한다. 목민관은 민생 현장을 중시한다. 시민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즐긴다. 솔직 담백한 소통으로 시민과 교감을 도모한다. 자연의 이법에 걸맞은 보편적이고 공명정대한 업무 지향을 확립한다.
자연의 회복력과 위로, 내면의 조용한 성찰, 언어로 엮은 삶의 결, 그리고 선택으로 빚는 균형과 질서 등으로, 구성된 이 시집은 인생의 깊은 고통과 희망, 그 사이에서 발견하는 진실과 섬세한 숨결을 차분한 어조로 들려준다.
양병호 전북대 국문과 교수는 “그의 시는 다양한 시공간을 직접 탐방하여 느낀 서정이 형상화되고 있다. 방문한 시공간/현장에 대한 직접적이고 섬세한 묘사가 특징이다. 이는 마치 민생 현장을 꼼꼼하고 자세하게 파악하려는 목민관의 시선과 유사하다. 사실적이고 일상적 어법으로 소탈하게 말을 건네는 화자 시학은 시민과 격의 없이 진솔하게 대화하는 소통의 과정을 함축한다.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삶의 자세 혹은 인생관의 표상은 목민관으로서의 바람직하고 모범적인 사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의 시는 실천궁행으로서의 일기 혹은 메모랜덤의 성향을 띤다”고 했다.
시인은 “마음 안의 화평과 마음 밖의 평화를 댓돌 위의 신발처럼 나란히 놓는다. 뾰족하게 깎을까, 둥글게 다듬을까 차갑게 얼릴까, 따뜻하게 데울까, 뜨겁게 끓일까 복잡하다, 애매하다, 멍하다 세상과 우리네 삶이 그렇다고 치면 나의 언어는 순하고 단순하고 쉬운 편을 택하고 싶다. 사람과 지구와 하늘의 생기(生氣)를 많이 생각한다. 언젠가는 연기처럼 희미해질 인연들의 연기(緣起)를 뒤돌아보며 때맞춰 진심어린 감사를 드리며 살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호는 翠石, 푸른돌이다. 1952년 4월29일 전북특별자치도 김제시 백산면 상정리 여뀌다리 출생, 1965년 이후 전주에 정착했다.
1980년 제24회 행정고등고시를 통하여 공직의 길에 들어섰으며 전라북도청과 행정자치부 등 중앙행정과 지방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2005년 고향인 전북과 전주발전을 위해 정년이 7년이나 남은 상황에서 명예퇴직하고 정치에 입문, 전주시장 8년 전라북도 도지사 8년 16년간 재임하면서 전주한옥마을을 세계적 명소로 가꿨으며, 탄소섬유의 개발과 한스타일산업, 문화예술관광산업, 신재생에너지산업, 홀로그램산업 진흥 등에 노력했다.
할아버지 때부터 일제에 항거하여 단발령과 창씨개명을 거부하고, 한문학과 서예에 전념한 집안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특히 평생을 갓과 한복으로 일관하며 근현대 한국 서예대가로 알려진 선친 강암 송성용 선생으로부터 주로 문학과 서예술을 익혔다.
형제자매 모두가 학문과 문화예술적 분위기의 가문에서 함께 성장하여 어린 시절부터 시와 서예술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쉬운 언어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강조하는 문학활동을 중시해왔으며, 과거의 인습과 형식, 틀에 얽매이지 않고 거침없이 쓰는 서예, 한글이 주인되는 서예 등 서예혁신에도 앞장 서 노력하고 있다.
김제 종정초, 익산 남성중, 전주고를 졸업했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에서 1년을 마치고 고려대학교 법학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고려대학교 대학원를 졸업했다. 김구용 선생과 미당 서정주 선생께 시를, 성당 박인규 선생께 논어를 배웠다.
시집 ‘모악에 머물다’, ‘느티나무는 힘이 세다’, ‘사화집 ’화이부동세상‘, ’학술서 ‘정책성공과 실패의 대위법’(공저), ‘거침없이 쓴다-푸른돌 취석 송하진 서집’(2024)을 펴냈다. 한국정책학회 학술상을 공동 수상했으며, 한국문학예술 시부문 본상을 수상했다.(포스트모던)
현재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2023), 한글서예 유네스코 무형유산 등재추진위원장, 서울시인협회 고문으로 전북과 전주문인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 한국미술관, 전주 현대미술관 초대 서예 개인전을 가졌다./이종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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