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2025년 농어촌워킹홀리데이 in 전북‘ 임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활동가들과 활동처 대표 등 20여명이 6월 27일 임실군 관촌면 상월로 다락골 신전마을 도화지도예문화원에서 이병로(맨 왼쪽) 작가와 함께 도자기만들기 체험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 3월 퇴임 직후 귀촌 준비를 하면서 네 달 동안 ‘2025년 농어촌워킹홀리데이 in 전북’(이하 ‘in 전북’)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전북특별자치도 농어업농어촌일자리플러스센터와 (사)임실군마을가꾸기협의회가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4월초 수도권 지역에서 신청자를 모집해 5월초~8월초 임실 현지에서 한 달에 12일씩 머물며 배정된 활동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전북도가 2022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4년째 진행된 이 프로그램은 도시의 전문인력을 농촌지역 소상공인과 영농조합 등 활동처를 지원하고, 귀농귀촌인들의 현지 정착을 돕는 사업이다.
주최측이 모집한 활동지역은 정읍과 임실로, 선발인원은 각각 7명이었다. 내가 선택한 임실지역에는 17명이 지원했다. 봄빛이 가득한 4월 18~20일 2박 3일 진행된 체험교육은 활동처 현장 탐방을 겸한 즐거운 여행이었다. 진행요원 등 20여명으로 구성된 일행은 임실 다락골 신전마을, 꽃다울농촌체험휴양마을, 방길휴뜸힐링, 임실애아쿠아포닉스, 농업회사법인 율치, 영농조합법인 사라원, 지희농장 등 활동처 7곳을 돌았다. 이 활동처들은 임실군마을가꾸기협의회 일자리플러스센터가 관내 경영체 가운데 엄선해놓은 곳이다. 이들이 요청한 업무는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홍보, 블로그 작성, 스마트스토어 입점, 포스터와 엠블럼 디자인 제작, 전반적인 경영자문, 탐방프로그램 개발 등이었다.

임실 활동처 중 하나인 사라원을 7월초 방문하여 연계활동을 했다. 뒤로 보이는 계단식 밭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 도라지 라벤더 백합 튤립 등을 돌아가며 볼 수 있다.
첫 방문지인 다락골신전마을과 꿏다울방동마을은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두루 갖춘 농촌체험휴양마을로 관광 아이템이 충분했다. 신전마을은 향긋한 봄나물과 산양을 키우는 농장과 도예공방 등이 돋보였다. 특히 이러한 자원을 활용하려는 최의범 이장의 열정과 끝없는 도전은 신전마을을 이끌어가는 힘찬 엔진이었다. 방동마을은 곳곳에 그림 같은 명소를 품은 ‘봄의 낙원’이었다. 특히 섬진강을 따라 조성된 메타세쿼이아길 ‘장제무림’과 키 큰 노송이 어우러진 마을 동산 ‘송대백조’는 도시인들이 푹 빠질 만한 풍경이었다. 이러한 마을을 알리기 위해 앞장서는 이연상 사무장은 구독자 14만을 자랑하는 유투브 ‘소풍온 Farm’ 운영자로 이 마을주민들에게 보석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방길휴뜸힐링의 박지용 대표는 10여 년 전인 30대 초반에 교사 생활을 그만두고 귀농하여 적자에 허덕이던 마을 영농조합법인을 1년만에 적자를 흑자로 반전을 시킨 주인공이다. 박 대표의 반짝거리는 아이디어와 실행력을 통한 성공비결이 귀농귀촌하려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것 같다. 또한 딸기와 복숭아 농장 겸 체험 교육장인 지희농장을 운영하는 노석호 조은혜 부부는 크고 작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예쁘고 유쾌한 귀농 성공담을 만들어 가고 있다. 최효영 임실애아쿠아포닉스 대표는 민물고기를 키우면서 동시에 수경재배를 하는 일석이조의 창의적 아이템으로 미래 첨단 농업의 길을 앞서서 걷고 있는 선도자이다.
