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전북신문] 2025년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초저출생 국가가 되었다. 23년 기준 출생아 23만 명, 합계출산율은 0.72명. 곳곳에서 '지방소멸'과 '백세 고령사회'가 현실이 되었고, 학교와 지역 시장, 군대와 일터 모두에서 인구 감소의 충격이 체감된다. 불과 50여년 전 세계에서 손꼽히던 인구성장국이 어쩌다 이런 절벽 위에 서게 됐을까.
문제의 핵심은 ‘출산’ 그 자체가 아니라,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 낡은 복지와 노동체계, 집값&;사교육 격차 등 현실적 불안과 피로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수도 도쿄를 제외한 거의 모든 현(縣)이 인구 감소를 겪지만, 도쿄만은 청년과 일자리, 문화가 집중되어 인구가 모인다. 프랑스도 비슷한 위기를 겪었지만, 파리 외곽 신도시의 아동 돌봄서비스와 대중교통 혁신, 저렴한 임대 아파트 확충, 성평등 고용정책의 선도적 도입 등으로 1.8명에 근접한 출산율로 반전시킨 바 있다.
우리 정부 역시 일·가정 양립 제도, 육아휴직 강화, 다양한 돌봄이음 정책, 신혼 및 다자녀 가구 대상 주택금융, 난임·의료지원 확대 등 다층적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남녀 모두 육아휴직 진입이 쉬워지고, 초등 돌봄, 늘봄학교, 아동수당 등 현금과 서비스가 늘었다. 0~11세 아동에게는 국가 책임 돌봄이 적용되고, 공공임대주택, 다자녀 대학 장학금 확대 등 가용 정책수단을 동원한다.
하지만 왜 체감 변화는 더딜까. 미국 실리콘밸리, 스웨덴 스톡홀름, 덴마크 코펜하겐 등 세계의 ‘살만한 도시’는 한결같이 청년층에 안정된 집과 낮은 사교육비, 워라밸 중심의 일자리, 동네 단위의 공공(혹은 공유)돌봄 인프라가 잘 갖춰졌다. 이들 도시는 ‘집단육아 센터’ 운영 지원, 휴식 있는 근무방식, 가족친화 기업을 평가·보상하며, 젊은 부모와 아이가 ‘잃을 것 없는 인생’을 누릴 수 있게 만든다. 프랑스의 할당 임대주택, 북유럽의 재택근무, 영국 런던의 시립 보육시설처럼, 각 나라·도시는 제도 뿐 아니라 지역별 차별화 정책으로 현장 체감을 높인다.
한국만의 해법도 이제 패러다임을 바꿀 필요가 있다. 첫째, 육아와 자녀 양육의 시간·비용 부담을 뛰어넘는 주거, 교육, 교통의 혁신으로 특히 ‘청년 가족이 수도권만 바라보지 않아도 되는 지방주도 신도시 혁신’이 필요하다. 둘째, 가족정책 전반을 컨트롤하는 독립부처 신설(예: ‘인구미래부’)로 정책의 연결성과 실행력을 높여, 중앙정부&;지방정부&;기업&;공공기관&;시민연대까지 ‘한 팀’ 체제를 만들자. 셋째, OECD 상위권처럼 가족예산을 대폭 늘려 돌봄·의료·교육·주거 안전망을 넓히고, 사각지대 노동자(플랫폼, 프리랜서 등)에게도 단절 없는 복지와 휴식, 일생활균형 제도-아빠의 달 휴가 등을 보편적으로 보장하자.
마지막으로, 이제는 ‘가족 친화적 도시’, ‘청년동네’, ‘아빠와 함께 육아하는 일터’처럼, 정책의 성패가 지역과 현장에서 판가름나게 될 것이다.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지역별 맞춤형 돌봄·일자리·집·교육시스템이 총체적으로 설계될 때 인구절벽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다.
인구위기는 사회 대전환의 기회임을 기억하자. 세상을 바꾼 도시는 모두, 가족과 청년의 희망에서 출발했다. 이제는 ‘아이를 낳아도 좋은 나라, 미래가 기대되는 사회’를 함께 만들어야 한다.
/김상근(고려대학교 연구교수 (공공정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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