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재발견]사직이시여, 이 여름 무사히 지나갈수 있도록 비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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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다 더워. 이렇게 더워도 되는 걸까. 매년 기후에 대한 우려를 표하지만 올해도 마찬가지다. 봄에는 건조한 날씨와 산불로 전국이 들썩였는데 그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이제는 폭염과 폭우가 문제다. 필자는 국가유산을 방문하여 살피는 일을 한다. 상시적으로 같은 장소를 살피고다니니 매년 기후변화를 직접적으로 보고 느낀다. 이제 작년보다 덥다는 얘기를 하는것도 식상할 지경이다. 또 한번 최고온도 기록을 경신하고 역대급으로 짧은 장마에... 왔다하면 폭우로 내리니 예측하기가 어렵다. 이전에는 비가 내리면 더위가 조금 식는다는 인식이 있었으나 지금 내리는 이 비는 동남아에서 보던 스콜과 비슷한 국지성 극한호우다. 비오기 전후로 더 습해지는 느낌이 마치 거대한 습식사우나 안에 있는듯하다. 강렬한 불볕에 농장물은 수확도 전에 익어버리질 않나, 갑작스런 폭우에 산이 무너지고 배수로가 터지고 집이 부서지질 않나... 심지어 더워서 사람이 죽는다. 피해를 입는 것은 국가유산도 마찬가지다. 극한호우와 습기에 나무가 썩고 충해가 생기고, 산사태에 무너지고 집중호우를 감당하지 못해 토사가 흘러내리고 배수로에 물이 차오른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 걸까. 저 하늘너머 날씨를 관장하는 그분은 무슨 뜻이 있으신건지. 제사라도 드려야 하는 걸까. 웬 비과학적인 이야기냐 하시겠지만 막막하니 하는 소리다.



그 옛날 우리 조상님들도 그러셨다. 그들은 일찍이 사직단에 제사를 드리며 농경사회의 복을 기원했다. ‘사직’이란 종묘사직 할 때의 사직이다. 흔히 사극을 보면 임금이 잘못된 결정을 내리거나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신하들이 임금에게 고하는 대사가 있다. “전하! 종묘사직을 생각하소서.” 여기서 언급된 사직이 바로 사직단이다. 종묘란 선왕의 신주를 모시는 사당이며, 사직이란 토지의 신 사(社)와 곡식의 신 직(稷)을 말한다.



조선시대에는 매년 정기적인 제사를 지냈는데, 국가의 가장 큰 제사인 ‘대사(大祀)’에는 종묘, 사직, 영녕전이 있었으며 그중에서도 으뜸은 사직이었다. 농경국가에서 토지와 곡식은 나라의 근본이었으며 민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농경사회에서 날씨는 생명과도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였다. 한해 농사가 망하면 국가 전체가 힘들어진다. 따라서 당시의 날씨는 자연현상이자 동시에 정치적 신호로 해석되어, 기후가 크게 좋지 않거나 흉년이 들면 하늘이 노했다라거나 왕이 부덕하다는 등 하늘의 경고로 표현되었다. 이를 의식하여 조정에서는 전담기관을 두고 상시적으로 날씨를 두루살폈으며, 기후가 적절치않을 때는 기우제를 드리기도 했다. 물론 보여주기 위한 행위이지만 그 행위의 의미가 크다. 따라서 사직은 매우 중요한 제례였다. 그리하여 사직은 종묘와 함께 국가자체를 의미하여, 국가의 존망은 곧 종묘사직의 존폐로 표현되었다.



보통은 수도에서 왕이 친히 제사를 지냈지만 조선시대에는 주현까지도 사직단이 설치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대부분 파괴되었고 현재 약 8곳정도가 국가유산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그중에서 남원시 외곽에 위치한 용정마을 어귀, 언덕 위에 큰 나무들과 담장에 둘러싸인 제단이 있다. 원형의 유구가 남아있는 남원 사직단은 시도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담장에 둘러싸여 있어 내부가 잘 보이지 않으며 문이 잠겨있어, 멀리서 저기 무슨 사당이 있나보다 하고 지나가실 테지만 실로 의미 있는 곳이었다. 부디 이 여름이 무사히 지나가길 바라며 오늘도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한다.





한편, 전북동부문화유산돌봄센터는 국가유산청의 복권기금과 전북특별자치도청의 지원을 받아 문화유산돌봄사업을 진행하며, 도내 동부권역 8개지역의 385개소 국가유산을 관리한다. 2011년부터 국가 및 도지정, 비지정유산을 관리하며 목조, 석조, 근현대건축, 천연기념물 등 각 재질 특성에 맞게 정기적인 상태 모니터링과 전문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문화유산 보존관리에 힘쓰고 있다. 또한 작은 훼손부의 경우 큰 범위로 확장되기 전 경미하게 수리하여 예방보존하고, 국가유산 분야의 전공자와 국가유산수리기능자를 중심으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를 진행함으로써 국가유산 보존 및 관람환경을 개선한다.

/최유지(전북동부문화재돌봄센터 모니터링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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