영농조합법인 사라원은 그 목표와 규모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서른 여덟살에 귀농하여 30여년간 곡류와 산나물을 재배해온 유현자 사라원 대표는 치유농원을 조성하고 있다. 60대 중반의 유 대표는 이철환 감사와 함께 1만여평에 이르는 땅에 8년전부터 계단식 밭을 만들어 라벤더, 차나무, 수국 등을 가꾸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다양한 치유테마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탐방과 심층 면접을 거쳐 선정된 임실지역 활동가 7명의 이력은 다양했다. 그래픽과 영상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이를 홍보 마케팅으로 연결시키는 IT 전문가, 10년 넘게 파주지역에서 관광 프로그램을 짜고 안내해온 전문가, 중견업체 영업간부로 일하다 두 아이와 함께 농촌유학을 온 가장, 슬라임(끈끈한 물질로 만드는 장난감) 제작업체를 운영하며 귀농귀촌을 꿈꾸는 20대 여성 두 명, 남편과 함께 귀농 귀촌을 계획하는 60대 주부 등….
내가 매칭된 곳은 농업회사법인 ‘율치’였다. 반려동물 사료를 생산하는 율치는 업체 홍보와 마케팅, 경영자문을 원했다. 지난 3월 오수농공단지 반려동물특화산업단지 1호 기업으로 입주한 율치는 지역 농축산물을 활용한 화식사료를 제조하고 나아가 ‘오수 의견(義犬)’설화를 활용한 다양한 지역축제와 사업과 연계한 동반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곤충 화식사료는 기존 육류 동물사료 생산에 비해 온실가스 저감에 기여할 뿐 아니라 알레르기 반응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제품으로 현재 해외 수입품이나 대기업제품이 장악한 사료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나는 가장 먼저‘율치’가 중앙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사업을 신청하도록 했다.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련 부처는 영세 소상공인을 돕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하나가 한국중소벤처기업유통원의 ‘소상공인 제품인지도 확산을 위한 홍보’사업이었다. 지원사업자로 선정되면 전문가들이 소상공인들의 시장진출을 돕기 위한 홍보기사 작성 외에도 동영상 제작 및 온/오프라인 쇼핑입점 및 디지털마케팅 교육 등을 무료로 지원해준다. 이 사업은 내가 한국일보 재직때 맡았던 것이어서 잘 알고 있었다.
지방의 소상공인들로서는 이러한 정책이 있다는 것 자체를 모를 뿐 아니라 안다고 하더라도 지원이나 활용방법을 찾기는 쉽기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나 언론사 입장에서도 홍보를 하고 있지만 일일이 그 취지에 적합한 사업체를 발굴하기도 어렵다.

5월 26일 한승철(왼쪽) 율치 이사와 함께 인근 반려동물캠핑장을 둘러보고 있다.
율치는 지원사업 대상으로 선정됨에 따라 신제품의 특징 등을 소개한 기사가 조만간 일간지 온라인으로 나갈 예정이다. 이 기사는 포털에서도 언제든 검색이 가능하다. 이 기사만으로는 홍보효과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홍보자료로 활용하거나 추후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할 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올해로 4년째 진행된 ‘in 전북’사업은 참여자들의 숫자가 늘고 있고, 만족도가 높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귀농귀촌 사업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일단 나처럼 귀농귀촌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는 귀농귀촌인들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를 직접 보고, 그들의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되었다.
다만 활동가를 모집하는 시점에서 조금 더 참여자들의 역량과 재능을 세분화해 추진하고 또 현지에서 활동가들끼리 재능과 정보를 공유한다면 더 큰 성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나아가 활동가들의 일자리 매칭까지 이어진다면 모범적인 정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바람은 정부 차원에서 귀농귀촌 정책과 실업급여 지급 기준에 대한 연계와 협조가 좀 더 유기적으로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귀농귀촌사업을 농촌소멸에 대비한 해결책으로 권장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고용노동부의 실업급여 정책과는 일부 상충되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3개월 동안 매달 12일간 57시간 근무해야 하는 ‘in 전북’의 활동은 실업급여지급 규정상 취업활동으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나도 이 때문에 자칫하면 중도에 활동을 그만둬야 할 뻔 했다.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엄연한 구직활동임에도 현재는 일반 아르바이트 정도로 치부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in 전북’ 참여로 인해 활동일수가 취업일수로 잡히면서 실업급여 액수가 줄어들었지만 지금도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귀농귀촌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정년과 함께 맞은 ‘임실의 봄’이 벌써 그립다. 올해로 4년째 임실에 뿌려진 ‘in전북’ 씨앗이 좋은 결실을 맺고 전국 각 지방자치단체로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 최진환(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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