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의 눈] 전북 모정과 두레를 살려야

이종근 문화교육부장

모정은 ‘호남지역 농민들이 여름철에 집회를 갖고 피서와 휴식을 취하기 위하여 세운 마을공용의 정자형 건축물’이다. 여성들이 접근할 수도 이용할 수도 없는 곳이었다. 모정은 호남지방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의 1966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북 1,189개, 전남 886개로 나타났다.

송화섭박사는 “모정은 전북이 전남보다 많다. 산간지대보다 평야지대, 도서해안지대보다 내륙평야지대에 많다. 호남지역에 집중 분포되어 있는 이유는 이 지방이 도작농경의 평야지대였기 때문이다. 모정은 여름철 모내기에서 김매기 기간 사이에 한시적으로 사용하는 성인 남자들의 자치적 집회소이자 19세기 자영농들의 집단품앗이와 노동력 동원과 평등주민이 이용하는 농민자치공간이었다”고 했다.

모내기의 경우 남성과 여성이 모두 참여했지만 김매기 같은 경우 강한 노동력이 필요하고 대열에서 이탈되면 작업이 힘들어지기에 남성들만 참여했던 영향이 있다.

모정과 두레는 호남우도 지역 농경문화의 특징이다. 조선 후기 이앙법 확산이 호남우도평야로 전이되면서 김매기 노동력인 두레를 태동시켰고, 두레는 여름철 뙤약볕에서 호미질 김매기의 휴식 공간으로 모정을 세웠고, 두레풍장이 농악을 만들어냈다.

모정은 호남우도평야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건축물이다. 동족촌에서 자연촌으로 촌락이 분화하면서 사족마을의 동각을 본뜬 정자가 자연촌에 모정으로 들어 서게 된 것이다. 촌락 분화가 동반한 모정은 18세기 말경 평야 지대 농촌에 세워지기 시작해 19세기에 자연촌 단위로 두레 발달과 함께 세워졌던 것으로 보인다.

모정은 농촌마을 입구 느티나무 아래에 세워지는 것이 특징이다. 여름철 두레꾼들이 호미질 김 매기를 하면서 느티나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고 낮잠을 즐겼었는데, 모정을 건축하면서 더욱 편리한 방식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느티나무 아래 모정은 농민들이 모여서 놀고 쉴 수 있는 마을 유일의 공공장소였으며, 여름철 초벌 김매기에서 세벌 김매기 만두레가 끝날 때까지 성인 남자들의 집회소였고 공회당이었다. 그래서 여름철 김매기 작업은 모정에서 시작해 모정에서 끝났으며, 백중절 술멕이가 열리는 곳도 모정 마당이었다.

이러한 모정문화가 쇠퇴하고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추어 가고 있다. 농촌의 이농 현상과 영농 기계화는 농촌에서 두레를 사라지게 만들었으며, 두레가 사라진 농촌에는 영농과학화로 제초 작업이 불필요해졌지만, 농촌의 들녘에는 벼 반절 피 반절이다.

농촌 인구의 초고령화로 농촌 마을마저 소멸 위기에 처해있다. 농촌에서 영농기계로 벼 농사는 짓지만 두레문화의 중심이었던 모정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새마을운동 이 농촌에 근대화 바람을 불어넣었으며, 농촌에도 현대식 양옥 건물들이 들어섰고, 모정도 새마을회관 또는 마을회관으로 변모했다. 모정은 여름철에만 사용할 수 있었으나, 현대식 마을회관에는 온돌방과 냉·온방 시설과 수세식 화장실과 음식 조리 시설의 주방까지 갖춰 농민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졌다.

△여름철 농부들의 농민의 피서, 휴식처 제공 △마을주민의 소통, 단결, 위계 주민자치 강화 △마을여론광장 및 생활정보센터 기능 △미풍양속 관리, 유지를 위한 주민 통제 및 화해 △마을공동체회의에서 마을 임금, 부역, 분쟁 조정 △백중놀이마당에서 마을굿 전승 원동력 제공 △모정의 두레회의가 촌계로 분화, 전환 등이 필요하다.

모정은 인조 14(1636) 임금이 정자 주위에 손수 벼를 심고 그 볏짚으로 지붕을 이어 농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위민정치에서 비롯됐다. 18세기 두레와 모정이 동반 태동했다. 모정은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번창했다가 21세기에 해체됐다. 두레조직과 마을공동체문화도 와해되었다고 할 수 있다. 두레정신과 두레문화는 복원 전승할 필요가 있다.

마을회관이 모정 근처에 건립되면서 모정의 기능마저 사라졌다. 역사는 진보한다. 18, 19세기에 느티나무 아래 공터에 건축됐던 모정이 20세기에 현대식 마을회관이 건축되면서 사라지고 있다. 21세기 농촌은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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